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다문화 이해교육강사 역량강화 연수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제주도교육청 제공
올해 4월 기준 도내 이주배경 학생 3429명 집계전체 학생 중 비율 3년 새 4.0%→4.53%로 증가도교육청, 디지털·AI 기반 멘토링 등 교육 강화
[한라일보] "처음에는 낯설기도 했지만, 이제는 같이 노는 게 너무 재밌는 같은 반 친구예요!"
제주 교실의 풍경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예전에는 반마다 한두 명 정도여서 눈에 띄던 이주배경 학생이, 이제는 교실 풍경 속 자연스러운 한 부분이 됐다.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가 공존하는 교실은 더 이상 낯선 장면이 아니다. 이는 제주 사회가 본격적으로 다문화 시대로 접어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변화다.

제주북초 한국어학급 모습. 제주도교육청 제공
12일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4월 1일 기준 도내 이주배경 학생은 3429명으로 전년 동기(3332명)보다 소폭 늘었다. 이주배경 학생은 학생 본인 또는 부모가 외국 국적이거나 외국 국적을 가진 적이 있는 학생을 말한다.
도내 이주배경 학생 수는 2023년 3128명, 2024년 3332명으로 꾸준히 증가해 왔다. 전체 학생 중 이주배경학생 비율도 2023년 4.0%, 2024년 4.3%, 2025년(4월) 4.53%로 점차 늘어나는 추세를 보인다. 이러한 수치는 제주지역 사회가 다문화 사회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올해 이주배경 학생 현황을 학령별로 자세히 살펴보면 초등학생이 2127명(62%)로 가장 많았다. 이어 중학생 875명(25.5%), 고등학생 427명(12.5%) 순이었다. 유형별로는 국제결혼가정 학생이 2738명(79.8%)로 가장 많고, 외국인가정 학생 412명(12.0%), 중도입국 학생 279명(8.1%)로 나타났다. 지역적으로는 서귀포시(996명·29%)보다 제주시(2433명·71%)에 집중됐다.
l 다문화 교육, 선택 아닌 필수
이 같은 변화는 다문화교육을 더 이상 '시혜적 지원'으로 볼 수 없게 한다. 언어 장벽과 문화 차이로 학업 중단이나 사회 부적응이 발생하면,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사회 전체의 인적 자원 손실로 이어진다.

지난해 8월 진행된 다문화가족 성장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 제주도교육청 제공
다문화교육은 이주배경 학생에게는 기초 학력과 한국어 능력을, 비이주배경 학생에게는 세계시민 의식을 길러주는 기회다. 서로 다른 문화를 존중하며 함께 성장할 때 학교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공간이자, 글로벌 인재를 키우는 요람'으로 거듭난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이러한 상황에 맞춰 2025년 '이주배경학생 맞춤형 교육', '다문화가족 성장 지원', '제주형 다문화교육 지원체계 강화' 등 3대 추진 과제를 설정하고, 35개 세부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먼저 도교육청은 초등 2교에서 초등 3교, 중학교 2교로 한국어학급을 확대하고, 초기 적응을 위한 '생활 한국어교실'(48교)과 학습 언어 능력 강화를 위한 '학습 한국어교실'(22교)을 구분해 운영하고 있다.

이주배경 학생과 비이주배경 학생 간 건강한 관계 형성을 위한 '찾아가는 어울림 프로그램' 운영 모습. 제주도교육청 제공
특히 올해는 디지털·AI 기반 1:1 멘토링을 24개 학교에서 새로 도입해 학생 개개인의 학습 속도와 수준에 맞춘 맞춤형 학습 지원도 가능해졌다.
입학 전후 적응이 어려운 학생을 위해 초등학교 4교에서는 '징검다리 과정'을 운영하며, '이중언어교실'(16교)과 '이중언어 말하기대회'(29교)를 통해 한국어와 부모 나라 언어를 함께 익히도록 돕는다. 올해 새롭게 도입된 '이중언어 뮤지컬 캠프'(15교)는 이주배경 학생과 비이주배경 학생이 함께 어울려 문화를 공유하는 장으로 주목받는다.
가족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지원망도 강화하고 있다. 학습통역도우미를 7교에 배치하고, AI 실시간 통역 시스템을 14교에 도입해 수업 참여와 학부모 소통의 언어 장벽을 낮췄다. 다국어 번역 가정통신문은 올해 285회 제공됐다. 퇴직 교원이 가정을 방문해 한국어 교육과 상담을 돕는 '우리집 선생님' 프로그램도 24교에서 운영된다. 가족 성장 캠프(28가족, 97명 참여)와 모국 방문 프로그램(22가족 지원)도 가족 단위의 학습과 문화 경험을 돕는다.
l 제주 다문화교육, 미래를 위한 투자
도교육청의 다문화교육 정책은 급증하는 이주배경 학생 수에 대응하는 동시에 미래 사회를 위한 투자이기도 하다. 단순히 언어를 익히는 단계를 넘어, 이중언어 능력과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강점'으로 발전시키는 글로벌 인재 양성이 목표다.

이주배경 학생과 비이주배경 학생 간 건강한 관계 형성을 위한 '찾아가는 어울림 프로그램' 운영 모습. 제주도교육청 제공
도교육청은 앞으로도 다문화교육 연구학교와 정책학교를 지속 운영해 교육과정을 고도화하고, 한국어교원 양성과정 교육경비 지원 등을 통해 전문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제주 사회에서 이주배경 학생의 증가는 도전이자 기회다. 다문화교육은 '다름'을 약점이 아니라 경쟁력으로 바꾸는 열쇠다. 다양한 문화가 함께 피어나는 교실에서, 제주는 지금 '함께 성장하는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김채현기자
■기사제보▷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