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愛 빠지다]인생 2막 제주살이 紙上 토론회

[제주愛 빠지다]인생 2막 제주살이 紙上 토론회
"마을 사람으로 살려는 노력 우선시"
  • 입력 : 2014. 12.24(수)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여기, 제주에 빠진 사람들이 있다. 인생의 새로운 2막을 펼치기 위해 제주를 선택한 이들이다. 본보 주말 기획 '제주애 빠지다'에서 한 차례 얼굴을 비친 그들을 2014년의 끝자락에 다시 만났다.

문화공간 기획자, 귀농귀촌협동조합 이사장, 요리사, 숲학교 협동조합 대표 등 각계에서 활동하는 5명의 목소리를 통해 제주에 이주해 사는 보람과 어려움, 그리고 제도적 지원을 바라는 내용 등을 들어본다.

'커리 왈라' 김미나씨 부부 "탈출구 아닌 사람사는 섬"

김미나(35)씨는 중국 티벳이 고향인 남편 다와 츠링(33)씨와 2012년부터 제주시 애월읍 곽지리로 이주해 '커리 왈라'를 운영하고 있다. 부부는 이 곳에서 인도 가정식 커리를 만들고 인도에서 들여온 옷과 액세서리 등을 판매하고 있다.

▶제주 정착 계기는=2006년 인도에서 두 사람이 만났다. 인도 생활을 접고 2009년 한국으로 건너와 서울에서 청년창업프로젝트 일환으로 '커리 왈라' 모의사업을 했다. 프랜차이즈를 만들겠다는 큰 꿈을 가졌지만 서울에선 비용 문제로 번듯한 음식점 하나 차리기 버거웠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던 우리에게 제주는 꿈을 이룰 최적의 장소였다.

▶제주 생활의 보람과 어려움=천혜의 자연환경을 향유할 수 있다는 것과 여유로운 삶을 보낼 수 있는 시간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도시보다 적은 문화 혜택은 제주 생활의 어려움이다.

▶제도적으로 지원이 필요한 내용은=제주로 이주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정확하고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줄 수 있는 공간을 원하고 있다. 현재 이주를 꿈꾸는 이들이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직접 제주를 방문하지 않는 한 만족할 만한 정보를 얻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최근 (김씨의) 어머니와 이모도 우리 부부가 사는 모습을 제주에 와서 보고 이주를 결정했다.

▶제주 이주를 원하는 사람에게 조언한다면=제주에 이주민이 늘면서 제주를 마치 유토피아나 파라다이스로 과정되게 보도하고 있다. 제주에서 새로운 삶을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한다면 "제주 역시 어디까지나 사람이 사는 섬"이라는 점이다. 카페·음식점 등은 이미 포화상태이고 임금은 다른지역보다 낮은 반면 물가는 높아 사는게 녹록치 않다. 김명선기자

'문화공간 양' 기획자 김연주씨 "하고 싶은 일부터 생각을"

김연주(40)씨는 제주시 화북동 거로마을에 있는 문화공간 양에서 기획자로 일한다. 문화공간 양은 실험적인 현대미술을 소개하는 일과 함께 기획자 양성, 인문학 강좌, 마을의 역사에 대한 예술적 재해석 등을 펼치고 있는 곳이다.

▶제주 정착 계기는=서울에서 공공미술과 미디어아트를 중심으로 전시를 기획했다. 보람이 있었지만 공공미술에 대해 더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기획자, 작가, 관람객이 조금 다른 방식으로 만났으면 했다. 마침 문화공간 양 김범진 관장께서 역사 깊은 거로마을에 외갓집이 있는데 그곳을 의미있는 공간으로 만들면 좋겠다고 제안했고 이를 받아들이게 됐다.

▶제주생활의 보람과 어려움=마을사람들의 이야기가 마을 당충대에 벽화로 제작되고 아이들의 전시가 문화공간 양에서 열렸을 때 다들 좋아했다. 특히 학생들이 문화공간 양의 작가가 되고 싶다고 말할 때 잘 하고 있단 생각이 든다. 마을사람들도 이제는 구체적으로 문화공간 양과 같이하면 좋을 일들을 말해준다. 문화공간과 예술가들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고 문화공간의 역할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는 점이 기쁘다.

▶제도적 지원이 필요한 내용은=문화예술인을 위한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 도내에 다양한 전시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작품 운송료 때문이다. 이는 제주에서 제작한 작업을 다른 곳에 소개하기 어려운 이유도 된다. 이처럼 맞춤형 지원제도를 만들기 위해 정착을 원하는 문화예술인들의 구체적인 이야길 듣고 정책에 반영했으면 한다.

▶제주 이주를 원하는 사람에게 조언한다면=제주도의 자연이 좋아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제주도에서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왔으면 좋겠다. 진선희기자

'행복한 요리농부' 박소연씨 "함께 살뜻 없으면 오지 마라"

박소연(35)씨는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에 서사회적기업 '행복한 요리농부'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행복한 요리농부는 제주에서 생산되는 식재료를 활용한 퓨전요리를 개발하고 이를 시장에 보급하는 일을 하고 있다.

