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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플러스] 메밀 5월부터 10월까지 꽃구경
여름의 문턱 제주 곳곳서 펼쳐지는 하얀 장관 '메밀'
채해원 기자 seawon@ihalla.com
입력 : 2018. 06.21. 2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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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표선면에 위치한 보롬왓에서 방문객들이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기고 있다. 한라일보DB

이모작 가능한 제주 메밀
5월부터 10월까지 꽃구경

전국 생산면적 37% '최대'
라벤더·수국 함께 즐기자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한 구절이다. 소설의 주인공 허생원과 동이가 걸었던 강원도 봉평의 한 산길, 부서지는 달빛과 메밀꽃을 묘사한 이 장면은 소설의 내용과 절묘하게 맞물려 꽤나 인상적이다. 때문일까. 메밀하면 강원도 봉평, 달빛 등이 우선 떠오른다. 많은 사람들이 메밀의 주산지를 강원도로 오해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메밀 주생산지 '제주'=전국에서 메밀 생산량이 가장 많고 재배면적이 가장 넓은 곳은 바로 제주다. 제주 메밀의 생산량은 태풍 피해로 생산량이 급감한 2016년을 제외하고 30%가량으로 전국 최고다. 제주도내 메밀 재배면적도 지난해 845㏊로 전국 메밀 생산면적의 37%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16년 제주도내 메밀 재배 면적은 1382㏊로 전국 메밀 생산면적의 43.5%를 차지했다. 이는 타 지역의 3배 가량 넓은 수준이다. 때문에 하얀 메밀밭 장관은 제주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특히 제주는 기후적으로 메밀을 2모작으로 재배할 수 있어 파종시기에 따라 5~10월까지 메밀꽃을 볼 수 있다. 9~10월 가을로 향하는 길목이 아닌 5~6월 여름의 문턱에서 하얀 장관을 만날 수 있는 셈이다. 개화기간도 20~30일로 비교적 길다.

제주민속촌 전통음식만들기 체험에 참여해 빙떡을 만들고 있는 참가자들. 한라일보DB

▶6월의 대표 메밀꽃축제=제주에서는 9~10월이 아닌 5~6월에도 메밀꽃 축제가 열린다. 대표적인 축제는 제주도 서귀포시 표선면에 위치한 '보롬왓'에서 펼쳐지며, 지난달 19일부터 '네번째 메밀꽃 이야기' 축제가 진행되고 있다. 축제기간엔 무지개빛 깡통기차를 탈 수 있고, 연날리기와 뻥튀기도 즐길 수 있다.

6월 들어 슬슬 메밀 열매가 영글기 시작했지만 너른 들판 곳곳 하얀 메밀꽃이 박혀있다. 누렇게 익은 보리와 이달 만개한 보라빛 라벤더, 보름왓 초입 수국이 아쉬움을 달랜다. 무료 입장이 가능했던 보롬왓은 올해부터 입장료 3000원을 받는다. 보롬왓 내 위치한 카페에서는 직접 재배한 메밀로 만든 세련된 갈레트도 선보인다.

메밀꽃 축제장이 아니라도 하얀 메밀꽃 장관을 즐길 곳은 많다. 동쪽 백약이오름으로 가는 길목, 1100도로에서 산록도로로 향하는 길목, 송당마을 안 카페 인근 등. 하얀 메밀밭은 푸른 하늘과 오름, 검은 돌담과 어우러지며 가슴뛰는 장관을 선사한다. 단 대부분의 메밀밭이 농경지인만큼 함부로 들어가는 일은 자제하는 것이 좋겠다.

제주인의 삶에 녹아있는 메밀
자청비 신화에도 등장… 빙떡 등 음식 다채

메밀은 제주 자청비 신화에 등장하는 작물로, 제주의 신화·역사·생활과 관련된 이야기적 요소가 많다.

자청비 신화에는 제주에서 메밀을 키우게 된 이야기가 담겼다. 하늘나라를 어지럽힌 반란군을 진압한 자청비는 옥황상제는 주는 큰 상을 마다하고 오곡 씨앗을 받는다. 씨앗을 파종하고 보니 종자 하나가 비어 다시 하늘로 향한 자청비는 "땅이 없는 사람들이 들에 뿌려도 열매를 거둘 수 있는 곡식이 필요하다"며 씨앗을 받아온다. 그것이 바로 메밀씨앗이고, 메밀은 다른 작물보다 늦게 척박한 땅에 뿌려도 잘 자라 사람들의 양식이 돼 주었다는 얘기다.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메밀은 제주 신화에 등장할 만큼 오랜기간 구황작물로 활용됐다. 제주의 문화와 환경에 맞게 융합되고 발전돼 관혼상제 음식은 물론 다양한 형태로 제주만의 독특한 음식문화를 창출하고 있다.

옛 제주사람들은 소화가 잘 되지 않는 메밀을 소화효소가 뛰어난 무와 함께 섭취했고, 그 대표적인 것이 '빙떡'이다. 빙떡은 메밀전을 얇게 부쳐 그 위에 무채를 넣어 싸서 먹는 것으로, 명절이나 제사 때 꼭 조상께 올렸다고 한다. 사람이 돌아가셔서 저승사자를 위한 떡을 만들 때도 메밀가루를 반죽해 '개떡'을 만들었다. 개떡은 상여가 나갈 때 이 떡을 길에 버리면 혼백을 모셔가는 개가 이떡을 먹는다고 해 이같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그 외에도 돼지사골에 모자반(몸)과 메밀을 넣어 만든 '몸국'은 해녀들의 허기를 채워줬고, 메밀가루로 만든 수제비과 미역을 함께 끓인 '메밀수제비(메밀조배기)'는 나쁜 피를 배출시켜 혈액을 맑게 해 산모들을 위해 많이 만들었다고 한다. 제주사람들은 옛부터 쉽게 구할 수 있던 꿩으로 육수를 내고 여기에 메밀과 무를 넣어 '꿩메밀칼국수'를 끓여먹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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