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가자들이 섭지코지 중심부를 향해 걸어 가고 있다. 사진 김정자
살아 있는 지질 교과서 보고오조리 양어장과 족지물에서물 문화·생태의 깊이에 '감동'
[한라일보] 제주도에서 제일 먼저 해가 뜨는 곳, 성산포를 향하여 '2025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11차' 버스는 힘차게 달렸다. 파랗다 못해 푸른 가을 하늘 아래에 은빛 억새가 일렁이는 들판은 가을의 절정이다.
오늘의 안내자 정희준 해설사는 "날씨가 참 좋다"며 오늘의 일정과 마감시간을 자세히 안내했다. 그는 우리가 가는 곳에 대해 설명을 하고 "경관과 지질가치가 있는 섭지코지를 돌아보고 신양리와 오조리 해안을 힐링하며 걷겠다"고 안내를 하였다. 목적지로 향하는 버스 밖은 옹기종기 밭담들이 보이고 그 안에는 알토란같은 무가 잘 자라고 있었다. 화산섬 제주다움을 정겨운 밭담에서 느낄 수 있다. 돌 위를 걷는 여정, 제주의 화산과 지질에 대해 깊은 지식을 가진 오늘의 안내자에 대한 기대가 크다.

정희준 해설사가 지질형성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언제 봐도 경이로운 성처럼 우뚝 선 일출봉이 코앞에 보였다. 신양리 앞 바다에 하차를 하고 출발하였다. 안내자는 곶과 만이 조화로운 신양리 해수욕장을 경유하며 행정구역과 설촌 유래에 대해 설명하였다. 신양리가 고향이기도 한 그는 어릴 적 추억담을 곁들이며 생생한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원형이 잘 남아 있는 '불턱'(해녀들이 쉬는 곳) 앞에서, 해녀이셨던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린다. 지금처럼 고무 옷이 없는 시대에 거센 바다에서 물질하던 강인한 어머니 모습을…. 집중하며 듣는 참가자들이 질문을 받으며 볼레출(보리수나무) 동산에 이르렀다. 우둑우둑 서 있는 바위위에서 용암이 흐른 과정을 듣는다.
섭지코지는 주말 관광 나온 인파로 장관을 이루었다. 색이 붉은 스코리아(화산송이)들이 엉겨 붙은 용암분출에 대해, 준비해온 교구재를 보여주며 쉽게 설명했다. 용암이 덜 식은 상태에서 떨어지는 과정, 여러 번의 과정을 통해 분출된 분화구의 모습, 분출순서에 따른 선후관계 등, 설명은 절정에 절정을 거듭했다. 섭지코지의 핫 플레이스는 역시 풍화와 침식을 거쳐 단단한 부분만 남은 암경(용암의 중심통로)의 모습이다. 그 모습을 배경으로, 바다 속 사라진 분화구를 원형을 그리며 설명했다. 지구과학적인 이야기가 거듭 될수록 참가자들이 질문이 이어졌다. 섭지코지의 지질을 들은 후 주변 시설물에 대해 안내가 이어졌다. 일본군이 설치한 고사포진지, 우도등대와 혼동되어 설치된 방두포등대, 제주도에서 원형의 그대로 남아 있는 협자연대 등이다. 멀리 보이던 일출봉이 시야에 들어 왔다. 그 앞을 해국과 산국 그리고 갯쑥부쟁이와 해당화 등 키 작은 들꽃들이 펼쳐졌다. 누구랄 것 없이 포토 존을 찾아 셔터를 누른다. 참가자중 더러는 사진에 꽤 조예가 깊은 분들도 있었다. 간식을 꺼내어 먹으며 한참을 들꽃 향기에 취해 보았다. 스쳐 지나가는 깊은 일렁임은 한 소절의 시가 되어 남겨졌다.

