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광장]제주 주거복지 정책, 바쁠수록 돌아가자!

[문화광장]제주 주거복지 정책, 바쁠수록 돌아가자!
  • 입력 : 2016. 09.13(화)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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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 제주의 환경시스템은 총제적인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준비하고 대처할 시간적 여유 없이, 매년 2만여명에 가까운 인구증가는 제주의 가치라 할 수 있는 '삶의 여유'를 무색하게 한다. 최근의 보도에 의하면 하수 종말 처리장의 정화능력이 부족하여 오수를 청정바다에 그대로 방류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아름다운 제주의 원풍경은 정체 모를 타운하우스 단지로 대체되는 등 제주의 곳곳에서 긍정적이지 못한 '제주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이러한 제주의 환경적 현상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의 시급함을 논하지 않을 수 없다. 더불어 이 상황은 정책의 입안자인 행정조직에 양적 목표를 수립하게 하는 압력이 되기도 한다.

제주의 주거분야도 새로운 주거 정책의 수립이 매우 절실한 상황이다. 최근 예고된 주거복지정책에 따르면, 공공임대주택의 형식으로 2025년까지 2만세대를 공급하며 매년 2000세대 건립을 양적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내용적으로는 공급량의 50% 이상을 박근혜 정부의 주요 주거정책인 '행복주택사업'의 형식으로 국비보조(30%)에 의한 사업으로 전개될 예정이다. '행복주택'은 대학생, 사회초년생이나 신혼부부와 같은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주거공급정책으로서 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 주택구매 포기한 이른바 '오포세대'라 불리는 우리 사회의 다음 세대를 위한 주거정책이란 당위성은 충분하다.

그런데 이러한 주거정책의 양적 목표 달성을 위해 다음과 같은 주요 고려사항들이 간과될 우려가 있다.

첫째로, 도시의 유기체적 속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사업단위 규모의 적정성과 입지성 측면에서 고려될 사항으로, 거대한 규모로 일정 지역에 집중된 주거공급은 도시의 공간조직에 순간적인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이때 도시의 평형상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사업 방식이라 할 수 있는 '도시침술(Urban Acupuncture: 쿠리치바의 전 시장인 '자이메 레르네르' 제안)' 수법을 작은 사업단위로 적용하면 효과적이다. 마치 인체의 주요부위에 침을 놓아 치유하듯 도시의 신체에 적정하게 공공시설, 공원, 주거의 기능을 보강하여 도시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이미 50세대 미만의 소규모 행복주택사업이 여러 곳에서 진행 중인데, 이러한 사업이 '도시침술' 수법과 결합되어 도시의 전 지역으로 확대되면 효과가 더욱 극대화될 수 있다.

둘째로, 도시의 공간 구조적 측면에서 주거 프로그램의 다양성을 유지하여야 한다. 즉 사업에 적용되는 주거의 형식도 양적 목표달성이 용이한 아파트 일변도에서 탈피하여야 한다. 정책의 실효를 거두는데 시일이 소요된다 하여도, 소규모단지와 공유주택, 다가구주택 등의 소규모 주거형식에 의한 주거 정책이 공간의 영역화가 강한 아파트단지보다 건강한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셋째로, 주거의 문화적 가치를 존중하여야 한다. 양적 시대의 주거는 경제적 가치가 우선되고 있지만, 주거의 본질은 문화적 속성이 강한 건축이다. 새로운 주거복지정책에는 제주사람들의 삶과 연계된 제주주거의 문화적 가치가 포함되어야 한다.

'2025년까지 2만 세대, 연간 2000호 건립'이라는 양적 목표에 우리가 지켜야할 주거의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숙고해야 할 시점이다. 최근 건축계에서는 주거복지정책의 사업으로 제주시민복지타운 내 시청사부지를 활용한 공공임대 1200세대의 공급계획에 대해 찬반의 논쟁이 뜨겁다. 제주의 주거복지정책, 옛 어른들의 말씀처럼 바쁠수록 돌아가자!

<양건 건축학 박사·가우건축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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