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문규 칼럼]제주는 아직도 '배고프다'

[강문규 칼럼]제주는 아직도 '배고프다'
  • 입력 : 2011. 12.20(화)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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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껍질 벗기기'라는 비유가 있다. 실속을 알고 싶어 껍질을 하나씩 벗겼는데 결과가 텅 빌 때 종종 일컫는 말이다. 최근 필자도 그런 경험을 했다. 외국인 관광객 100만명 돌파 소식을 듣고 국적별 방문객 수치가 궁금했다. 그래서 관계당국과 협회에 전화를 했는데 실망감을 감추기 어려웠다. 실상을 접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제주에 외국인 관광객이 처음 들어 온 시기를 언제부터로 볼 것인지는 시각이 분분할 수 있다. 일제강점기에도 제주도를 오간 사람들이 많다. 당시 일본은 제주도를 '남선(南鮮)의 보굴도(寶窟島)', 즉 남조선의 보물섬이라는 의미의 책을 발간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제주의 경관을 보기 위해 다녀간 일본인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제주에 관광이라는 의미가 본격적으로 번지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를 전후한 시기다. 그 때 영국왕실 관광단이 제주를 다녀갔다. 이들이 제주섬을 둘러보며 남긴 사진자료를 보노라면 저절로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된다.

이러한 태동기를 거쳐 1970년대 초에는 제주를 국제수준의 관광지로 육성하기 위한 종합개발계획이 수립된다. 그 후 1986년 외국인 관광객 10만명을 유치한데 이어 올해 100만명을 돌파하게 되었다. 관광개발이 시작된 지 한 세대가 지나서야 제주관광도 비로소 국제수준의 관광지라는 명함을 수줍게 내밀 수 있게 되었으니 기념할 만한 일이다.

외국인 관광객 100만명 유치 소식을 접하며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을 국적별로 알고 싶었다. 제주가 중국과 일본 또는 대만이나 말레시아, 필리핀과 같은 주변 국가 외에도 유럽이나 북미권에서도 찾아오는 관광지인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이들 국가에서 찾아오는 관광객들의 숫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한, 두 명씩이라도 끼어 있다면 의미 있는 자료가 될 것으로 여겼다.

외국인들이 제주를 방문하게 된 동기와 그와 관련된 관광정보는 어떻게 접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루트를 따라 제주에 오는지를 파악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 제주가 일부 국가의 관광객들로 채워진 관광지가 아니라 다국적(多國籍) 관광객이 넘실대는 국제적인 관광도시로 발전할 수 있는 기초자료가 된다. 그런데 도관광정책과에 이어 관광협회에 문의했지만 시원한 답변은 들을 수 없었다. 제주관광공사에서 용역을 수행했는데 10여개 국적의 관광객 수치만 파악하고 나머지는 '기타'로 분류, 의미 없는 수치로 처리했기 때문이다.

현실적 측면에서 본다면 어떤 국적의 관광객이 제주에 오고 있는지를 파악 하는 일이 급선무이긴 하다. 그래야 주요 공략대상을 정할 수 있고 관광객 유치를 위한 활동을 펼 수 있다. 그러나 그런 발상과 전략은 제주가 수십년간 추구해 왔던 '국제수준의 관광지, 제주'라는 일관된 목표의식을 저버리는 행태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양적 성장에만 관심이 매몰된 나머지 정작 제주가 가야 할 방향을 잃어버린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도관광정책과, 관광협회, 그리고 제주관광공사는 제주관광을 이끌어 가는 삼두마차(三頭馬車)다. 그런데 이들이 제주관광이 가야 할 목적지와 방향감각을 상실하고 현실에 안주한다면 국제수준의 관광지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제주관광의 눈은 동북아, 동남아를 떠나 부단히 태평양 너머의 세계를 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외국인 관광객 분포도에서 '기타'난을 없애야 한다. 오히려 '기타'에 속한 소수 국적의 관광객에 관한 정보를 집중적으로 분석하며 대응전략을 강구해 나가야 한다. 그 게 외국인 관광객 100만명시대를 여는 제주관광에게 주어진 과제다. 제주관광은 아직도 '배고프다'.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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