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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미숙의 백록담] 제주버스 안에서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입력 : 2019. 05.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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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어를 넣어둔 버스 짐칸 문을 못열겠다는 승객에게 버스 운전기사는 대뜸 "무사 그거 하나 못열엉 난리우꽈?(왜 그것도 못열고 난리십니까?)"라며 대놓고 면박을 준다. #행동이 민첩하지 못한 고령자에게 "할망 빨리 내리지 안행 뭐햄수꽈?(할머니 빨리 내리지 않고 뭐하십니까?)" 하고 윽박지른다. #정류장에서 목적지 경유 여부를 묻자 "우리도 버스 노선 다 몰라요"라며 퉁명스럽게 응수하거나, 다른 차량이 끼어들기라고 할라 치면 거친 입담을 쏟아내며 공포스런 분위기를 만든다.

제주시에서 서귀포시를 오가는 버스를 간간이 이용하며 목격한 버스안 풍경들이다.

제주도가 2017년 8월 제주대중교통 운영체계를 30년만에 전면 개편, 버스업체끼리 서로 경쟁하는 민영제에서 공공성을 우선한 준공영제로 바꾸며 내세운 가치는 '더 빠르고, 안전하고, 친절한 서비스'였다. 급행버스를 제외한 도 전역의 요금을 1200원으로 단일화해 제주~서귀포 등 장거리 승객의 요금 부담을 덜어주고, 읍면 외곽지에서 제주공항까지 접근성이 좋아졌다는 등 긍정 평가가 있다. 하지만 승객의 이런 혜택은 버스 운전기사의 임금 인상과 비수익노선 운행으로 발생하는 버스회사의 적자 보전 등 연간 1000억원 가까운 공적자금이 투입되기에 가능한 일이다.

버스 준공영제 시행 후 교통불편신고가 오히려 시행 전보다 급증했다고 한다. 여러 논란에도 제주도가 강행한 준공영제의 취지를 들춰내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준공영제가 도입된 2017년(8월 26일~12월 31일) 버스회사와 관련한 불편민원은 140건이었다. 2018년에는 587건의 불편민원이 접수됐고 유형별로는 정류장 무정차, 불친절이 많았다.

현재 버스 불편과 관련한 제주도의 대응은 시정과 경고에도 반복 민원이 접수되면 건당 5만원이나 10만원의 과징금 부과가 전부다. 지난해 7개 버스회사에 383건·3000여만원의 과징금과 과태료를 물렸다. 단순계산하면 회사 한곳당 연간 400여만원꼴로 미미하다.

친절하지 않다는 평가에 버스 운전기사들도 할말이 있을 게다. 업무 특성상 행선지 문의 등 비슷한 유형의 질문을 반복적으로 받는데 매번 친절한 대응이 쉽지 않고, 운행시간도 지켜야 해 여유도 없다는 데 일정부분 이해가는 측면도 있다.

그리고 친절한 버스 운전기사들도 많다. 손님들이 타고 내릴 때마다 "어서 오세요, 안녕히 가세요"를 자연스럽게 반복하는 이들을 여럿 만났다. 그들의 인사는 승객의 인사를 불렀다. 지팡이를 짚은 고령의 할머니에게 "조심행 천천히 올라옵서(조심해서 천천히 올라오세요)"에서 시작해 버스에 오른 할머니가 자리를 찾아 앉은 것을 확인한 후에야 출발하는 세심한 배려에 버스 승객들이 "보기 드물게 친절한 기사님"이라며 한마디씩 거들던 기억도 있다.

제주도가 추진중인 렌터카 총량제나 7월부터 제주 전역으로 확대되는 차고지증명제 도입의 궁극적 목적은 차량 총량을 줄여 심각한 교통난을 해소하는 데 있다. 렌터카와 자가용 승용차를 줄이고, 대신 버스 이용을 확대해 교통문제를 풀자는 건데, 승객에게 친절해도 그만이고 불친절해도 별로 손해볼 게 없다면 제주 버스 서비스는 지금보다 좋아질 리 만무하다. 친절하고 안전한 버스를 위한 제주도의 대책을 촉구한다.

<문미숙 서귀포지사장·제2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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