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푸르게/도심을 정원으로](5)르포 / 정원도시 싱가포르(하)

[제주를 푸르게/도심을 정원으로](5)르포 / 정원도시 싱가포르(하)
거대한 식물원·새공원 등 도심 곳곳이 힐링 공간
  • 입력 : 2017. 03.08(수) 00:00
  • 강시영 기자 syka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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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의 정원도시 비전을 품은 가든스 바이더 베이 전경. 야외 정원과 실내 정원으로 구성된 이곳은 녹지와 형형색색의 꽃들로 가득하다. 푸르름이 가득한 이곳을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힐링할 수 있다. 가든스 바이더 베이의 상징 슈퍼트리는 최고 16층 높이의 버섯처럼 생긴 인공구조물로 거대한 수직정원이다. 사진 위로 무역선이 정박해 있는 국제무역항으로서의 면모도 드러난다. 강시영기자

100만㎡ 규모 가든스 바이더 베이
16층 높이 슈퍼트리 랜드마크로
공업단지는 원시림 새공원 재생
센토사섬 관광인프라·녹지 조화

싱가포르 어디를 가든 정원과 넓은 녹지, 식물원·동물원, 고목의 가로수를 만날 수 있다. 좁은 땅덩어리에 주거비율이 매우 높아 세계 최고 수준의 고밀도 지역이지만 이를 상쇄할만큼 '그린시티'로서 손색이 없다. 주택가는 물론 마천루 빌딩숲, 쇼핑가이자 최대 번화가 '오차드로드', 매립지, 강변, 리조트복합단지로 개발된 센토사섬도 숲과 정원안에 있음을 느끼게 한다. 싱가포르의 비전 '정원 속의 도시(City in a garden)'는 결코 과장된 표현이거나 빈 말이 아니다.

정원도시를 꿈꾸게 하는 곳이 바로 가든스 바이더 베이다. 싱가포르의 남쪽 끝, 마리나베이 지역에 있는 가든스 바이더 베이는 25만가지의 식물이 있는 초대형 식물원이다. 2012년 6월 100만㎡ 규모로 문을 열었다. 싱가포르의 신 랜드마크로 부상한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스카이파크 지근 거리에 위치해 있다. 오픈하자마자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명소로 사랑받고 있다. 야외 정원과 실내 정원으로 구성된 이곳은 녹지와 형형색색의 꽃들로 가득하다. 푸르름이 가득한 이곳을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힐링할 수 있다.

실내정원 플라워 돔으로 가면 1000년이 넘은 지중해 올리브 나무와 아프리카 바오밥나무를 비롯한 수백 가지 식물들을 바로 눈앞에서 만날 수 있다. 실내정원인데도 시원하고도 건조한 기후를 재현해 다양한 종류의 식물과 꽃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가든스 바이더 베이의 상징 슈퍼트리는 최고 16층 높이의 버섯처럼 생긴 인공구조물로서, 거대한 수직정원이다. 나무 사이를 걸어 다닐 수 있게 공중 보행로가 설치돼 있다. 매일 밤 두차례씩 환상적인 조명쇼를 펼친다.

주롱 새공원은 약 400종, 5000마리의 새들이 서식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새공원. 약 20ha에 달하는 드넓은 숲에 4개의 대형 자유비행 새장 등의 자연 서식지가 갖춰져 있다. 펭귄, 홍학, 코뿔새, 앨버트로스, 펠리컨, 앵무새, 진홍잉꼬새, 찌르레기 등 평소에 보기 힘든 다양한 새들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다. 새들의 서식지와 공원은 거대한 원시림을 연상시킨다. 도심 속의 또다른 공원이자 녹지공간이다. 공업 단지였던 주롱 타운을 자연 공간으로 변모시켰다고 하니 싱가포르 녹지정책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

가든스 바이더 베이의 실내정원 플라워 돔에는 세계 각지의 식물들이 식재돼 있다.

