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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정의 목요담론] 평화의 섬 제주, 진정성
김경섭 기자 kks@ihalla.com
입력 : 2019. 05.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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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역사에서 평화에 대한 의미는 각별하다. 71년 전 4·3사건의 아픈 기억이 한 몫을 했지만, 역사적으로 제주는 지리적 요건 때문에 주변 세력들로부터 많은 침입과 저지를 받았기에 평화에 대한 갈망은 진행형일 수밖에 없다.

굳이 기록을 찾아본다면, 고려 삼별초의 대몽항쟁, 100여년 간의 몽고의 간섭기, 여말선초부터 근대까지 자행된 왜구의 다발적 침탈, 조선중기 명종대의 을묘왜변, 탐관오리들의 학정에 의한 민란, 일제 강점기의 전초기지로서의 군사적 착취와 전쟁, 4·3사건, 그 역사의 중심에 제주도민이 있었다.

이처럼 천년의 시간 동안 제주역사는 지리적 요충지에서 오는 주변의 침략 대상지, 거친 토질에서 낮은 생산량에 의존한 생활은 아름다운 자연의 섬 속에 평화를 간직했다기 보다는 오히려 굴곡의 세월을 품었다.

왕조실록을 보더라도 제주는 척박한 대지와 가뭄과 재해, 왕도와 멀리 떨어져 수령조차 쉽게 관리될 수 없었던 곳임을 확인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종 때는 제주를 떠나 떠도는 유랑민 수가 1만 명을 넘었다고 할 정도로 우리가 바라 본 신비의 섬 제주가 아니었다.

조선왕조가 지방제도를 정비하고 제주에 목사를 파견하는데 있어서도 특별했다. 제주가 왕도와 멀리 떨어져 있고 해도(海島), 절도(絶島)라는 이유로 목사의 명칭에 상황 별로 안무사(安撫使), 방어사(防禦使), 병마수군절제사(兵馬水軍節制使) 등을 겸직시켰다. 제주목사의 겸직은 육군과 해군을 총괄하게 하는 군사적 체제로서의 입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이것만이 아니다. 중종 19년에는 제주가 바다 밖에 있기 때문에 수령들이 불법을 저질러 많은 백성들이 유랑할 수 있고 또한 군기관리까지 허술할 것이라고 하면서 어사를 보내어 죄상을 살피라고 어명이 내려지기도 했다. 조선왕조는 제주 섬 안과 밖의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진행하였으나, 조선 안에 제주는 국방의 위협과 위정자의 여하에 따라 흔들리는 곳이었다.

이러했던 제주가 2005년 1월 27일 정부로부터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받았다. 이것은 국제적 분쟁과 갈등을 예방·해결하는 완충센터로 거듭나고,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정착에 기여하는 국제평화도시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상징적 지정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제주는 평화의 섬 지정 당시부터 해군기지 갈등에 이어 영리병원, 제2공항, 대형개발사업에 대한 갈등들이 릴레이 되어 진행되어 왔다. 과거가 외부세력에 의한 평화의 해침이었다면, 현재는 도민사회 내부에서 평화를 해치는 갈등이 난무하다.

그 뿐만이 아니다. 14년 전 평화의 섬 지정에 따른 17대 사업들은 5월 하순에 있을 제주포럼과 4·3사건 관련 사업, 평화기구, 국제기구 유치를 제외하면, 모두 단발성이거나 지지부진 한 사업이다.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 공약이었던 알뜨르비행장 평화대공원 조성사업 조차 공약 후순위 사업으로 밀려버렸다.

이제 평화의 섬 제주는 14년 전 만든 17대 사업에 매몰 될 것이 아니라 과거의 역사적 사건들을 가치조명하여 평화로 재해석해 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또한 도내 곳곳에서 생체기 내듯이 일어나는 갈등들을 조정하고 치유하는 정책이 평화를 위한 사업으로 새로 조성해야 한다.

<오수정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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