등대와 고사포진지.
제목: 가을 해안 길에서
수줍게 피어난 자주 빛 쑥부쟁이
바람결에 몸을 낮추어 살포시 눕는다
엎드려 비로소 살길을 알았네
겨울을 마중 나온 듯
하얀 솜털을 두른 해국(海菊)
해맑게 웃는 어린동자 얼굴을 닮았나
산국(山菊)이 흘려보낸 잔향
오래된 연민을 부르고
세월에 단단해진 결실
허공에도 흔들리지 않는 뜻 하나를 남긴다

퇴적층 조개화석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용암궤와 환해장성 터를 지나 신양리 옛 포구에 이른다. 포구가 좁아 작은 테우(나무로 만든 배)만 띄울 수 있었다고 한다. 자리돔, 어랭이, 놀래미 등이 많이 잡히던 곳으로 이제는 작은 배 몇 척이 접안해 있다. 이동하니 멀리 신양리층(퇴적층)이 누렇게 펼쳐져 있다. 신양리층이 쌓인 바다 앞 작은 모형 배위, 해녀 할머니와의 조우! "이곳에 왜 나와 계셔요?" 낯 선 나의 질문에, 해녀들 동향을 잠시 살피신다. 80년 동안 물질을 하셨다고 하셨다. 지난 일들을 회상하시는 듯 시선은 바다로 향했다. 거친 손을 쓰다듬으며 "건강하시라"고 인사를 하고 늦은 발걸음을 재촉했다. 배고픈 일행이 있어 도시락을 펼쳤다. 시원하게 트인 바다! 모래사구에 피어있는 들꽃들에 물 묻혀 먹는 밥맛은 일품이었다. 끝없이 펼쳐진 신양리층을 이어서 걸었다. 포트홀(돌개구멍)과 조개화석의 특징을 살피고, 조간대의 생물들은 바다의 소우주 같았다. 밟고 서 있는 신양리층의 쌓이며 퇴적된 과정을 설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또한, 안내자는 일출봉형성과정을, 모래판에 그림을 그리며 알기 쉽도록 설명 했다. 자연이 만든 조각품! 성산일출봉은 세계7대 경관, 세계자연유산에 등재 된 것은 당연한 것이다. 긴 여운을 남기며 터진목 4·3위령비 앞에서 간단히 묵념 의례를 하고 오조리 포구로 향했다.

해당화 열매

산국

갯쑥부쟁이
양어장이 돌담으로 나눠져 있다. 오조리 양어장 설치배경과 내수면이 된 주변 환경과 함께 설명을 통해 들었다. 마을 주민들이 직접 등짐으로 돌을 날라 만든 제주도 최초 양어장이다. 이 곳은 지역주민들이 스스로 습지가 중요함을 인식하고 의뢰한 제주 최초 연안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 된 곳이다. 논병아리, 청둥오리, 홍머리오리, 힌뺨검둥오리 등의 자맥질을 하며 먹이 활동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김정자(글 쓰는 자연관찰자)
양어장 외곽으로 이어진 밭담 앞에서 안내자는 중국의 만리장성보다 긴 제주 밭담의 유래에 대해서 설명을 했다. 제주사람들의 농법에 대해 유네스코가 인정한 중요농업유산(FAO)에 등재되었음을 덧붙였다. 얼마 전 오조리 양어장은 <공항가는길>, <웰컴투 삼달리> 등 드라마 촬영지로 알려져 있다. 호수처럼 잔잔하고 낭만과 정취가 있는 오조포구! 황근 잎의 울긋불긋한 길을 따라 족지물에 이르렀다. 안내자는 제주의 물 문화와 지하수, 용천수, 봉천수에 대해 설명을 하고 우리가 먹고 있는 삼다수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하였다. 물 이야기가 나오니 질문자가 많다. 다시 오고 싶은 아름다운 풍광들! 긴 여운을 뒤로 하고 다음 에코투어 일정을 안내하고 마무리 하였다.
<글 김정자(글 쓰는 자연관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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