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13)서귀포학생문화원 야영수련장~돈내코계곡~한전길~동홍천~한라산둘레길~절로가는길~서귀포학생문화원 야영수련장

[2019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13)서귀포학생문화원 야영수련장~돈내코계곡~한전길~동홍천~한라산둘레길~절로가는길~서귀포학생문화원 야영수련장
기암과 어우러진 오색단풍… 깊어진 가을정취 물씬
  • 입력 : 2019. 11.12(화) 00:00
  • 김경섭 기자 kk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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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상 절리를 이루고 있는 돈내코계곡의 바위. 강희만기자

시선 사로잡은 ‘세 줄다리 건너기’
자갈을 밞으며 즐기는 건천트레킹
겹겹이 포개진 판상절리 장관 이뤄
피톤치드 듬뿍 마시며 자연 만끽

사람들은 고민거리를 안고 살아간다. 고민거리는 크기나 많고 적은 데에 있지 않고, 그것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가에 달려있다. 우리 함께 숲길을 거닐며 잠시나마 고민을 잊는 것은 어떨까.

지난 2일 올해 열세번째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가 진행됐다. 이번 에코투어는 서귀포학생문화원 야영수련장을 시작으로 돈내코계곡~한전길~동홍천~한라산둘레길~절로가는길을 거쳐 다시 서귀포학생문화원 야영수련장으로 돌아오는 코스였다.

참가자들은 안전요원을 따라 가볍게 몸을 푼 뒤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했다. 10분도 채 되지 않아 시선을 사로잡은 건 '세 줄 다리 건너기'시설이었다. 여성 참가자들은 줄을 잡고 다리를 건너는 것이 무섭다면서도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라며 좋아했다. 다리를 건너는 내내 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바스락바스락.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낙엽이 살아 숨 쉬 듯 꿈틀거렸다. 참가자들은 수북이 쌓인 낙엽을 밟으며 가을 정취에 빠져들었다. 살며시 귓가를 스치는 제주의 가을바람은 청량하고, 파란 하늘은 맑고 푸르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 코스의 하이라이트인 돈내코계곡에 도착했다. 큰 암석과 깊고 넓은 계곡이 빼어난 경치를 자랑했다.

"예로부터 이 지역에 멧돼지가 많이 출몰해 '돗드르'라는 토평마을의 지명이 유래됐고, '돗드르'에서 멧돼지들이 물을 먹었던 하천의 입구라 해 '돈내코'라 부르고 있다. 돈(돗)은 돼지, 드르는 들판, 내는 하천, 코는 입구를 가리키는 제주어다." 이날 길잡이로 나선 이권성 제주트레킹연구소장이 설명했다. 그는 이어 "건천 트레킹의 묘미는 무엇보다 크고 작은 자갈과 뭉툭하거나 뾰족한 돌을 밟으며 자연을 느껴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울긋불긋 단풍으로 물든 돈내코계곡을 걷는 참가자들.

건천을 따라 걸어가는 길. 계곡의 특이한 형상의 기암과 울긋불긋 물든 단풍의 조화는 한 폭의 그림과 같은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아름다운 비경에 여기 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고개를 돌리면 각자의 모양대로 솟은 바위들이 마치 장군처럼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참가자들은 혹여 누군가 다칠세라 모두 안전한 산행을 하자고 서로를 다독였다.

서로 손을 붙잡아 주면서 커다란 바위를 오르다 보니, 마침내 돈내코계곡 상류에 다다랐다. 은은하게 모습을 드러냈던 단풍 빛깔이 올라갈수록 점점 짙어져 붉은빛으로 절정을 이뤘다. 판상 절리를 이루고 있는 바위는 동전을 쌓아 올린 듯한 모양을 띄고 있었다. 바위에 핀 부처손과 황칠나무가 발길을 더디게 붙잡았다.

돈내코계곡을 뒤로한 채 한라산 둘레길로 향했다. 자연을 벗 삼아 쉬엄쉬엄 걷기를 30여 분. 저 멀리 있던 한라산이 눈앞에 나타났다. 시원한 바람이 머리칼을 쓰다듬었고 지천에 널린 보랏빛 꽃향유와 좀딱취의 향기가 코끝을 기분좋게 자극했다. 모두 이곳을 배경으로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끝없이 펼쳐진 둘레길로 접어든 순간 가슴이 확 트이면서 마음에 여유가 찾아왔다.

좀딱취

누린내풀꽃

호자덩굴 열매.

잠깐 평상에 앉아 쉬는 동안 이권성 소장이 "편백나무와 삼나무가 비슷해 보이지만 편백나무는 열매가 축구공 모양인 것으로 두 나무를 구별할 수 있다"며 "편백나무는 나무 중에서도 피톤치드를 많이 내뿜는 대표적인 수종으로, 산림욕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참가자들은 숲이 내뿜는 피톤치드를 마시며 상쾌함과 신선함을 만끽했다. 가슴 벅찬 낭만을 누리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었다. 잠시 멈춰서서 돌아보면 나뭇잎 사이로 내리쬐는 햇볕이 몽환적인 분위기를 선사했다. 둘레길을 내려오고 절로 가는 길을 끝으로 이날 에코투어 일정을 마무리했다.

제주에 정착하기 위해 서울에서 내려왔다는 홍명숙(64·서귀포시 강정동)씨는 "가을의 정취를 물씬 풍기는 단풍과 어우러진 숲길을 마주하며 트레킹을 하다보니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을 옮겨 놓은 듯한 아름다운 가을 풍경에 놀랐다"며 "굳이 해외를 가지 않더라도 제주에서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오는 16일 진행되는 제14차 에코투어는 평화로~왕이매~농로길~목장길~대비오름~목장길~믜오름~대병악~소병악~상천리 삼거리 코스를 탐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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