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觀] 굿뉴스
투명도 혼합 공간
  • 입력 : 2025. 10.20(월) 02:00
  • 고성현 기자 kss0817@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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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굿뉴스'의 배우 홍경

[한라일보]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킹메이커>,<길복순>을 연출한 바 있는 변성현 감독의 신작 <굿뉴스>가 글로벌 OTT플랫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었다. 1970년대에 일어난 실화를 기반으로 한 이 작품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납치된 비행기를 착륙 시키고자 한 자리에 모인 다양한 사람들의 수상한 작전을 그린 영화다. 한국과 일본, 북한과 미국이라는 각기 다른 나라의 권력자들의 이해가 충돌하고 각기 다른 목적과 욕망을 지닌 또 다른 사람들의 순간들이 연쇄적으로 부딪히는 영화 <굿뉴스>는 비행기 납치를 소재로 하늘과 땅의 상반된 표정을 담아내는 스펙터클한 블록버스터인 동시에 수많은 인간 군상들의 다채로운 표정의 스펙트럼을 집요하게 관찰하는 인물의 풍경화이기도 하다. 아이러니와 딜레마에 놓인 인물들의 시시각각을 블랙코미디 장르로 담아낸 변성현 감독은 일어난 사실에 약간의 창의력을 더한 뒤 믿으려는 의지를 합치면 완성되는 쇼타임을 흥미진진하게 끌고 나간다.

<굿뉴스>의 흥미로운 서사와 정교한 프러덕션 위를 자유롭게 비행하는 것은 이 기막힌 상황의 스테이지를 가득 채우는 배우들이다. 배우 설경구와 류승범의 압도적인 개성이 부딪히며 나는 짜릿한 파열음의 옆에는 카사마츠 쇼와 야마다 히로유키의 각기 다른 사자후가 울려 퍼진다. 이밖에도 많은 출연진들의 퍼포먼스가 쉴 틈 없이 이어진다. 이 뜨거운 앙상블의 한복판에 배우 홍경이 있다. <굿뉴스>에서 배우 홍경은 납치된 비행기를 착륙 시켜야 하는 중대한 임무를 덜컥 맡게 된 전도유망한 엘리트 공군 중위 서고명을 연기한다. 영어와 일본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하며 출세를 위한 야망을 숨기지 않는 서슬 퍼런 청년이 바로 서고명이다.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할 수도 있고 할 수 밖에 없게 된 이 비밀 작전에 뛰어든 그는 모든 상황의 모든 인물들과 맞닥뜨리며 예측할 수 없는 작전 상황처럼 천변만화하는 캐릭터다. 그간 배우 홍경을 대표하는 이미지와는 다소 다른 결로 느껴진다. 해사한 투명함으로 흔한 의심조차 지우게 만들던 청년, 소망이라는 작은 감정을 귀하게 다뤘던 소년의 면모를 갖고 있던 이가 덜컥 안은 야망의 함정이라니.

하지만 <굿뉴스>에서도 배우 홍경은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다소 낯설어 보이는 캐릭터 서고명마저 다시 한 번 꽉 끌어 안는다. 완력이 아닌 것으로, 포옹의 결과를 확신하는 눈빛으로.

영화 데뷔작인 <결백>에서 홍경은 자페성 장애를 갖고 있는 정수 역할을 연기하며 관객들에게 인상적인 눈도장을 찍었다. 테크닉적으로도, 앙상블 안에서도 쉬운 역할이 아니었지만 홍경은 특유의 진심 어린 기세로 장르적 관성마저 돌파해낸 진한 흔적을 인물에 새긴 바 있다. 이후 홍경의 행보는 그야말로 다채롭다. <정말 먼 곳>에서는 시인 현민 역할을 맡아 어려운 사랑의 정직한 대답을 가진 이를 연기했다. 퀴어 커플의 재회를 그린 이 작품에서 배우 홍경은 오래 고민한 태연함의 태도로 기꺼이 관객들에게 사랑의 질문을 던지는 쪽을 택한다. 그런가 하면 OTT시리즈 장르성이 강한 <약한 영웅>과 에서는 흔치 않은 빌런을 신선한 조형으로 완성시키는 테크니컬한 배우의 면모를 보여준다. 일견 앞의 작품들과 비슷해 보이지만 또 다른 결을 가진 사회성 짙은 드라마 <댓글부대>의 팹텍은 더 정교하게 어둡다. 가장 최근작인 영화 <청설>과 애니메이션 <이 별에 필요한>은 홍경의 본격적인 로맨스 물이라 할 수 있는데 이 두 작품 또한 미묘하게 다르다. <청설>의 용준이 주저하지 않는 이라면 <이 별에 필요한>의 제이는 기다림을 멈추지 않는 이다. 영화 데뷔작 <결백>이후 불과 5년 여 만에 배우 홍경의 팔레트가 이토록 다채롭다. 어서 스케치북을 더 내놓으라는 듯 신이 난 모양새로, 호기심을 숨기지 못한 눈빛으로.

<굿뉴스>는 사건의 정면과 이면을 드러내는 무대와 예측하기 어려운 그 무대의 뒷면을 오가는 작품이다. 이 때문에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이들의 안과 밖을 흥미롭게 조망할 수 있게 만들기도 한다. 보여지는 것과 드러내지 않은 것 사이 메신저인 동시에 퍼포머인 홍경은 서고명의 순간에 그의 시그니처를 찬찬히 새겨 넣는 것으로 임무를 완수한다. 같은 이미지라도 어떤 색 공간에 표시되는지에 따라 다른 결과물을 도출하는 일, 기꺼이 무대에 올라 다채롭게 변모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배우 홍경이 그 투명도 혼합 공간 안에 있다.

<진명현 독립영화 스튜디오 무브먼트 대표(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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