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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세상] 가족·친족 관계가 작동했던 전쟁기 폭력
인류학자 권헌익의 ‘전쟁과 가족’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20. 07.1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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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적 고난 잔혹한 영향친족 환경 사적 영역 아냐

현기영의 소설 '순이삼촌'은 서울에 사는 중년 남자가 조부의 제사에 참석하러 제주 고향마을을 찾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어르신들이 집안 이야기를 나눌 때 제주4·3에 얽힌 사연이 나온다. 주인공은 그 말을 들으며 과거의 끔찍한 사건이 가족의 현재 삶을 얼마나 견고하게 둘러싸고 있는지 알고 놀란다. 4·3은 여러 면에서 한국전쟁의 서막이었다. 한국전쟁이 세계내전으로서의 전지구적 냉전정치의 대표적 사건이었다면 1947~1953년 제주에서 벌어진 일은 한반도 내전의 정치가 제주에서 명시적으로 나타난 거였다.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 가족과 친족의 관점에서 4·3을 포함 당시 양민들이 처했던 현실과 폭력이 작동했던 방식을 살펴본 책이 나왔다.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 등 냉전 연구로 주목받는 권헌익 서울대 인류학과 초빙석좌교수의 '전쟁과 가족-가족의 눈으로 본 한국전쟁'(원제 'After the Korean War: An Intimate History')이다.

한국전쟁은 세계사의 지평에 미친 영향이 엄청나지만 정작 한반도를 살아가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겐 잊힌 전쟁이 되고 말았다. 그 망각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한국전쟁 당시 개개인의 삶에 미친 폭력의 기제가 전후에도 가족·친족·공동체라는 '관계'를 중심으로 강력하게 작동했기 때문에 애써 부인하고 잊으려는 노력의 결과였다.

기존 사회학·인류학 담론은 공민사회(civitas)와 민간사회(societas)를 구분하고 근대정치에서 친족이라는 환경은 사적 영역에 불과하다고 해왔다. 하지만 저자는 전쟁 경험을 담은 문학작품, 증언록 등을 들여다보며 한국전쟁기 폭력이 가족·친족 관계의 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관계적 고난'이었다고 분석하며 그같은 이론을 비판한다. 연좌제는 전쟁이 끝난 뒤 적의 영역으로 넘어갔다고 의심되는 사람의 가족 전체가 감당해야 할 심각한 문제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저자는 제주시 하귀마을에서 친족의 균열과 갈등을 극복하고 우애와 연대의 역동성을 회복하는 모습을 본다. 2003년 초, 한국전쟁 전후 길고도 잔혹했던 폭력에 희생된 마을사람들에게 바치는 위령비를 세운 곳이다. 그는 이 사례가 공동체를 사회와 분리하는 근현대 세계의 이념적 경향을 이겨내고 소시에타스와 시비타스가 서로 합심해 놀라운 정치적 공간을 창출했다고 분석하며 한국사회가 전쟁을 끝내고 평화로 나아가는 희망의 실마리를 발견하게 된다고 했다. 정소영 옮김. 창비.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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