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관훈의 한라시론] 인구 고령화가 재앙이라는 착각

[진관훈의 한라시론] 인구 고령화가 재앙이라는 착각
  • 입력 : 2025. 10.16(목) 02:00
  • 김미림 기자 kimmirim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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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예전에는 환갑이 넘으면 '모둠 벌초' 때 웬만해서는 산담 안으로 들어가질 않았다. 그저 산소 밖에서 '주왁' 거리며 잔소리하는 게 다였다. 세상 많이 달라진 요즘은 60대 중반도 예초기를 매고 산담 안에서 땀 흘린다고 한다. 본전 생각나도 할 수 없다. 70세 이상은 아예 벌초가 면제된 적도 있다지만, 다 지난 얘기다. 한 친구네는 문중 청년회원 자격이 65세까지란다. 다들 헛웃음 지을 수밖에.

제주 지역 평균연령이 저출생·고령화·청년층 유출 때문에 지난 15년 새 6.7세나 올랐다. 제주 지역 65세 이상 인구는 19.0%다. 전국 평균 20.3%에 다소 못 미치고 있긴 하지만 초고령사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인구 고령화는 피할 수 없는 범지구적 문제다. 얼핏 보면 생산 가능 인구 감소, 노인 부양비 증가, 가용 재원 감소, 투자 위축 등으로 향후 경제 성장 둔화가 예상된다.

다른 주장도 있다. 결과론적 주장일 수 있지만, 고령화가 발전을 가로막는 게 아니라 오히려 발전의 증거다. 모든 주요 경제권은 번영할수록 고령화된다. 생활 수준이 높아질수록 기대 수명은 늘어나며 이는 생산 활동 기간을 연장한다. 1945년 제주는 물론 한국 전체 평균수명이 44세에 불과했으나, 2024년 제주도민 기대 수명은 83.7년이다. 지난 80년 새 못해도, 40년 가까이 더 살게 됐다는 말이다.

"고령자가 노동·소비 시장의 주요 참여자로 되면 고령화는 위기가 아닌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소비 시장에서 '미들 플러스' 세대를 주목하라. 앞으론 일하는 고령 인구가 늘어나면서 더 큰 소비 집단이 될 거다." 미래학자 브래들리 셔먼의 주장이다. '미들 플러스' 세대는 50~74세 사이다.

보통 은퇴해서 연금으로만 생활하게 되면 보험료나 공과금 납부가 부담되고 씀씀이가 줄어든다. 만일 이들이 다시 일하게 돼서 단 얼마의 소득이라도 생긴다면, 연금과 근로 소득 합해 더 많은 소비를 할 수 있다. 막말로 보험만 들어주고 시급 정도만 줘도 큰 보탬이 된다. 어차피 전일 근무는 벅차고 오히려 시간선택제가 적당하다. 게다가 이들의 소비는 100% 지역 상권으로 흡수되기 때문에 민생 경제 회복에도 효자 노릇을 한다.

생산과 소비, 취업과 창업에서 노년층이 주체가 되는 경제활동을 의미하는 '엘더노믹스(Eldernomics)'가 확대되고 있다. "고령층이 가진 숙련도를 활용해 생산성을 올리지 않으면 경제가 쇠퇴할 수밖에 없다." 전미노인협의회 대표 램지 올윈이 말했다.

이제 인구 고령화를 재앙으로만 보지 말고 변화와 혁신을 통해 새로운 기회로 전환해야 한다. 2025 전국 일자리 대상 3개 부문을 수상한 제주도가 앞장서 숙련된 '미들 플러스' 세대를 위한 일자리 정책과 예산을 확대해야 하며, 민간에서도 노련한 '액티브 시니어'들을 다시 업무 파트너로 받아들이는 재취업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진관훈 제주문화유산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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