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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세상] 상투적인 유행어 벗어던진 삶의 언어를
박권일 등 9명 공저 ‘언어 전쟁’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20. 11.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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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혜자 등 나쁜 언어 현상
시적 언어 회복 필요한 때

언어는 그 사회의 얼굴이다. 욕설을 하지 말자, 품위있는 언어를 쓰자, 단순히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별 뜻 없이 쓰는 그 말에 우리 삶의 무늬가 배어난다.

문학평론가 고영직이 쓴 '태초에 행정이 있었다'의 한 대목을 보자. 행정에서 정책 대상이 되는 사람을 부를 때 '수혜자'라고 한다. 고영직 평론가는 이 말이 정책 수요자와 대상자를 소위 빚쟁이로 간주하려는 정책 공급자의 시각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고 했다. 수혜자라는 말은 그래서 '나쁜 언어'다.

지금 우리의 언어는 사고를 확장하고 신호를 주고 받으며 공동체에 필요한 특정한 기호체계의 얼개를 만드는 본래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을까. 근대 공교육을 통해 말하고 쓰는 기회가 널리 열렸지만 그것이 실질적으로 평등하게 작동하고 있을까. 고영직 등 9명이 공저한 '언어 전쟁'은 이같은 의문을 품고 우리가 처한 언어 환경을 각자의 시선으로 풀어내고 있다.

과학자유기고가 정형철과 시인 황규관은 언어 자체가 상품이 되어 정신과 내면을 좀먹고 있는 현상의 배후에 소셜미디어 등 디지털 기술 문명이 있다고 본다. 서귀포 강정 주민 엄문희와 제주에서 활동하는 문학평론가 김동현은 제주 사람의 입장에서 국가의 폭력적인 언어를 비판하고 있다. 사회비평가 박권일은 뉴미디어를 통한 언어가 전통 미디어 시대와는 다르게 '주목 전쟁'을 펼치고 있고 '주목'이 하나의 사업 아이템으로 정착되면서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혐오를 채택한다는 의견을 냈다. 문화비평가인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이른바 '386세대'의 정치 언어와 자가당착을 짚었다. 소설가 전성태는 농경의 상상력으로 쓰인 '최후의 문장'이 될 방언의 운명을 예고했다.

지역의 방언, 시의 언어. 이 둘은 국가와 자본에 의해 자꾸만 '쫄아들고' 있는 언어다. 황규관 시인은 "테크놀로지의 꽁무니를 따라다니는 것을 거부하는 언어"인 '시적 언어'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것은 "일반화되고 납작해진 언어를 벗어던진 언어이고, 상투적인 유행어를 신경질적으로 배격하는 언어"이다. 황 시인은 "시야를 뿌옇게 가리는 미디어의 언어를 걷어내고 삶의 심장이 펄떡대는 소리에 귀 기울이는 언어"를 회복하자고 말한다. 삶창.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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