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재의 목요담론] 울릉군의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운영을 기대하며

[이수재의 목요담론] 울릉군의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운영을 기대하며
  • 입력 : 2019. 01.10(목) 00:00
  • 김경섭 수습기자 kk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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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가 2010년 세계지질공원으로 첫 인증을 받은 후 재인증을 두 번 거치면서 이제는 2020년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대회를 유치할 정도로 국제 무대에서는 인정을 받고 있다.

제주도의 지질공원의 선도적인 역할에 따라 국내에서는 청송과 광주, 화순, 담양이 포함된 무등산이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을 받아 우리나라의 지질유산의 우수성과 함께 지질공원 운영 능력도 상당히 높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작년에 한탄강 국가지질공원이 세계지질공원 신청서를 제출하였고, 올해 고창과 부안의 전북 서해안 국가지질공원 등 다수 지역이 추가로 세계지질공원 인증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는 조만간 6~7개의 세계지질공원을 보유하게 될 것이다. 아울러 북한과 협력이 된다면 남북 공동 세계지질공원 운영도 가능하고, 북한의 세계지질공원 추진시 상호 협력을 통하여 한반도 자체의 지질학적 우수성을 세계에 알릴 수 있다. 지질공원에서 국제적 강자로 발전하기를 기대해 본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은 지질유산이 우수한 지역에서 그 지질유산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보전을 통한 관광으로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목표로 한다. 유네스코에서는 세계지질공원을 원하는 지역에 대하여 해당 지역의 지질유산이 국제적 가치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도록 요구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10개의 국가지질공원과 2개의 후보지가 있는데, 이중 세계지질공원으로 빨리 추진하여야 할 곳이 울릉도·독도 국가지질공원이다.

면적이 73평방㎢로 상대적으로 매우 작은 편에 속하지만 울릉도는 동아시아에서는 매우 중요한 지질유산을 간직하고 있다. 화산이 폭발적으로 분출하면 화산재가 하늘 높이 올라간 후 바람을 타고 멀리 퍼지는데, 이들은 바다나 육지의 호수에 떨어져서 퇴적물로 쌓이게 된다. 동해에서 건져 올린 바다 퇴적물을 살펴보면 이런 화산재가 쌓인 층을 여러 개 발견할 수 있다. 이를 통하여 동아시아의 화산분출에 대한 자연현상과 아울러 현세에서 인류에게 미친 영향의 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

동아시아에서 10만년 이내에 거대한 화산 분출은 백두산과 울릉도 그리고 일본의 화산들이 있다. 그런데 화산재의 성분이 거의 같다면 이것이 어느 화산에서 왔는지 구분이 쉽지 않다. 그러나 특이하게도 울릉도의 화산재는 포놀라이트라는 특이한 광물이 있어서 이것이 발견되면 울릉도에서 유래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백두산의 화산재는 조면암 성분이 우세하며, 제주도는 현무암 성분이 많지만 폭발성 분출이 거의 없어서 바다에 화산재를 공급한 적이 거의 없다. 따라서 울릉도의 화산재는 동아시아의 화산분출 역사와 그 당시 바람의 흐름을 알 수 있는 국제적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 더욱이 이 화산재를 공급한 울릉도에는 화산 폭발 당시 불에 탄 나무인 탄화목이 발견되어 동위 원소를 분석하면 그 폭발연대를 정확히 알 수 있다. 그래서 동아시아 화산재 층서학에서는 울릉도 화산재를 국제 표준으로 삼고 있다.

울릉도 나리분지에 가면 포놀라이트 성분을 간직한 화산재 층이 웅장하게 나온다. 국제적 중요성을 가진 지질유산의 현장 중의 하나이며, 울릉도가 세계지질공원이 될 수 있는 기본조건을 충족하고 있다.

포놀라이트(phonolite)는 쇠망치로 치면 종소리가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돌로 만든 악기가 몇 개 있는데, 우리의 전통악기인 편경이 한 예이다. 편경은 경옥(jade)으로 만들지만, 영어로 리소폰(lithophone)이라고 하므로 흥미있는 이야기 거리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울릉군에서 지속가능한 종소리가 들리는 세계지질공원 운영을 기대해 본다.

<이수재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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