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그 보통의 삶] ② 장애아 돌봄 부담 해법은

[발달장애, 그 보통의 삶] ② 장애아 돌봄 부담 해법은
[기획] 장애아 돌봄 서비스 있어도… "맡길 곳 없다" 한숨
장애아 가족 양육지원사업, 맞춤 돌봄 지원 한계
학교·지역아동센터 등 돌봄 서비스도 '그림의 떡'
  • 입력 : 2022. 08.17(수) 18:01
  • 김지은기자 jieu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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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원들이 지난달 12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열린 발달장애인 참사 특위 결의안 통과 촉구 전국 집중 결의대회에서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 체계를 구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모든 영역에서 도움이 필요한 발달장애인을 돌보는 가족들에겐 돌봄 부담이 유독 크다. 사진=연합뉴스

[한라일보] 발달장애아를 키우는 한서연(가명)씨의 하루는 숨가쁘다. 지적장애와 뇌병변 장애를 가진 둘째 아이에 이제 막 초등학생이 된 비장애인 첫째를 함께 돌봐야 하는 탓이다. 중증 장애라는 이유로 어린이집을 두 번이나 거절당했던 둘째가 특수학교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했지만 돌봄은 여전히 '큰 짐'이다.

|도움 없이는 돌봄 '큰 부담'… 치료 일정 맞추기도 빠듯

학교에서의 돌봄에 기댈 수도 없다. 특수학교 유치원에도 방과후학교가 운영돼 오전 정규 수업 이후의 돌봄 기능을 하지만 이마저도 마음 편히 이용하기 어렵다. 눈치 아닌 눈치도 보인다. 한 씨는 "유치원 두 개 학급을 합쳐 방과후학교가 이뤄지다 보니 사람이 많은 걸 힘들어하는 둘째가 오래 있기도 어렵고, (학교에서도) 일찍 데려가길 바란다"고 했다.

첫째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올해는 유독 힘든 시간을 보냈다. 병원 운동 치료에 작업 치료, 감각통합 수업 등 매일 한 두 개씩 이어지는 둘째의 치료 일정을 맞추며 학교를 일찍 마친 첫째까지 챙기는 일은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버거웠다. 장애아 가족에 지원되는 돌봄 서비스를 신청했지만 돌보미를 연결 받기까지 6개월을 기다려야 했다.

"지금도 일주일 내내 돌보미가 필요하다고 하면 잘 구해지지 않아요. 돌보기 어려운 중증 장애아일수록 더 그렇고요. 1년에 840시간 이내로 돌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지만 그걸 다 쓰기도 쉽지 않죠."

보건복지부의 '장애아 가족 양육지원사업' 홍보 포스터.

|돌봄 서비스 늘었는데… '질적 고민' 빠졌다

발달장애아를 키우는 다른 부모의 고민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돌봄 부담이 크지만 맘 편히 아이를 맡길 곳이 부족하다는 한숨이 여전하다. 정부나 지자체, 교육청 등에서 지원하는 돌봄 서비스가 있어도 '그림의 떡'인 경우가 허다하다.

돌봄 노동자 처우 개선 등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서비스 질을 낮추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씨가 받고 있는 중증 장애아 가족 양육지원 사업인 돌봄 서비스도 이러한 문제에 놓여 있다. 지난 7월 기준 제주지역 전체 이용자(137명)의 78%(지적 66명·자폐성 42명) 이상이 '발달장애아'였다. 그만큼 이들 가족의 양육 부담이 크다는 걸 짐작할 수 있지만, 필요에 맞춰 돌봄을 지원 받는 게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70세 이하이면 일정 교육(이론교육·실습 40시간)을 받은 뒤 바로 돌보미로 활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애아 돌봄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돌보미의 처우 개선 등이 우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돌보미의 수당은 시간당 9160원으로, 기본 법정 수당도 올해서야 지급되고 있다. 사업시행기관인 제주도장애인부모회 강경균 사무처장은 "결국엔 돌봄 노동자의 처우 개선 문제와 맞물려 있다"며 "돌봄 노동이 온전한 직업이 되지 못하다 보니 돌보미의 상당수가 50대 여성"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발달장애인 당사자 중심, 자기 선택과 결정을 존중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라고 하지만 현재의 처우로는 장애에 대한 전문성과 감수성이 있는 인력을 구하기가 어렵다"며 "서비스는 양적으로 확장됐는데 질적인 부분은 전혀 고민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발달장애아 부모들이 만든 '별난고양이꿈밭'은 발달장애 학생 방과후활동과 돌봄교실 등을 운영하고 있다. 아이들이 갈 곳이 많아지길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 사진=별난고양이꿈밭

