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책방, 한권의책] (5)나는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

[동네책방, 한권의책] (5)나는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
미래의 노년에게… 멋지고 행복하게 나이드는 비결
  • 입력 : 2020. 09.24(목)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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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노 아야코가 41세에 출간한 책
“이렇게 나이 들어야" 지침인 듯
노년 아닌 '만년'이란 용어 사용
“대접받고 싶은 마음 들면 노인"
새로운 세대 공감하고 소통해야

모든 늙어가는 사람을 위해 쓴 행복한 노년을 위한 안내서. 노년에 보다 가치 있는 삶과 행복을 영위하려면 어떠한 마음가짐과 준비를 해야 할까. 노여움, 푸념, 잔소리 등에서 자유로워질 것과 너그러운 삶의 자세 등 심오한 인생철학을 쉽고 마음에 와 닿는 문장으로 표현했다.

<저자 소노 아야코 저, 출판사 리수>







▶대담자

▷한문경 : 서귀포 북클럽 카페 커피로다 운영.

▷이혜연 :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위원, 꿈꾸는 다락방 운영.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이혜연 위원(왼쪽)과 한문경씨가 책방 '어떤 바람'에서 만나 '나는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를 들고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이혜연(이하 이) : 책을 읽고 난 느낌은?

▷한문경(이하 한) : 제목이 마음에 와 닿아 펼쳐 본 책이었다. 특별하지 않고 너무나 당연한 말들이지만, 자연스럽게 읽혀지는 것만큼 행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앞으로 어떻게 다독거려 내 삶으로 이끌어 잘 늙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이 제시하는 대로만 늙어갈 수 있다면 나도 편안하고 주위 사람들도 편안할 것 같고, 무엇보다 상처받지 않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늙음을 경계하며 잘 늙어간다는 건 많은 노력과 비움과 여유가 동반되어야 한다. "이렇게 나이 들고 싶다"보다는 "이렇게 나이 들어야 한다"는 지침이 아닐까 싶다.

▷이 : 이 책의 저자인 소노 아야코의 '만년'이라는 표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한: 시적인 정적과 우아함을 풍기기도 하고 나이와 상관없는 조숙함으로 저자가 좋아하는 단어로 알고 있다. 늙을(저물) '晩'을 써서 나이가 들어 늙어가는 시기라는 의미인데 노년이라는 표현보다는 만년이라고 하면 왠지 노년을 준비할 수 있고 꽉 찬 느낌이긴 하다. 이제까지 자주 사용했던 단어가 아니라서 작가의 느낌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이 : 책에서 제시된 여러 가지 중 제일 공감됐던 것은?

▷한 : '생활의 외로움은 아무도 해결해줄 수 없다'라는 문장이다. 우리는 살면서 여러 종류의 외로움을 느낀다. 노년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서 얻고자 하기 때문에 더욱 외로워지는 것은 아닌지…. 이제는 평생교육 시대다. "할 수 있는 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라고 작가도 얘기했듯이 앞으로 일어날 신체적, 경제적 일들을 대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자신의 내면을 채워나가다 보면 외로움의 깊이가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 이 책에는 노년을 준비하는 여러 현실적인 사례들이 소개됐다. 가장 현실적인 예를 든다면?

▷한 : 취미활동이나 평생교육원 수업에 참여해 보면 연령층이 높음을 알 수 있다. 가끔 얘기를 나누다 보면 다들 돈을 목적으로 무엇을 배운다기보다는 심리적으로 위안을 받을 수 있으면서 경제적으로 도움을 얻을 수 있는, 노년에 자기생활을 위해 배우는 분들이 많다.

▷이 : 저자는 이 책을 나이 41세에 출간했다. 저자는 아직은 노인이 아닌 자신을 향해 쓴 것이라고 했는데, 문경님은 자신의 노년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한 : 이십대에 삼년 동안 노인들과 보내는 지내는 직업을 했었다. 나이가 들면 살아온 경험들로 너그럽고 여유로울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다 그런 건 아니라는 걸 알고 정말 실망스러워했던 기억이 있다. 노년에 대한 생각은 자주 한다. 예전엔 막연하게 "나이가 들면 이렇게 살고 싶다" "나이가 들면 이렇게 살 수 있을 거다"라는 상상을 했다면 지금은 이제까지 내가 살아온 삶에서 어떻게 더 나아갈 수 있고,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되는지를 고민하게 된다.

