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준비하는 노년의 뇌 건강… 인지 기능 자극 중요
신문·그림책 함께 읽고 생각 나누며 기억·관계 회복
[한라일보] "나 뭐 허젠 해신디, 기억이 안남져."
제주의 어르신들이 간혹 하시는 이 말은 웃음 섞인 농담 같지만 "나도" 라는 공감과 함께 나이 들면 당연한 일로 치부한다. 단,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을 때까지 말이다.
우리 제주 사회가 직면한 현실은 제주지역의 노인 인구는 2025년 2월 기준 12만7880명으로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19.1%이다. 이는 국내 17개 행정구역 중 11위에 해당하는 비율이다.
제주지역의 노인인구비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그 속도가 매우 빨라 2026년에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20% 이상)로 진입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장수의 섬 제주'라는 브랜드에 향후 발생되는 사회적 문제와 비용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뜻도 포함돼 있다. 그 뒤편에는 또 다른 숫자가 따라 붙는다. 바로 치매 환자 수이다. 제주는 추정치매유병률 9.68%로 전국 평균 9.15%보다 높다.(출처: 중앙치매센터)

이미지=클립아트코리아
"뇌는 사용하지 않으면 퇴화한다." 뇌는 30대부터 자연스럽게 노화가 시작되며 고령화 사회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노년층의 인지 건강은 중요한 사회적 과제가 되고 있다. 특히 '경도인지장애(Mild Cognitive Impairment, MCI)'는 치매로 이어질 수 있는 전단계로, 이 시기에 적절한 자극과 돌봄이 주어진다면 인지 기능의 유지 및 회복이 가능하다는 연구들이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런 연유에서 미디어교육연구회 'ON'은 2025년 기억을 깨우는 미디어, 신문과 그림책을 활용해 '시니어를 위한 미디어 활용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 왜 기억을 깨우는 미디어 도구로 신문과 그림책일까?
매일 아침 신문을 펼치는 어르신들. 그 모습은 단지 습관이 아니라 기억과 감각을 지키는 중요한 행위이다. 요즘처럼 스마트폰이 모든 정보를 흡수해버리는 시대에도, 신문은 여전히 시니어 세대에게 익숙하고 믿을 수 있는 '배움의 매체'로 자리잡고 있다.
그림책은 더 이상 어린아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올해는 0세부터 100세까지, 모두를 위한 그림책 '2025년 그림책의 해'로 선정해 특히 고령층에게는 감성적 자극과 기억 회복을 돕는 중요한 도구로 주목받고 있다.
그렇다면, 신문과 그림책이 '시니어를 위한 미디어 활용 프로그램'에 어떤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까?
▶직관적인 시각적 자극으로 뇌를 깨운다
그림책의 가장 큰 특징은 그림과 텍스트가 결합된 형태라는 점이다. 또한 일간지 기준 1일 신문에 사진이 100개 가까이 실려진다는 것은 공공연한 정보이다. 그림은 시각적 자극을 제공하며, 글은 언어적 자극을 준다. 이 두 가지 자극이 동시에 뇌의 여러 부위를 활성화시켜 인지 기능을 자극할 좋은 미디어이다.
▶현실과 연결되어 있다
신문 기사는 어르신들의 삶과 직접 맞닿아 있는 경우가 많다. 마을 행사, 기후 변화, 농사 정보, 지역 인물 인터뷰 등은 과거의 경험을 끌어내고, 새로운 지식과 연결하는 데 좋은 매개이다. 그림책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들이 많아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다룬 그림책을 통해 자신의 삶과 연결된 과거의 경험을 떠올리는 회상 활동은 기억을 회복하고 정서적 안정감을 찾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감정 표현, 정서적 치유, 사회적 상호작용 촉진
신문과 그림책을 함께 읽고, 토론하는 과정은 사회적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치매 예방에는 타인과의 대화가 중요한데, 신문과 그림책은 그 대화의 매개체가 된다. 어르신들이 함께 앉아 그림책을 읽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사회적 유대감을 강화할 수 있다.
그림책을 활용한 활동은 참여자들이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는 장을 열어준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자극은 치매 예방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이렇듯 그림책은 단순히 어린이들을 위한 책이 아닌 인지 기능을 자극하고, 감정을 회복시키며, 사회적 유대감을 증진시키는 중요한 도구로 활용된다.
또한 참여자가 단순히 수동적으로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보며 기억을 떠올리고,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주도적으로 사고하는 기회가 생긴다. 이 모든 과정은 인지 회로를 다시 점화시키는 아주 중요한 활동이다.
신문과 그림책, 일상생활 속 미디어지만 그 속에는 상상력, 기억, 감정, 관계가 어우러져 있다. 이 복합적인 자극은 경도인지장애를 가진 이들에게 단순한 '독서'를 넘어 '예방적 인지활동'으로 작용한다.
앞으로 20회에 걸쳐 경도인지장애와 시니어를 위한 신문과 그림책 활용 프로그램을 소개할 예정이다. 신문과 그림책, 일상 속 미디어가 어떻게 삶을 흔들고, 새로운 빛을 비추는지를 함께 경험해 보기 바란다.
이번 연재는 미디어교육연구회 'ON'(옛 제주NIE학회) 소속 강은숙, 곽재정, 박진희, 이현화, 채경진 강사가 참여한다.
<연재팀/미디어교육연구회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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