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길을 걷는다. 집을 나서 학교와 직장으로 향하고, 장을 보고, 동네 공원을 산책하는 모든 순간에 '보행'이 있다. 그러나 우리의 도로는 여전히 자동차의 흐름에 맞춰 설계돼 있고, 보행자는 그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공간을 공유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사람 중심'의 교통 문화로의 전환이다.
제주는 경제 발전과 함께 차량 보급이 급격히 늘었다. 도로는 자연스레 차량 중심으로 확장됐고, 보행 공간은 좁고 단절됐다. 이에 보행 안전은 도정의 가장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제주도는 2025년 '제3차 보행안전 및 편의증진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보행자우선도로·보행자전용길 지정, 보행환경 개선지구 조성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안전한 보행로의 확보는 단순히 사고를 줄이는 차원을 넘어 도시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투자다. 걷기 좋은 환경은 사람들을 거리로 불러내고 골목상권을 살리며, 도민의 건강을 증진시킨다. 차량 이용이 줄면 탄소 배출도 함께 감소한다.
이러한 흐름은 카를로스 모레노 교수가 제안한 '15분 도시'의 핵심과 맞닿아 있다. 주거지에서 15분 내에 교육·의료·공원 등 필수 서비스를 도보·자전거·대중교통으로 이용할 수 있게 만드는 일. 그 출발점이 바로 안전하고 쾌적한 보행이다.
세계 곳곳에서 차 없는 거리, 보행자전용도로, 생활권 단위 보행 네트워크가 이미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제주도 역시 사람을 최우선에 두는 보행 정책을 일관되게 확대해 나가야 한다. <김정옥 제주도 건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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