사십대 후반에서 오십대가 되는 지금까지 많이 혼란스러운 것 같다. 나 같은 경우에는 아이들이 성인이 되는 시점이고, 갱년기나 폐경이 오는 시점이기도 하고 삶에 여유가 조금 생겨나는 시점이기도 하다. 이제야 나를 돌아볼 여유가 생겨 내 모습을 보니 준비된 건 없고, 자신감도 없는데 신체적으로 여기저기 삐걱거리고 갱년기로 마음까지 혼란스럽다. 나름 준비하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정리되지 않고 여기저기 흩어놓은 느낌이다.

▷이 :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인물이 있는지? 이 책에 나온 것처럼 나도 저렇게 나이 들고 싶다, 나도 저렇게 늙고 싶다 느끼게 해 준 분이 있는지?

▷한 : 어느 한 개인을 지칭하기는 그렇고, 삶의 전부가 아닌 어느 일부분에 대해선 존경하고 닮고 싶은 분들이 있다. 꼭 노년이 아니어도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의 '산티아고'처럼 나이에 굴하지 않고 꿈을 향해 도전하는 열정과 고난을 헤쳐 나가는 삶의 방식을 닮고 싶기도 하고 영화 '심야식당'에 나오는 셰프처럼 편안함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 늙고 싶기도 하다.

▷이 : 소노 아야코는 노인의 의미는 절대적인 나이가 많고 적음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다른 사람에게 뭔가 대접받고 싶어 하는 마음만 가지게 되는 상태'라고 말했다. 마음이든지 물질이든지 더이상 베풀지 않고, 이제 나도 노인이 되었으니 당연히 네가 나를 대접해야 된다라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바로 그때 노인이 된다고 작자는 말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한 : 대접받고 싶어 하는 마음은 누구나 다 갖고 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내가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대접만 받길 원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노인이 횡단보도를 건너다 빨간 불이 되었을 때, 차들이 기다려 주는 건 배려이다. 하지만 당연히 내가 늙었으니 기다려 줄 거라고 생각하는 이기심에서 우린 가끔 실망을 한다.

내가 생각하는 마음의 노인을 한 가지 얘기한다면 과거에 얽매여 사는 것이다. 요즘 꼰대들의 전용 멘트라고도 하며 가장 금기시 된다는 말이 있다. "나 때는 말이야…"라는 말이다. 부모님께 수없이 들었던 말이기도 하지만 내가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가 반찬투정하거나 학원 가기 싫어할 때도 썼던 말이기도 하다. 새로운 세대를 공감하며 인정해줘야 소통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귀 기울여 주고, 존중해 주고 배려하는 마음을 갖는다면 외롭지 않는 노년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 : 어떤 기준으로 노년이라고 말할 수 있고, 언제부터 준비했다고 얘기할 수 있을까. 지나온 세월을 무시하고 나의 노년을 얘기할 수 있을까. 책 한 권이 주는 무게를 제대로 받아들여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여유와 겸손한 자세로 살 수 있게 조금씩 나를 다듬는 중이다. 더 늙기 전에 나의 가치를 찾고 싶다. 말처럼 쉽지 않지만 노력하지 않고서는 내가 원하는 삶을 얻을 수 없기에 편함을 뒤로하고 아직은 노력하고 싶다. 이제는 100세 시대이다. 어쩌면 죽을 때까지 노년을 준비하며 살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정리=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어떤 바람]

산방산이 보이는 마을, 안덕면 사계리에 위치한 이 책방은 덩굴로 둘러싸인 아담한 노란색 건물이다. 제주도를 너무나 사랑한 주인장 부부가 제주여행을 자주 다니다가 한달살이를 했고, 책방을 내면서 사계리에 터를 잡았다.

이곳에서는 어린이 책모임뿐 아니라 어른들 독서모임이나 그림책 원화전시가 꾸준히 이루어진다. 제주도에 관한 책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책방의 보물 같은 공간인 다락창문은 한 번 보면 분명 반할 것이다. 마을 사람들이 사랑하고 여행자들도 꾸준히 찾는 이곳에서 책 한 권 구입해, 책방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만나는 해변에 앉아 읽는 여유로움도 누려볼 수 있다.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산방로 374. 전화 064)792-2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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