|읍면 가정 소외… 중증 장애에 문턱 높은 돌봄 기관

도내 읍면 지역 장애아 가정이 소외되는 문제도 있다. 현재 활동 중인 돌보미 95명 중 87명이 제주시와 서귀포시 동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대개 주거지를 중심으로 돌봄 활동이 이뤄지다 보니 읍면 지역까지 돌봄의 손길이 뻗치지 못한다. 만 6세부터 17세까지의 발달장애 학생에게 지원되는 '방과후활동서비스'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이는 발달장애 학생이 학교를 마친 뒤 다양한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해 부모의 돌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사업이지만,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는 도내 지정 기관 9곳(제주시 6곳·서귀포시 3곳) 모두가 동 지역에 위치해 있다.

지역사회 안에서의 다양한 돌봄 서비스를 받는 데도 '장애'는 벽이 된다. 도내 아동 돌봄 기관인 지역아동센터, 다함께돌봄센터 등 대부분의 공간이 한정된 인력으로 운영되다 보니 센터 입장에서도 장애아를 받는 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장애 구분 없이 모든 아동에게 문을 넓히기 위해선 안정적인 돌봄 인력 지원 등이 뒷받침돼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제주시다함께돌봄센터 김형순 센터장은 "정원이 20명인데, 현재 비장애아동 16명과 발달장애아동 4명이 이용하고 있다"며 "명확한 지침이 없지만 장애아 1명을 비장애아 2명 보고 있어 이미 포화 상태"라고 했다. 그러면서 "주 2~3회 하루 5시간 정도 아동복지 교사가 지원되고 방학 중이라 근로장학생 3명이 더 투입되고 있지만 고정 인력은 센터장 1명에 돌봄 교사 1명에 그친다"며 "한시적이 아닌, 안정적인 돌봄 교사가 지원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별난고양이꿈밭'이 제공하는 프로그램 활동 모습. 사진=별난고양이꿈밭



"10년 전 장애아 부모 고민, 왜 지금도 똑같이 해야 할까요"

발달장애인 돌봄센터 '별난고양이꿈밭'
첫 시작부터 운영까지 부모들 힘 모아
"여기서 멈추지 않도록 사회적 관심을"


"중증장애 아동은 갈 곳이 없어요. 초등학교 돌봄교실이나 지역아동센터, 다함께돌봄센터 등 돌봄 기관은 있지만 잘 받아주지 않죠." 발달장애아의 돌봄과 방과후활동을 지원하는 사회적협동조합 '별난고양이꿈밭' 박정경 대표가 말했다. 발달장애아 부모 모임인 제주아이 특별한아이의 대표이기도 한 그의 말에는 별난고양이꿈밭의 시작점이 읽힌다.

'왜 우리 아이들을 받아주는 곳이 없을까.' 이러한 물음은 발달장애아 엄마들을 움직이게 했다. 돌봄 공간을 만들기 위한 컨설팅부터 실제 서비스 지원까지 온전히 엄마들의 힘이 모였다.

"발달장애인에 대한 관심을 가져달라고 얘기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바람도 있었어요. 그런데 막상 해 보니 발달장애아를 키우면서 또 다른 돌봄을 한다는 게 쉽지 않았죠. 2020년 말에 문을 열고 1년 정도 지나니 돌봄을 함께하던 분들이 지쳐서 그만 두기도 했어요."

힘든 길이지만 보람은 분명하다. 올해로 3년째 별난고양이꿈밭이 이어올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발달장애아를 직접 키우는 엄마들인 만큼 아이의 속도에 맞춰 돌봄을 지원하고 활동 계획에도 아이들의 바람을 담는다. 박 대표는 "다른 기관이 요리나 원예 등 프로그램 중심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과 달리 아이의 상태를 보면서 필요한 걸 해주려고 한다"며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우리가 해 줄 수 있다는 게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운영은 쉽지 않다. 바깥 공간을 갖춘 돌봄 공간과 고정 인력을 확보하는 게 가장 큰 어려움이다. 예비적사회적기업으로 선정돼 일부 지원을 받고 있지만 3년 내에 '자립'은 숙제로 주어졌다.

"별난고양이꿈밭을 만들기 전에 복지관이나 치료센터 등을 다니며 자문을 구했는데, 그때 만난 분들이 이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장애아를 둔 부모들이 10년 전에 말했던 고민을 10년 후에도 똑같이 이야기하고 있다고요. '아이들이 갈 데가 없다', '일할 곳이 없다'고 말이에요. 별난고양이꿈밭은 '과도기'이지만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여건이 주어진다면 더 성장해 그 존재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거예요. 여기에서 멈추지 않도록 사회적 관심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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