산업혁명 이후 산업화와 도시화에 따라 각종 대기오염물질의 배출이 증가하고 있다. 대기오염물질은 사람뿐만 아니라 식물에도 공해병을 일으키는 주범이다. 대기오염물질의 주요 발생원은 자동차와 공장에서 사용하는 내연기관이다. 특히 일상생활에서 필수품이 되어버린 자동차에서 날마다 엄청난 양의 불완전연소된 탄화수소와 이산화질소가 방출되고 있다.
이산화질소는 자외선에 의해 대기 중의 산소와 반응하여 오존과 일산화산소를 만든다. 보통 오존은 일산화질소와 반응하여 다시 원상태로 돌아간다. 그러나 불완전연소 탄화수소가 존재하면 일산화질소는 오존 대신에 이들과 반응하여 퍼옥시아세틸나이트레이트(PAN)를 생성하기 때문에 대기 중에 오존과 PAN의 농도는 계속 높아진다.
대도시에서 발생하는 스모그를 분석해보면 안개와 같은 기체의 대부분은 오존이고, 그 외에 질소산화물과 PAN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 중에서 자외선에 의해 화학반응을 일으켜 2차적으로 발생한 오존과 PAN 등을 특히 광화학 옥시던트라고 부르는데, 사람보다는 식물에 훨씬 더 피해를 준다.
대기오염물질이 식물에 피해를 주는 농도는 식물의 종류와 나이 그리고 부위에 따라 다양하다. 보통 오존의 농도가 0.1~0.3ppm일 때 식물체를 몇 시간만 노출돼도 피해가 발생한다. PAN도 기공을 통하여 잎으로 들어가면 0.01~0.02ppm의 농도에서 피해를 일으킨다.
오존은 주로 성숙한 잎의 표면에 피해를 준다. 기공으로 들어간 오존은 잎의 표면에 가까운 책상조직에 피해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고농도의 오존에 노출되면 기공 근처에서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세포들은 파괴되거나 탈색되든가 잎이 말리고 결국은 낙엽이 진다. 라일락, 국화, 카네이션, 소나무, 포플러나무 등의 관상식물과 수목이나 감귤나무, 포도나무, 감자, 콩, 강낭콩, 담배 밀 등의 작물이 오존에 아주 민감하다.
PAN은 오존과는 달리 어린 잎에 피해를 준다. PAN에 의해 해면조직의 세포가 붕괴되어 생긴 빈 공간에 공기가 고이기 때문에 은색의 광택을 나타낸다. 보통 광엽식물에서는 잎의 뒷면에 피해증상이 나타나는 반면에 외떡잎식물에는 잎의 양면에 발생한다. 화단에 많이 심는 페튜니아, 다알리아를 비롯하여 토마토, 양상추, 시금치 등이 PAN에 민감하다.
또 다른 대기오염물질인 아황산가스는 기공을 통하여 잎 속으로 들어가 황산이 되어 세포조직을 파괴시켜 잎에 황백색이나 다갈색의 병반을 일으키는 급성 공해병을 일으킨다. 또한 제련소와 정유공장의 굴뚝에서 배출되는 불화수소는 기공으로 들어가 세포간극을 통하여 도관에 이르러 불화수소산이 되어 잎 선단이나 가장자리 쪽으로 이동하여 세포조직을 파괴시킨다.
화단에서 자라는 꽃과 나무들은 아름다운 경관을 제공해 줄 뿐만 아니라 오염된 공기를 정화시켜 신선한 산소를 공급해주는 천연 공기청정기 역할을 한다. 화단 곳곳에'전면주차'라는 네 글자가 적힌 표지판을 흔히 볼 수 있다. 후면주차를 하면 자동차 배기통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매연을 식물들이 그대로 마셔야 한다. 식물은 대기오염에는 사람보다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여 공해병에 쉽게 걸린다. 이것이 화단 앞에는 전면주차를 해야 하는 이유다. 작은 배려가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다!
<고 영 진 순천대학교 식물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