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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정의 목요담론] 조선시대 지방행정제도를 통해 본 지방자치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입력 : 2018. 03.1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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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지방자치법' 제정의 역사는 이미 고희(古稀)를 앞두고 있지만 최근 지방자치 분권이 화두가 되고 있다. 현 정부의 국정 5개년 계획에서 조차 지역경쟁력을 확보하고 자립적 성장을 지원하는 신균형발전 차원에서 자치분권의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고, 전국 지자체에서도 개헌 분권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부분을 보면, 중앙정부의 재정적, 법률적 통제와 규제가 아닌 지원하는 시스템 전환을 요구하는 취지일 것이다.

과거 500여년 전으로 돌아가 보자. 조선 초기 태종 이방원은 고려시대의 지방행정제도를 이어받아 8도제를 실시하게 된다. 당시 부친이었던 태조 이성계에 의해 왕권강화를 목적으로 지방행정이 편재되기 시작하였으나, 실제 조선시대 지방행정체계의 시작은 태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임금은 전국 8도에 관찰사를 파견하고 그 밑에 부(府)·목(牧)·군(郡)·현(縣)을 두어 부윤 또는 부사, 목사, 군수, 현령 또는 현감이란 지방관까지 파견하였는데 이들이 우리가 쉽게 들어왔던 수령들이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지방 세력을 누르기 위해 수령들이 가는 부임지는 상피제(연고가 있는 곳은 피함)를 적용했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수령은 수령7사(事)라고 해서 농사, 교육, 소송, 간음, 군사, 호적, 부역에 대한 중요 행정업무를 수행해야 하는데, 행정실무에서는 지역토착민인 서리(향리)들에게 기댈 수밖에 없었고, 지역사정에 능통한 재지사족(在地士族)들에게는 향청을 통하여 지역의 이해를 수령에게 자문 한다던가 풍속교정, 향리규찰이란 도움을 받아야 했다.

향청은 오늘날 지방의회와 유사한 성격을 가진 자치기구로 재지사족들 중 유력자들 가운데 자체적으로 좌수, 별감, 도감, 감관을 선출하고 수령이 임면하는 절차를 가졌다. 어떻게 보면 향촌사회에서 수령과 재지사족으로 구성된 향청의 관계는 수령의 지휘체계 안에서 보조적인 역할을 한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 하지만 향임들이 지닌 수령의 포폄(인사고과)과 향청의 기반인 재지사족들의 지역적·재력적 영향력은 지역의 요구사항을 집행에 반영시킬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관계는 현재 지자체장과 지방의회의 관계처럼 중앙정부와 지방세력 간 기관대립형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이런 수령과 향임세력간의 정치적 소관임무에 따른 견제방법은 부여된 권한을 어떻게 이용하였는가에 따라, 그리고 서리들이 수령과 향임들을 향한 밀착도에서 기층민들의 생활고에 대한 경중을 보여주었다. 이것은 오늘날 지방자치제도를 운영하는데 견주어 볼만한 대목이다. 지방자치는 중앙의 권한을 얼마나 주느냐에 따라 그 실현도를 높일 수 있다. 반대로 지방자치를 강화하면 할수록 지방에는 고유한 자치사무들이 증가하게 되는데 조선시대 향청이 수령에 대한 최대의 견제역할을 요구했던 것처럼 지방의회의 역할은 덩달아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방의회에 있는 선출직 의원들은 행정적 전문성 부족은 물론이거니와 다양한 지역주민의 의견을 수렴하여 그대로 정책에 반영되기에는 집행기술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또한 지역의 오피니언리더라고 할 수 있는 집행전문가들은 지방의회의 건설적인 개입을 교묘하게 차단하는 사례들을 너무나도 많이 보여주었다.

아무리 지방의회의 배후에 주민이 있고 민의수렴과 자치권형성의 주체로서, 주민의 대표로서 행정집행을 견제하는 데는 실질적이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개헌의 논의가 본격화 되는 이 시점에 개헌분권 요구에 있어서도 지방의회의 권한도 함께 개선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오수정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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