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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觀] 그 섬이 거기에 있었다
최다훈 기자 orca@ihalla.com
입력 : 2021. 06.1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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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빛나는 순간'.

제주에서는 계절이 바람을 타고 흐른다. 바다도 산도 그 바람에 맞춰 흔들린다. 하늘이 바다가 되고 바다가 하늘이 되는 곳, 작은 오름과 거대한 한라산이 하늘을 향해 자리한 곳. 그리고 그 자연 모두를 감싸 안는 섬의 바람. 제주는 바람의 섬이다. 그래서일까 제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 속에는 제주의 바람, 바람의 소리 그 소리를 듣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담겨 있곤 한다. 때로는 그 움직임들이 불가사의할 정도로 간절해서 보는 이들의 마음 또한 세차게 흔든다.

 제주를 배경으로 한 두 편의 사랑 영화에는 그 간절함이 곡진한 사연으로 담겨 있다. 제주 출신인 배우 고두심이 해녀로 출연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 소준문 감독의 영화 '빛나는 순간'은 '바다에서 숨 오래 참기'로 기네스북에 오른 제주 해녀 진옥에게 어느 날 불어온 사랑이라는 바람과 그 흐름의 순간들을 그려낸 영화다. 일흔이 가까운 나이의 진옥은 평생을 바닷속에서, 바다의 곁에서 살아온 사람이다. 진옥은 자신의 곁을 떠난 이와 자신의 곁을 떠나지 않는 사람을 마음 한복판에 묻은 채 매일 물질을 한다. 물속에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베테랑이지만 뭍으로 나온 진옥의 삶은 덩그러니 황망하기만 하다. 어느 날 그런 그녀의 곁에 누군가가 나타난다. 진옥보다 훌쩍 어린 한 남자는 해녀 진옥을 취재해 영상에 담기 위해 그녀의 닫힌 마음을 열어 보려고 노력한다. 처음엔 진옥이라는 해녀가 필요해서였고 결국엔 진옥이라는 사람의 마음 안에 자리 잡고 싶어서였다. 바다의 속은 알아도 자신의 속내는 모르던 진옥은 자신의 빗장을 열고자 애쓰는 그의 움직임들 덕에 마음에 묻어둔 감정 하나를 어렵사리 마음 밖으로 꺼내 놓는다. 사랑이었다. 이토록 뜨거운 줄도 모르고 마음 안에 묻어둔 사랑은 마음의 문을 열고자 했던 사람과 끝내 마음의 문을 연 또 한 사람, 두 사람에게 축복처럼 내리쬔다.

 그렇게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빛나는 순간'이 두 사람에게 내리쬔다. 나이 차이를 금기로 부르지 않는 시대지만 익숙하지 않은 감정과 낯선 시선을 대하는 것은 어쩔 수 없이 자기 검열일 수밖에 없기도 하다. 가능성도 위험성도 내가 나에게 허락을 받아야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두 사람은 모르지 않는다. 그래도 그들은 내가 모르는 나의 감정을 알고 있는 단 한 사람, 자신을 위해 사랑을 시작하고 흔들리고 주저앉는 사랑을 붙잡고 얼싸안는다.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이 빼곡하게 담긴 이 영화에는 서럽게 울고 있는 마음 안의 소리들이 풍광을 다독이다 마침내 또렷한 소리를 낸다. 그 소리는 멈춰진 마음 안으로 불어서 두 사람의 거리를 좁히게 만들고 서러움도 그리움도 모두 하나의 감정 안으로 녹아들게 만든다. 사랑한다는 말이 영화 속에서 마침내 등장할 때, 두 사람이 함께 물속에 잠겼을 때, 두 개의 마음이 하나의 소리가 되어 터져 나올 때 나는 벅찬 심정으로 하나 된 사랑의 소리에 안도했다.

김양희 감독의 작품 '시인의 사랑' 또한 제주를 배경으로 어느 날 세차게 불어온 사랑의 순간들을 마주한 세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시인과 시인의 아내 그리고 한 청년의 복잡하고 미묘한 마음의 결들이 겨울의 제주와 함께 펼쳐지는 이 영화는 잡을 수 없고 놓을 수 없고 확신할 수 없는 마음들이 파도치는 영화다. 사랑이 찾아올 때와 머무를 때 그리고 떠날 때가 모두 담겨 있는 이 영화에서 겨울의 제주 풍광은 마음이 시리도록 아름답다. 물이 빠져 텅 빈 쓸쓸한 수영장, 비가 지나간 후 습기를 머금은 원시림, 섬의 가로등을 흔드는 밤의 바람이 애처롭고 아득한 태어난 시인의 사랑과 함께한다. 이 영화에서는 하늘과 바다가 하나로 일렁이는 장면을 종종 볼 수 있는데 구름이 흐르고 파도가 움직이는 작지만 확실한 변화들이 마치 인물들의 마음을 투영한 듯 느껴졌다. 시어를 찾아 마음속을 헤매던 시인에게 찾아온 차마 바로 써 내려갈 수 없는 감정들이 그 일렁임과 닮아 있었다. 하늘도 바다도 아닌 일렁이는 어떤 경계에서 찾지 않았으나 당도한 사랑 앞에 영화 속 인물들은 종종 눈물을 흘린다. '시인의 사랑' 또한 '빛나는 순간'과 마찬가지라 세상의 편견 속에 금기로 굳어진 사랑의 모양을 해체한다. 해녀인 진옥이 바닷속에서 찾지 못한 생명, 시인이 시 속에 쓰지 못한 단어인 사랑이라는 감정은 결코 견본으로 존재할 수 없는 마음의 형태이다. 우리 모두가 각각 다르듯 우리 모두의 사랑 또한 같은 모양의 하나일 수 없다. 바람이 부는 섬에서 태어난 이 두 편의 사랑 영화는 그 섬이 거기에 있는 것처럼 당신들의 사랑 또한 그 자리에 도착해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진명현 독립영화 스튜디오 무브먼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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