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세탁소… 기억해야 할 '제주의 현재'에 대한 이야기"

"인생세탁소… 기억해야 할 '제주의 현재'에 대한 이야기"
올해 20돌 '2025제주영화제' 개막… 내달 21일까지 일정
개막작 '인생세탁소'… 감독 문숙희·배우 문희경·김유석 찾아
  • 입력 : 2025. 08.24(일) 20:00  수정 : 2025. 08. 26(화) 14:45
  • 박소정 기자 cosoro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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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롯데시네마제주 연동에서 열린 2025제주영화제 기자간담회에서 개막작 영화 '인생세탁소'의 문숙희 감독(사진 가운데)과 문희경(사진 왼쪽)·김유석 배우(사진 오른쪽)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비비안나기자

[한라일보]"제주 탑동 매립 해녀 투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가족의 이야기, 현재의 이야기를 다루고 싶었어요. 제가 자라고 지금도 생활을 하고 있는 고향 제주가 너무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편리, 이기심 때문에 너무 많은 것들이 사라져간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라지는 것들, 기억해야 될 것들, 부모 세대가 지키고자 했던 것들을 우리가 잠깐이라도 생각해야 되지 않을까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올해로 20돌을 맞은 '2025 제주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영화 '인생세탁소'의 문숙희 감독은 24일 오전 롯데시네마제주 연동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작품의 기획 의도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인생세탁소'는 1988년 제주 탑동 매립 당시 해녀투쟁을 배경으로 이후 30년이 지난 오늘을 살아가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도심 속 하군 해녀 옥희(문희경)에게 전 남편의 딸 은영(강진아)이 찾아오고, 아들 경식(현대영)이 빚쟁이들에게 쫓겨 어린 손주를 맡기고 사라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딸의 양육권을 찾기 위해 돈이 절실한 은영은 아버지가 남긴 세탁소에 욕심이 생기고 옥희와 갈등을 빚는다. 마을에 재개발 바람이 불어오면서 세탁소에도 위기가 찾아온다. 이 영화는 전주국제영화제, 서울국제노인영화제 초청 상영에 이어 5·18영화제 최우수작품상, 러시아 가족과 아동을 위한 국제영화제 특별심사위원상·최우수장편영화상을 수상하며 호평을 받아왔다.

문 감독은 그의 부모의 삶의 터전이 무근성과 탑동 일대였던만큼 자연스럽게 그 주변의 이야기들과 그의 어린시절 이야기들이 영화의 소재로 이어졌다고 했다. 그는 "시나리오를 쓸 때 아버지가 몸이 안 좋으셨는데, 그때 '부모님이 저희들한테 남기고 싶어했던 게 무엇일까'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고, 그러한 부모의 정신을 따라가고 싶었다"며 "제가 어렸을 적에 살았던 마을도 사라져 버렸다. 시나리오를 쓰면서 '만약 탑동의 몽돌 바닥이 남아 있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을 굉장히 많이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고 했다.

문 감독은 이번 작품으로 제주 관객을 처음 만나는 소감을 묻는 말에 "개막식에 해녀 '옥희'라는 인물의 영감이 된 대상군 해녀 홍옥희 삼춘을 비롯해 영화를 위해 도움을 주신 분들이 오신다고 들었다"며 "영화를 상영하는 날 중에 가장 떨리는 날이다. 숙제 검사를 받는 학생 같은 기분이 든다"고 전했다.

제주영화제 개막작 '인생세탁소' 스틸. (사)제주영화제 제공

이 영화에서 해녀 '옥희' 역은 제주 출신 배우 문희경이 연기했다. 그에게도 이번 영화는 의미깊은 작품이었다고 했다.

'인어전설', '어멍'에 이어 '인생세탁소'까지 제주를 소재로 한 영화에 참여하며 다양한 제주의 어머니를 연기해 온 문희경은 이번 역할에 대해 "제주 어머니들은 보통 괄괄하고 여장부 스타일인데, '옥희'는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하지만 굉장히 뚝심 있게 그 인생들을 살아가는 다른 캐릭터였다"며 "이를 표현하기가 처음엔 힘들었지만 저희 어머니, 할머니, 동네 어머니들을 생각하면서 그 캐릭터를 만들어 나갔다"고 했다. 이어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가족을 위해서 물질을 해야했던 제주의 어머니의 마음을 느낄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기억에 남는 장면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옥자'는 해녀가 되고 싶지 않았었요. 본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오히려 물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이었어요. 어린 옥자의 대사가 있어요. '바다에 가기 싫어서 자꾸 뭍으로 나오면 부모님이 바다로 밀었다. 니가 살 곳은 여기다. 그래서 또 나오면 또 바다로 이렇게 내던져졌다'. 그 대사를 할 때마다 울컥했어요. 그 장면을 볼 때마다 굉장히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가족을 위해서 살아야 했던 제주의 어머니의 마음을 느낄수 있을 겁니다."

선함과 악함의 양면성이 공존한 인물인 개발업자 '성일' 역을 맡은 배우 김유석은 유년시절의 경험이 이 작품을 이끌었다고 했다.

그는 "강원도 철원에서 태어나고 두살때 서울의 변두리에서 살았는데 유년의 기억이 다 거기 있다. 어느날 학교를 갔다왔더니 나의 삶이었고 나의 추억이었고 나의 놀이터였던 그 곳이 다 없어졌다"며 "그때 그 충격이 굉장히 컸는데, 마음 한켠에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시나리오를 받고 읽으면서 그 감정이 되살아났고, 작품에 나의 이야기가 녹아들지 않을까하는 마음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 영화는 콘크리트 밑에 깔린 한 가정의 모습을 그렸다고 생각한다"며 "영화 촬영한 지 3년 만에 처음 보게 되는데, 저도 어떻게 표현됐을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영화제는 이날 개막식을 시작으로 오는 9월 21일까지 롯데시네마제주연동을 비롯한 제주 일원에서 31편의 영화를 상영한다. 영화 상영 일정 등 자세한 내용은 제주영화제 누리집에서 확인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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