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제주방언표기안(편람)

[열린마당] 제주방언표기안(편람)
  • 입력 : 2018. 12.10(월) 00:00
  • 김경섭 수습기자 kks@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조례의 제정으로 '제주어'가 이미 공용화 되어서 '제주어표기법'까지 고시되었다는 시각에 대해, 언급된 '제주어표기법'에도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제정의 선행작업의 여러 연구자의 보고서에는 '제주어'를 쓰지 않고 '제줏말'을 쓰고 있다. 국어학자나 방언학자가 전국의 방언을 분류할 때는 '제주(도)방언'을 쓴다. 연구용어는 학자의 몫이다. 그렇다고 방언으로 '제주어'를 쓰는 것을 필자가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 사용여부는 방언화자의 계속적인 사용여부에 달려있다.

필자가 아는 한, 방언의 표기법을 제정한 지방이나 국가는 없다. 그렇다고 그러한 시도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다양성과 변이성을 지닌 방언을 규범성과 획일성을 지닌 규제로 묶어내기는 여간 어렵지 않다. 일단 이미 표기법의 기초를 닦은 데 수고한 것은 사실이니, 앞으로도 독특한 이 일을 민간에서 숙의를 거듭해 볼 일이다.

다만 이러한 표기법은 방언을 표기하는데 도움이 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이라야 한다. 제가 보기로는 만들어진 표기법은 연구자나 어느 정도 관련지식을 갖는 사람에게 소용이 있게 된 것 같다. 모음목록에 'ㅚ'가 있는데 그 소리의 실체는 일반인은 잘 알지 못한다. 그 본래의 음은 중부방언과 황해도 방언에서 쓰이지만 기타 방언은 대개 '웨'발음으로 쓰인다. 소(牛)의 제주방언은 조사자에 따라 '소, 쇠(발음불명), 쉐, 셰가 보인다.

표기법에는 표기에 문제되는 이러한 예를 많이 예시해 줄 필요가 있다. 가능하면 발음까지 달아주는 것이 좋다. 표기법에는 안 보이나 방언 '웃니/윗니'는 지역에 따라 함께 쓰이기도 하고 그 중 하나만 쓰이는데, 발음이 '운니/윈니'로 나는 것을 실어주면 어떨까?

표기법은 살아 움직이는 방언의 실상을 효과적으로 나타내야지 그 중에서 지방공통어로 한 두가지로 추려내는 일을 한다면 방언의 활성화는 커녕 오히려 방언을 죽이려드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김공칠 전 제주대학교 교수>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8241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