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국립공원 관리권 문제는 이명박 대통령이 제주도민들의 여론과 한라산국립공원의 합리적 관리방안에 대한 검토 끝에 종전대로 제주도가 관리하도록 재결정 됐다. 앞으로 지방분권위와 환경부, 제주도가 세부적인 협의와 재의결 등의 절차를 거쳐 관리권의 제주 존치문제는 최종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 문제가 불거진 지 30여일 만에 도민들이 소망하는 형태로 매듭이 이루어지고 있으니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한라산관리권 이양 문제의 원인과 발단은 도정 관계공무원들의 단순 실수에서 비롯됐다. 제주도가 환경부의 의견수렵 과정에서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안이하게 대응했기 때문에 벌어진 소동(騷動)이다. 이로 인해 도정은 제주의 상징이자 그 자체가 제주도인 한라산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한다는 도민들의 강력한 비판에 직면했다. 도정으로서는 세계 7대 경관에 선정되기 위해 올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매우 곤혹스러운 처지였다고 볼 수 있다. 작은 실수와 안일함 때문에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할뻔 했으니 큰 교훈과 각성의 사례로 삼아야 할 일이다.
한라산 관리권이 다시 제주에 존치된다는 것은 형식적으로는 원상회복이다. 잃은 것도, 새로 얻은 것도 없는 대차대조표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 보면 한바탕 소동을 통해 얻은 무형적 소득이 만만치 않다. 도정은 한라산이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지를 확실히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여겨진다). 환경부를 비롯한 관계부처는 물론 청와대와 한나라당에 한라산이 제주에서 차지하는 특수성과 도민들의 애착을 이해시키는 계기가 된 것은 더욱 중요하다. 이는 지금까지 툭하면 한라산 관리권을 이양 하겠다고 밝혀 온 환경부와 정치권의 도발적 발상을 잠재우는 강력한 자물쇠 역할과 선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제도 적지 않다. 한라산 관리권 이양을 둘러싼 논란의 와중에 몇년 동안 다녀오지 못했던 한라산을 두차례 다녀오게 되었다. 이를 통해 한라산이 등산객의 입장보다 공직자들의 안이한 시각에서 관리되고 있음을 다시 한번 절감했다. 관음사 코스에는 '구린굴'이 있다. 제주선인들이 천연동굴을 이용해 빙고(氷庫)로 활용했던 소중한 곳이다. 이 굴은 또한 동굴이 무너져 하천으로 변하는 과정을 보여주기도 한다. 동굴의 천장은 뚫려져 하늘이 보이고 벽면에는 용암동굴의 흔적과 함께 하천으로 변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구간은 대략 수십m 된다. 입·출구 쪽에 약간의 안전시설만 갖추면 등반객들이 접근·관람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 곳을 등반객들이 본다면 탄성을 올리며 사진을 찍는 등 잊지 못할 경관포인트가 될 것이다.
반면 나리태풍 때 사라진 용진각대피소와 헬기장인 왕관릉 주변은 너무 넓은 면적을 목재로 덮어 경관을 해치고 있다. 건천이 대부분인 한라산에서 탐라계곡의 맑고 시원한 용천수는 매우 소중하다. 그렇다면 넘쳐나는 용천수의 일부를 중·하류지역으로 흘려보냄으로써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은 존재로 활용할 필요도 있다. 한라산 관리는 돈 쓰는 사업에만 치중하고 등반객들의 탐방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추억쌓기 분야를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한라산은 단순한 등반 대상 이상의 가치를 지닌 세계인의 보물과 같은 자산이다. 그렇다면 그 내용을 최상의 등반로 개설과 다양한 자료의 발간을 통해 구체적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등반로 전체에 대한 점검과 개선이 필요하다. 우근민 도정이 애정을 보이는 한라산연구소의 활성화도 가시적으로 나타나야 한다. 그런 관심과 정성이야말로 인류의 공동유산인 한라산을 올바로 지키고 가치를 선양해 나가는 길이다. 이를 위한 새로운 발걸음이 시작되었으면 한다. <강문규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