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황색을 뽐내던 잎은 대지로 자취를 감추고, 단풍을 단풍답게 만들던 그 성분은 어디에서 내일을 기약하고 있을까? 우리는 자연을 감상하고 과일·채소·동물류 등 음식을 음미할 때 그 색깔의 존재 가치를 살펴보는 것은 건강한 삶의 필수조건이다.
카로티노이드(carotinoid)는 600여 가지가 되며, 이 물질은 테르펜(terpene)류 중에서도 밝은 색, 즉 노랑, 주홍, 빨강 등의 색을 내는 색소이다. 이것은 다양한 암(직장암, 유방암, 자궁암, 전립선암 등) 예방에 효과가 있으며, 면역성을 높여준다.
카로티노이드 중 하나인 크산토필(xanthophyll)이 함유된 채소나 과일을 상용하면 망막의 중앙 부분에서 기인한 노인성 시력 감퇴를 줄이고, 밝은 광선에 의한 망막조직의 손상을 막아 준다.
루테인(lutein)도 다양한 항산화 활동을 하며, 특히 눈을 보호하고 자외선으로 인한 피부조직 손상을 보호하는데 탁월하다. 녹황색 채소에 많이 들어있는 루테인과 제악산틴(zeaxanthin)이 백내장 예방에 좋은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들 성분은 키위, 매실, 시금치, 순무잎, 브로콜리, 옥수수, 콩, 양배추 등 채소와 과일에 많이 함유돼 있다.
원래 루테인은 식물들이 자외선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식물 자체의 생존에 필수적인 화합물이다. 이것은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인 콜레시스토키닌(cholecystokinin) 분비를 증가시키는 성분이다. 그러나 이 호르몬은 음식을 먹기 시작하고 20분쯤 후 분비되기 시작하기 때문에 오래 씹으면서 천천히 먹으면 자연스럽게 소식하게 된다.
매실은 '갈증과 열기'를 없애주는 음식이다. 특히 '매실을 생각하면 갈증을 잊는다'는 망매해갈(望梅解渴)이라는 고사가 있을 정도로 매실은 갈증 해소에 더없이 훌륭하다. 유기산인 구연산과 사과산(malic acid) 등이 풍부한 매실은 피로회복에도 유익하다. 구연산은 체내의 피로물질(fatigue substance, 疲勞物質)인 젖산(lactic acid)을 몸밖으로 배출시키는 능력이 뛰어나다.
아스타크산틴(astaxanthin)은 주로 동물계에 널리 분포하는 카로티노이드계의 색소로서 연어, 새우, 게의 붉은색 계통을 표현하는 색소이다. 연어는 산란을 위해 강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몸에 많은 영양분과 에너지를 최대한으로 축적하게 되는데, 연어의 붉은 살에 있는 아스타크산틴이란 성분은 혈액순환에 탁월하고, 자외선으로 인한 피부 손상이나 스트레스로 인한 피부 색소 침착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된다.
또한 연어의 성분 중 하나인 오메가-3 지방산은 세포 재생에 필수적이며, 특히 노화가 빨리 찾아오는 눈가 피부를 건강하고 환하게 밝혀준다. 그리고, 이것은 피부의 콜라겐섬유가 적어지는 것을 막아 주름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최근에는 임산부가 오메가-3를 적당히 섭취하면 긍정적인 측면이 많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특히 미국소아과학회지에 실린 논문에 의하면, 자녀의 인지능력 향상 등의 효과가 기대되는 것으로 발표되고 있다.
<제주대학교 화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