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해가 뉘엿뉘엿 떨어질 무렵 85세 백발의 할머니가 힘겹게 지팡이를 짚으며 파출소를 찾아왔다. 어떻게 오셨냐는 물음에 할머니는 말이 안 나오는지 휑한 눈으로 두리번 거리시다 직원들이 따뜻한 차를 건네자 마음이 한결 편해지셨는지 어머니가 봉고차를 타고 집을 나갔는데 아직까지 들어오지 않아 찾으러 왔다고 말씀하셨다. 순간 '치매 어르신이구나'하는 안타까움과 함께 뭉클함으로 가슴이 미어졌다.
인간은 아름다운 삶을 갈망하고 그것과 싸우다 죽음을 맞는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아름다운 삶에 대한 기준이 달라질지라도, 가정 안에서의 평화와 행복이 우리의 삶의 중요한 가치란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과거 80∼90년대에는 절도범죄의 발생비율이 높았다. 사회가 발전하고 인간의 삶이 나아질수록 사기, 보이스피싱 등 지능범죄의 발생과 더불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무너뜨리는 가정폭력, 아동학대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인간은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존재 가치가 있으며 그 인격은 마땅히 존엄한 존재로 존중받아야 한다. 즉 인간은 태어남과 동시에 인간으로서 살아갈 권리를 갖고 태어난다는 말이다. 세상에서 영원한 것 한 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나와 나의 부모, 그리고 자식들이 세상에 살다가 남긴 그 흔적이다.
앞서 할머니의 유일한 기억인 '어머니'가 우리들 가슴에 다시 한번 영원히 기억되길 바라며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가정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김정모 제주동부경찰서 구좌파출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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