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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후 작가의 시(詩)로 읽는 4·3] (6)4월 그 길(한문용)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19. 05.0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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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처럼 빛바랜 4월길을 걸었다

관투모살, 정뜨르비행장

한결 같은 파도소리와

골방에서조차 들리는

정의로운 할아버지 목소리

젊음 꽃 져버린 아버지 흐느낌

영혼의 소리는 들을 수 없어도

귓바퀴를 쫑긋 세우면

4월 숨소리 지금도 가지런하다

세월을 떠안은 기억 속에 벼린 울림

어눌한 기도 천상을 흐를 때마다

찌든 얼굴나무 한 그루를 심었던 나

살가운 봄볕에 나폴 거리는 동백꽃잎처럼

바람결에 떨어져도 아프지 않는 몸살

가버리면 그만인데, 보내버리면 그만인데

그냥 지나치고 싶지 않은

4월 그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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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한문용(韓文用)이 찾아나선 4월길은 너무 길고 험하다. 시인은 그 한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다. 2013년 시집 '서우봉노래'도 출간하였다. '정의로운 할아버지' 한백흥(韓伯興)과 '젊은 꽃 져버린 아버지' 한재진(韓在珍). 두 영혼을 끌어안고 '바람결에 떨어져도 아프지 않는 몸살'을 앓고 있으며, '가버리면 그만인데, 보내버리면 그만인데'를 읊조리지만 '바람결에 떨어져도 아프지 않는 몸살'을 앓고 있다. 1948년 11월 1일 토벌대가 주민들을 모래사장에 집결시키고 청년 6명을 끌고나와 처형하려 했다. 마을이장 한백흥이 나서 "이 청년들의 신원을 보증할 테니 죽이지 말라"며 만류했다. 토벌대는 오히려 "이 자도 폭도의 일당이다"라며 한백흥을 총살하고 청년들과 함께 파묻었다. 청년시절 조천3·1만세운동을 적극 주도하고 가담한 함덕리의 대표적 인물. 일본 경찰에 붙잡혀, 징역 4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기도 하였다. 항일독립운동에 앞장섰을 뿐만 아니라 4·3 당시 억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한 몸 내던졌지만 그동안 독립유공자와는 거리가 멀었다. 2002년부터 독립유공자 신청을 했음에도 17년이 지나서야 어렵게 인정을 받았다.

한백흥의 아들 한재진은 제주농업학교를 졸업하였다.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예비검속령이 발동되어 산지주정공장에 구금되었고, 동료들과 함께 정뜨르비행장에서 학살되었다. 시인의 운명이 어찌 이처럼 잔혹할 수가 있을까. 지금 시인의 내면에 불타오르는 분노는 역사의 시어로 표출되기 시작했다. 문학은 시대적 아픔의 표현이다. 문학은 사회적 약자들의 분노를 승화시켰을 때 생명력을 획득한다. 분노는 고통 받는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주고 비굴하게 굴복하기만 했던 권력에 대항할 용기를 주기도 한다. <김관후 작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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