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묵묵히 돌탑 쌓는 수행자의 마음으로…

[책세상] 묵묵히 돌탑 쌓는 수행자의 마음으로…
홍경희 '울었던 자리마다 돌을 쌓으며'
  • 입력 : 2025. 12.25(목) 20:00
  • 박소정 기자 cosoro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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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사람 속에도 돌이 있어 / 거칠고 차가워도 / 서로 받쳐 주면 / 모난 틈에도 빛이 스며드네"(시 '돌탑' 중)

제주 홍경희 시인이 시집 '울었던 자리마다 돌을 쌓으며'를 펴냈다. 4년 만에 펴낸 세 번째 시집이다.

귀덕에서 나고 자란 시인은 거칠고도 아름다운 공간에서 체득한 삶의 비탈과 상실, 그 너머의 회복을 '돌탑'을 쌓는 수행자의 마음으로 써 내려간 시들을 엮었다. 54편의 시를 총 4부로 나눠 실었다.

시어머니를 요양원에 두고 돌아선 죄책감과 투병의 기억을 아프게 복기하거나 역사적 비극인 4·3을 마주하는 등 시집 곳곳에는 시인의 깊은 상실감과 먹먹한 울림이 묻어난다. 그러나 시인은 억지로 슬픔을 봉합하거나 서둘러 희망을 노래하지 않는다. 그 대신 "뒤돌아보지 않으면 / 상처의 이름도 알 수 없으니(시 '달아 놀자')"라고 읊조리며 부재하는 것들을 위해 묵묵히 돌 하나를 내려놓으며 고통의 무게를 견디는 방식을 택한다.

발문을 쓴 문경수 시인은 "시인은 '쓰는 사람'이 아니라 '쌓는 사람' 같았다. 무거운 돌을 이고 묵묵히 걷는 수행자가 떠오르기도 한다"며 "몸으로 시를 밀고 나가는 고통을 감내하면서 그예 써내고야 마는 의지가 시집 곳곳에 나타나 있다"고 전했다.

시인은 2003년 '제주작가' 신인상으로 등단해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 '그리움의 원근법', '봄날이 어랑어랑 오기는 하나요'를 펴냈다. 걷는사람.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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