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서귀포시 강정항이 준모항으로 탈바꿈하면서 제주에서도 본격적인 크루즈 여행을 즐길 수 있게 됐다.
기존에는 중국 상하이에서 탑승한 크루즈 승객들이 잠시 내려 관광을 즐기는 기항지일 뿐이었던 강정항이 추가 탑승객을 태우는 준모항으로 거듭났다. 지난 5월부터 시작된 제주 출발 크루즈 여행은 일본과 중국을 거쳐 다시 제주 강정항으로 돌아오는 4박 5일 일정으로 진행된다. 강정항에 도착한 선박은 다시 새로운 승객을 태우고 같은 항로를 출발하며, 제주 바다 위에서 시작되는 설렘 가득한 크루즈 여행을 이어간다.
지난달 20일 강정항에서는 50여 명의 한국인 탑승객을 태운 아도라 매직시티호가 '제주~후쿠오카~상하이~제주' 노선의 항해를 시작했다. 종합경기장과 공항에서부터 강정항까지의 셔틀버스가 운행돼 제주도민 뿐 아니라 도외 승객들도 부담없이 크루즈 탑승이 가능했다. 가족부터 연인, 오랜 친구들 등 다양하게 모인 승객들이 대화를 나누다보면 셔틀버스는 어느덧 강정항에 도착했다. 간단한 짐검사와 예매증 확인만으로 탑승수속이 금방 끝났으며, 크루즈 측에서 배부하는 러기지택으로 구분된 각자의 짐이 각 선실마다 배달돼 직접 짐을 옮길 필요도 없이 승선 과정이 원활하게 진행됐다.

강정항에서 승객들이 아도라 매직시티호에 탑승하고 있다.
중국 국영선사인 아도라크루즈의 '아도라 매직시티호'는 13만5000t급으로 5000여 명의 승객이 수용가능한 대형선박이다. 이들 중 한국인 탑승객은 50여 명뿐이지만, 크루즈 여행동안 한국인 관광객에 대한 배려를 엿볼 수 있었다. 기존 중국 상하이에서 탑승한 관광객들은 강정항에서 하선해 제주 관광을 이어가고 있어, 탑승하자마자 마주한 크루즈의 풍경은 넓고 조용했다. 탑승 이후 바로 환영 행사가 진행돼 다양한 간식과 웰컴 드링크와 함께 항해, 객실, F&B 등 각 분야를 총괄하는 선원들의 소개와 크루즈 이용 안내를 받았다. 이어지는 저녁시간에는 한국인 탑승객들 전용으로 구분된 식사공간을 이용할 수 있어, 붐비는 크루즈 내에서도 여유로운 식사가 가능했다.
이에 평소 크루즈 관광을 즐긴다던 한 승객은 "크루즈라는 특성상 식사공간은 한정돼 있고 탑승객은 몇천명을 육박하니 공간이 좁게 느껴지고 시끄러울 수 밖에 없다"며 "한국인들만 따로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어 식사공간 만큼은 그간 타본 크루즈 중에 손에 꼽는다"고 말했다.

아도라 매직시티호 선실 내부 모습.

크루즈 내부 시설(야외수영장).
뿐만 아니라 끼니마다 김치와 고추장을 제공하고 기존 메뉴에 김치전, 제육덮밥같은 한식 메뉴를 추가하는 등 식사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이어졌다.
이후 크루즈는 일본 후쿠오카 하카타 항구를 향한다. 자고 일어나자마자 창밖의 펼쳐진 바다는 크루즈 여행의 낭만을 실감케 했다. 각 기항지마다 가장 먼저 하선하고 상선하는 한국 탑승객들은 여유롭게 일본 땅을 밟았다. 특히 크루즈측에서 미리 여권을 거둬 절차를 마쳐둬 기항지 상·하선의 번거로움을 덜 수 있었다.
현지에 거주하는 한국인 가이드의 안내와 함께 진행된 후쿠오카 관광에서는 일본 전통 코스 요리인 '가이세키'와 함께 짧은 온천을 즐기고, 후쿠오카의 대표 관광지인 다자이후 천만궁을 산책하며 짧지만 알찬 후쿠오카 관광을 즐길 수 있었다. 다시 배에 오를 때 역시 크루즈 내 각 선실의 방키만으로 쉽게 탑승이 가능했다.

크루즈 내부 시설(식당).

크루즈 내부 시설(로비).
이후 중국 상하이까지 긴 항해를 이어가 승객들은 크루즈 내에서 하루를 지내게 된다. '하루종일 배 안에서만 생활하는 것이 답답하고 지루하진 않을까?'하는 걱정도 잠시, 크루즈 내에서는 마술쇼와 공연부터 칵테일쇼와 요가, K-POP 댄스 수업 등 다양한 공연과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영어와 중국어로 안내되는 프로그램표에 불편함도 있었지만 한국인 전용 식사 공간에 날마다 한국어로 번역된 안내문이 게재돼 원하는 프로그램을 즐기는 데 큰 문제가 없었다.
칵테일쇼 프로그램을 체험한 한 탑승객은 "단순히 칵테일 시음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호응 유도가 이어져 그 분위기의 활기참이 계속 생각난다"고 후기를 전했다. 또 다른 승객은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한 다른 (중국인)관광객들과 말은 통하지 않지만 함께 웃으며 춤추다 보니 에너지가 넘치고 정말 즐거웠다"고 말했다.
선내 프로그램 외에도 자쿠지, 스파, 농구장, 수영장, 헬스장, 미니골프장, 면세점 등 크루즈 내 시설만으로도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많은 승객들이 각 시설에서 각자의 취미생활을 즐기고 곳곳에 마련된 벤치와 선베드에서 대화를 나눴다. 또한 갑판을 따라 바다를 바라보며 산책하는 여유도 하나의 즐길거리가 됐다.
실제로 혼자 크루즈 여행에 나선 한 탑승객이 "평소 러닝을 즐겨 크루즈 여행 동안에도 아침마다 러닝을 했다"고 이야기하자 이야기를 듣던 탑승객은 "선내를 구경하다보니 갑판을 따라 트랙이 너무 잘 마련돼 있어 러닝하시는 분들은 여기서 뛰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호응했다.
그렇게 하루동안 크루즈 내에서의 생활을 즐기다보면 다음날 상하이에 도착한다. 모항인 상하이에서의 상·하선은 그동안의 절차보다 복잡해 비교적 시간이 더 많이 걸리지만 30~40분 이내 마무리된다.
현지 거주 중인 한국인 가이드와 함께 상하이의 대표관광지인 동방명주와 와이탄, 예원 정원을 구경하고 중식으로 훠궈를 먹고 다시 크루즈로 돌아온다. 이후 크루즈에서 저녁시간을 보내고 다음날이 오면 강정항에 도착한다.

크루즈 외관.
크루즈 여행을 마치며 탑승객들은 여행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따로 신경쓸 것 없이 모든 것이 준비돼있어 쉬고 즐기기만 하면 돼 부모님 효도여행이나 회사 워크숍에 제격이라는 후기가 이어졌다.
현재 아도라매직시티호에서 수용되는 한국인 탑승객은 최대 50명에 그치지만 계속해서 인원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자유여행 선호도가 높은 젊은 층을 고려해 상하이에서 하선 후 1박을 묵어 관광시간을 확보한 상품이나 도외 탑승객 유치를 위해 제주에서 출항해 인천공항으로 돌아오는 일정 등 다양한 크루즈 관광 상품이 개발될 예정이다. 크루즈 수요가 늘어나고 다양한 상품이 개발되며 일어날 도내 크루즈 산업의 활발한 성장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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