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제주도가 추석 명절을 앞둬 임금 체불을 집중 점검하는 기간에 공공기관 공사 현장에 투입된 근로자 수십 명이 임금을 못 받으면서 공정이 중단되는 일이 발생했다. 또 공사를 발주한 공공기관은 임금 체불을 확인하고도 노동청에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시 등에 따르면 제주시민회관 생활SOC 복합화 시설 건립공사에 투입된 근로자 60~70명이 7월 달 임금을 지금껏 받지 못했다.
체불 규모는 1억 5000만원 가량으로 파악됐다. 피해자는 이번 공사에 참여하는 하도급업체가 고용한 일용직 노동자로 그동안 철근 골격을 갖추는 배근과 콘크리트 타설 등을 해왔다.
피해자들은 문제를 조만간 해결하겠다는 하도급업체의 말을 믿고 계속 일을 해왔지만 임금이 여전히 지급되지 않자 지난 11일부터 공정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공사는 340억원을 투입해 옛 시민회관 자리에 공공도서관, 건강생활지원센터, 국민체육센터를 짓는 것으로 공정률은 57%다.
시는 지난달 말 임금 체불 사실을 처음 인지했다고 했다. 시 관계자는 "지난 8월20일쯤 원도급업체가 하도급업체에 줄 7월 임금을 청구해 시는 해당 대금을 지급했는데, 그달 말 하도급업체 일용직 근로자들이 돈을 못 받았다고 잇따라 민원을 제기해 그 때 처음 임금이 체불된 걸 알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는 임금 체불을 확인하고도 관할 고용노동청에는 신고하지 않았다.
지난 2020년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개정과 동시에 도입된 '건설근로자 임금 구분지급 및 확인제도'에 따라 계약금액이 5000만원 이상이거나 공사 기간이 30일을 초과하는 지자체 발주 공사의 경우 임금 체불이 발생하면 10일 이내에 노동청에 신고해야 한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신고 의무는 원도급업체 뿐만 아니라 발주자인 지자체에게도 있다"며 "이를 어기면 과태료가 부과된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그런 법이 있는 줄 몰라 신고를 못했다"며 "우리는 체불임금을 정리하는데 주력했다"고 해명했다.
시는 임금 체불을 해결하기 위해 대책회의를 진행했으며 하도급업체 대표로부터 17일을 기해 밀린 임금을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시는 약속이 이행되는지 점검할 예정이다.
제주도는 추석을 앞두고 지난 15일부터 국토안전관리원과 함께 발주금액이 20억원 이상인 관급공사 중 표본을 골라 공사대금 지급 상황과 안전 관리체계를 점검하고 있다. 그러나 시민회관 SOC 공사는 표본에 포함되지 않아 제주도 차원 점검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한편 지난 7월말 기준 도내 임금 체불액은 170억원으로 , 744곳 사업장에서 1939명이 임금을 제 때 못 받았다. 업종별로는 도·소매 음식점이 241곳으로 가장 많았고, 건설업은 210곳으로 그 뒤를 이었다.
당초 고용노동부는 제주의 임금 체불액을 186억9000만원이라고 발표했지만, 이중에는 다른 지역에서 일하는 도민에 대한 것도 포함돼 있어 실제 도내 체불 규모는 이보다 적은 170억원이라고 제주도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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