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제주는 섬이다. 섬이라는 공간은 크기와 무관하게 무의식적인 선입견을 드리운다. 외부로부터 고립되고, 자원은 제한적이며, 때로는 중앙의 뒷전에 놓이는 곳.
Jeju island는 우리의 의사와 상관없이 늘 변방이었다. 아름답지만 척박한 환경 속 4·3의 비극이 어린 지리적 변방이었고, 제도와 정책의 차별과 소외를 묵묵히 견뎌내야 했던 행정적 변방이기도 했다. 비록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으로 자치권의 전환을 이뤘으나 온전히 섬이라는 변방의 주변성을 탈피하지는 못했다.
이제 Jeju island가 아니라 Jeju is land가 돼야 한다. 제주가 더 이상 주변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중심으로 나아가려는 시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제주가 주도적으로 섬이라는 물리적 한계를 넘어, 지속 가능한 전환의 실험장이자 지역 혁신의 패러다임을 이끄는 지역이 돼야 한다. 기후 위기, 에너지 전환, 인구 감소, 지역 불균형 등 산적한 현안이 우리 앞에 쌓여 있다. 하나하나 만만치 않은 이 거대한 문제들은 대한민국의 과제이기도 하지만, 제주가 가장 먼저 최전선에서 그 파고를 마주한 문제이기도 하다. 제주는 바람이 많아 태양보다 풍력을 먼저 고민해야 했고, 자원이 적어 에너지의 자립을 서둘러야 했으며, 외지 의존적 경제 구조 속에 자립적 생태계를 시도해야 했다. 이 일환으로 제주는 전국 최초로 '탄소 없는 섬'을 선언해 전기차 대중화를 선도했고, 그린수소 등 청정에너지 생산과 분산에너지 특구 지정 등을 통해 미래형 에너지 생태계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제주의 다음 도약을 위해서는 '한계를 자각하는 체념'이 아니라 '한계를 넘어서는 연대'가 필요하다. 섬 안의 역동적인 마을 자원을 모으고, 섬 밖의 지식과 기술·사람과 자본·정책과 실험이 어우러지는 한마당이 돼야 한다. 지역을 넘어서 제주의 경험과 사례가 전국으로 확산할 수 있는 열린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그 중심엔 제주의 마을과 사람이 있어야 한다. 지역 주민이 주체가 되고, 청년이 기회를 얻으며, 외부의 혁신가들이 제주의 정체성 속에서 실험할 수 있도록 명확한 비전과 구체적 목표, 그리고 지속 가능한 시스템이 갖춰져야 할 것이다.
Jeju is land. 이는 단지 단어의 재조합이 아니라, 제주가 섬이라는 틀을 넘어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하고 실행하는 '중심'이 돼야 한다는 선언이다. 제주는 고난의 역사 속에서 스스로의 삶을 지켜냈고, 어둠과 핍박 속에서도 공동체 정신을 잃지 않았으며, 급격한 변화 속에서도 고유의 문화와 정체성을 포기하지 않았다.
또한 삶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투쟁을 가열하게 하면서 다음 세대를 위한 책임을 방기하지 않았다. 그 모든 것 위에서 제주는 새로운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섬을 넘어서 연결과 연대와 상상의 힘으로, 역경을 넘어서 평화와 치유와 문화의 힘으로, 제주는 이제 대륙이 돼야 한다. <문만석 한국지역혁신연구원장·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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