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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윤의 월요논단] 비명횡사할 각오로 걸어야 하나?
박소정 기자 cosorong@ihalla.com
입력 : 2020. 09.2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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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4일 제주에서 안타깝고 황당한 교통사고가 일어났다. 걸어가던 30대 등산객 2명이 달리던 버스의 짐칸 문짝에 치여 1명이 숨지고 1명이 중상을 입은 사고였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19분쯤 제주시 제1산록도로 한라산 관음사 입구 부근의 갓길을 걷던 두 사람이 육군 특전사 예하부대 버스의 열린 짐칸 문짝에 치이면서, 한 사람이 숨지고 다른 한 사람은 손목과 골반을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는 것이다. 경찰은 사고의 피해자들이 관음사 코스로 한라산에 등산하기 위해 걸어가던 중이었는데 짐칸 문짝을 열고 달리던 버스가 갓길을 침범하면서 참변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짐칸 문짝이 이동 중에 열린 사실을 운전병이 알아채지 못하고 계속 주행하던 중 사고가 난 것이었다.

당시 사고 직후에 찍힌 보도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그 도로에는 인도(人道)가 없다. 차도(車道) 말고는 야생잔디가 자라는 좁은 갓길만 있을 따름이다. 바로 이것이 가장 근본적인 문제였다. 운전병의 과실도 문제이긴 했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인도가 확보되지 않은 도로 구조에 있었다는 것이다.

길은 본디 사람이 다니기 위해 만들어진 것일진대, 걸어 다닐 수 있는 길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게 현실이다. 곳곳에 엄청나게 많은 길들이 새로 만들어지거나 넓혀지고 있지만 그 모든 것들이 씽씽 내달리는 차량 위주다. 차들도 잘 달릴 수 있어야 하겠지만, 사람도 편히 다닐 수 있어야 온전한 길이지 않겠는가. 마음 놓고 걸을 수가 없다면, 비명횡사할 각오를 하고 걸어야 한다면 그게 어디 길인가.

예전의 제주도는 돌·바람·여자가 많아서 삼다도라고 했지만, 이제는 렌터카가 여자를 밀어내고 삼다의 한 자리를 차지했다는 말이 우스갯소리가 아니게 됐다. 제주인구의 성비에서 이미 남자 쪽이 더 높아진 반면, 도내의 렌터카 수는 3만 대를 넘는다고 하니 지극히 현실적인 표현이다. 렌터카만이 아니라 제주도에 등록된 자동차는 60만 대에 육박하는 상황이니 길을 달리는 자동차는 도내 인구만큼이나 많은 상황이다.

세계적인 관광지로 각광받는 제주도이니만큼 차량이 잘 주행할 수 있는 도로를 마련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만큼 사람도 즐거이 보행할 수 있는 길이어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따라서 차가 다니는 모든 길에는 사람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배려하는 관계당국의 각별한 정책이 필요하다. 제주도가 보행자 사고율이 전국 평균보다 높은 지역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시급한 사안이 돼야 한다.

여기서 명심할 것은 차도와 확실히 구분되지 않는 인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알맞은 경계석으로써 그 높이에서부터 차도와 분리시키는 인도의 마련을 의무화해야 한다. 관음사 부근의 도로에도 경계석으로 구분된 인도가 있었다면 지난달의 안타깝고 황당한 사고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우선 마을과 관광지 주변부터라도 인도를 제대로 조성하자. 주민들이 안심하고 마을길을 다니며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관광객들이 여유롭게 거닐면서 제주를 느낄 수 있도록 하자. 그것은 또한 운전자들이 안전하게 차량을 이용할 수 있는 확실한 방안이기도 하다. 사람살이에서 안전이 다른 모든 것보다 우선돼야 하지 않겠는가.

<김동윤 제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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