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빈틈없는 먹이 그물로 얽힌 곤충의 세계

[책세상] 빈틈없는 먹이 그물로 얽힌 곤충의 세계
정부희 글·사진 '곤충의 밥상' 재출간
  • 입력 : 2021. 03.05(금) 00:00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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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살고 있는 동물 중에서 3분의 2가 곤충이다. 알려진 곤충의 종 수만 100만 종에 이른다. 몸집이 작은 곤충이 달랑 네 장의 날개와 여섯 개의 다리로 추운 곳에서 더운 곳까지, 땅속부터 공중까지 곳곳을 누비며 질긴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저기에 널려있는 곤충의 밥 덕분이다.

곤충학 박사인 정부희의 '곤충의 밥상'엔 먹이 그물로 얽힌 곤충의 세계가 촘촘하다. 생태사진이 더해진 800쪽 분량의 책으로 2010년 초판 이후 연구한 내용을 덧붙이고 과학적 진실에 대한 소소한 오류를 바로잡아 재출간됐다.

'곤충의 밥상'을 통해 우린 곤충들이 각자의 식성에 맞게 먹을거리를 선택한다는 걸 알게 된다. 곤충들은 식물, 동물, 버섯 같은 균, 똥, 미생물. 심지어 시체까지도 먹는다.

그중 식물을 먹고 사는 곤충이 전체의 30퍼센트다. 곤충들은 평생 동안 특정 식물을 찾아 먹고 거기에다 제각기 좋아하는 부분만 골라 먹는다. 만일 모든 종류의 곤충이 모든 식물을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운다면 식물은 사라질 수 있고 식물을 먹는 곤충도 먹이가 바닥나 연쇄적으로 멸종됐을지 모른다. 하지만 곤충들은 각자의 입맛에 맞게 부위를 달리해 식사하기 때문에 식물도 살고, 곤충도 식량을 확보할 수 있다.

숲이나 길가에 놓인 똥이나 죽은 동물은 부식성 곤충들에게 최고의 영양밥이다. 곤충은 그것들을 작은 유기물이나 무기물로 분해해 식물이 다시 먹도록 땅으로 되돌린다. 버섯살이 곤충들은 자연의 분해자로 건강한 숲 생태계를 책임지고 있다. 자기보다 힘없는 곤충을 잡아먹고 사는 포식성 곤충 역시 빈틈없는 생존전략을 보여준다.

그래서 정 박사는 "수많은 생명들의 맥박을 쉼 없이 뛰게 하는 먹이망을 중심으로 풀 한 포기에서 펼쳐지는 기막힌 곤충의 인생사는 경이로움 그 자체"라며 "이제 길 옆에 있는 풀 하나, 나무 한 그루, 썩은 통나무, 버섯 한 송이를 예사로 볼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보리. 6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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