▶제주 정착 계기는=외국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에 무작정 호주로 떠났다. 요리학교를 다니며 레스토랑 등지에서 5년간 일하다 2010년 귀국했다. 한국에서도 요리를 하고 싶었지만 호주에서 느꼈던 음식 문화와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상실감이 커가던 무렵에 제주올레길을 찾게됐다. 제주 식재료를 이용, 다양한 퓨전 요리를 개발해 외국인들에게 제주를 알릴 수 있는 관광상품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야심찬 꿈을 품고 정착했다.

▶제주생활의 보람과 어려움=자신을 뒤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이 가질 수 있다는 것이 큰 보람이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살아야 했던 도시와 달리 제주에선 올바른 길로 가고 있는지 성찰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제주생활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공동체 생활이다.

▶제도적 지원이 필요한 내용은=제주 정착을 위해 여러 정보가 필요하지만 그 정보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제주에 이주민정착지원센터 등이 생기면 이주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찾게될 것이고, 이를 통해 다양한 네트워크가 형성될 것이다.

▶제주 이주를 원하는 사람에게 조언한다면=함께 살아갈 생각이 없으면 오지말라. 지역공동체에 자신들이 어떠한 영향을 주고 있는지 아무 생각없이 '돈이면 다된다'식의 방식으로 정착하게 되면 아무도 그들을 반겨주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공동체 안으로 과감하게 뛰어들어야 한다. 김명선기자

서귀포귀농귀촌협동조합 안광희씨 "저비용·고효율에 참행복"

서귀포시 남원읍에서 사는 안광희(44)씨는 문화공동체 서귀포사람들 대표와 더불어 서귀포귀농귀촌협동조합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

▶제주 정착 계기는=서울에서 28년, 뉴욕에서 11년 보냈다. 1000만명 넘게 살고 있는 메가씨티에서 영화산업 종사자로 문화기획가로 40년에 가까운 시간을 보내며 지친 내 삶에 분명 위로가 필요했고 세상 밖의 또 다른 길에 목말랐다. 그 순간, 오래전 행복했던 제주가 생각났다.

▶제주생활의 보람과 어려움=문화기획가로 마을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이 보람되고 감사하다. 그런 일들 가운데 '그림 그리는 해녀'는 특별하다. 일생을 가족을 위해 살며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아보지 못한 해녀 어머님들과 3개월간 함께 미술수업을 하며 그 과정을 담아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했던 그 시간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제주살이의 가장 큰 어려움은 사람이다. 경계와 차별로부터 마을주민으로 인정받고 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마을에서 나는 주민자치위원을 하고 있고 아내는 리사무장을 하며 그 벽을 깨는 선택을 했다.

▶제도적 지원이 필요한 내용은=귀농귀촌 또는 도시 이주민을 담당하는 부서의 신설과 함께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배치해야 한다. 또한 읍면단위인 마을의 귀농귀촌, 이주민 정책과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주민은 결국 '마을사람'으로 살아가야 한다. 도정 차원의 정책과 시정의 교육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마을이다.

▶제주 이주를 원하는 사람에게 조언한다면=내가 가장 많이 하는 두가지 말이 있다. 하나는 "제주의 행복은 저비용, 고효율의 참행복입니다." 둘째로는 "제주에서 특별한 삶을 계획하지 마세요. 제주에 살게 된다면 당신의 삶은 자연히 특별해진답니다." 박소정기자

안트레숲학교 대표 최재형씨 "지속가능한 삶 고민해야"

최재형(38)씨는 제주시 도평동 사라마을에 있는 안트레숲학교 협동조합에서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안트레숲학교 협동조합에서는 아이들이 제주의 자연을 보다 가깝게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제주 정착 계기는=제주의 자연에 반했다. 산과 오름, 바다가 함께 어우러져 있는 모습은 전세계 어디가도 보기 쉽지 않을 것이다. 한두해 정도 있으려 했는데 시간이 가며 정이들고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정착하게 됐다.

▶제주생활의 보람과 어려움=좋은 일을 한다고 격려해주는 분들이 있어서 힘들지만 보람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는 것 같다. 육지에서 제주로 오면서 경력단절을 겪는 경우도 있고 새롭게 시작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다. 어디가든 쉽게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주민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이 아닐까. 제주사회에 진입하기 위해서 소위 '괸당'이라는 장벽을 극복하는 것도 어려움이지만 인간관계 형성을 위해 노력할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제도적으로 지원이 필요한 내용은=제주도의 자연에 대한 소개라든지 인문사회적인 특징 등을 강의, 안내하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을 듯 하다. 육지에서 하던 일이나 직업, 재능을 연계할 수 있는 경력관리나 이직, 창업 프로그램 지원도 좋을 것 같다.

▶제주 이주를 원하는 사람에게 조언한다면=짧게 지내다 가면 맘이 편하겠지만 이주를 결심한다면 여러 가지 꼼꼼히 점검하는게 필요하다. 이주민들이 가장 접근하기 쉬운 직업이 카페와 게스트하우스 창업인데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제주에서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서 포기해야 할 것과 반대급부로 얻을 수 있는 즐거움들을 잘 따져봐야 할 것 같다. 박소정기자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4431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