싱가포르의 명소로 센토사섬을 빼놓을 수 없다. 싱가포르에는 본섬을 중심으로 60여개의 크고 작은 섬들이 있는데 그중 세 번째가 센토사섬이다. 싱가포르 본섬에서 남쪽으로 약 800m 떨어져 있다. 동서길이 4㎞, 남북길이 1.6㎞이다. 센토사란 말레이어로 '평화와 고요'를 의미한다. 1970년대까지 영국의 군사기지였다가 이후 싱가포르 정부의 지원으로 관광단지로 조성되면서 싱가포르 대표 관광지로 변모했다. 센토사섬 내에는 파랑, 노랑, 빨강 라인 등 3가지 버스가 있다. 또한 '비치트레인'이라고 불리는 트램 서비스도 있다. 섬 안에서 일반 차량운행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편이기도 하다. 센토사섬의 많은 관광시설도 숲, 녹지와 조화를 이룬다.

싱가포르는 자가용 의존도를 낮추고 대중교통을 중심으로 이동하는 도시로 만들기 위해 지하철노선과 자전거도로를 대폭 확충중에 있다. 녹지정책과 더불어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기 위한 비전이다.

환경중심도시를 지향하는 제주는 갈길이 멀다.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필요한 녹지와 공공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게 현실이다. 치솟는 땅값의 틈바구니에서 도심내 대규모 도시 공원 조성도 쉽지 않다. 싱가포르는 공공부문이 도시개발에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한다. 제주대 김태일 교수(건축학부)는 "대표적인 환경수도 싱가포르와 브라질 쿠리치바의 성공 요인은 행정 책임자의 강력한 추진력과 리더십으로 장기적·안정적으로 도시개발을 추진했다는 점"이라고 진단했다.

싱가포르=강시영 선임기자

도심 74㏊에 울창한 도시숲 '보타닉 가든'

2015년 세계문화유산 반열 …아시아 식물원으론 첫 등재

프랑스 태생 쥘 베른(1828~1905)이 1873년 발표한 대표작 '80일간의 세계 일주'에서는 경유지 싱가포르에 대해 짧게 묘사한 대목이 나온다. '크지도 않고 높은 산도 없어 경치가 그저 그런 섬이었다. 그러나 반듯반듯한 길 사이로 나무들이 잎사귀를 빛내고, 야자나무를 비롯한 열대성 식물들이 도시를 뒤덮고 있어 하나의 작은 공원처럼 매력적인 도시였다.' 이 소설은 베른이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얻은 해박한 지리적 지식과 여러 민족의 성격과 생활 모습, 또는 각 지방의 풍물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1세기도 훨씬 전에 '공원처럼 매력적인 도시' 싱가포르의 모습을 엿볼 수 있어 흥미를 준다.

싱가포르 유일의 세계유산인 싱가포르 보타닉 가든.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2015년 '싱가포르 보타닉 가든(Singapore Botanic Gardens)'을 세계문화유산의 반열에 올렸다. 현재 싱가포르 유일의 세계유산이다. 지정된 면적은 식물원(전체 74ha) 일부인 49ha이며, 주변의 완충지역면적은 137ha이다. 열대 식물원으로는 최초이자 유일한 사례이다. 또한 아시아의 식물원으로는 최초의 세계문화유산이며, 세계에서는 이탈리아의 파도바식물원과 영국의 큐왕립식물원에 이어 세 번째이다.싱가포르 최초의 식물원은 1822년 싱가포르 건설자인 스탬퍼드 래플스 경이 설립하였는데, 이 '실험 식물원'은 1829년에 폐쇄됐다. 지금의 식물원은 1859년 식민정부 산하의 농업원예협회가 23ha 면적에 조성한 것을 시작으로 차츰 영역을 확대했다. 1875년부터 큐왕립식물원에서 감독관이 파견됐다. 쥘 베른이 '80일간의 세계 일주'에서 싱가포르를 묘사했던 바로 그 직전 무렵이다.

이 식물원은 개원 이래로 식물원의 변화 과정을 보여주는 다양한 역사적 경관으로서의 특징, 식목, 건축물 등을 포함하고 있으며 식물원이라는 뜻에 충실한 문화경관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인정돼 세계유산의 지위를 얻었다. 적도의 생태계를 볼 수 있으며 잘 가꿔진 정원이기도 하다. 이 식물원은 싱가포르의 정원과 식물원, 그린시티의 역사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열대림, 양치류, 장미류, 난초류 등 수만 그루의 식물이 무성한 싱가포르 최대 식물원이다. 도심의 오아시스 역할을 하며 시민들의 여가 공간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산책로도 잘 정비되어 있어 아침마다 조깅이나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싱가포르=강시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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