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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병의 목요담론]우영에 든 꿩 놔뒁 밧듸꿩 심젠한다
김도영 기자 doyoung@ihalla.com
입력 : 2020. 01.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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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에 들어온 꿩을 놔두고, 들판에 있는 꿩부터 잡으려는 욕심과 어리석음을 버리라는 속담이다. 어쩌다 들어왔지만, 꿩은 잽싸게 날아갈 궁리를 한다. 예로부터 제주에서는 꿩사냥과 꿩엿을 알아주었다. 마을 주변에 소낭밭이나 오름은 아이나 어른이나 할 것 없이 꿩사냥터이다. 평소 친분이 좋아야 함께 꿩사냥을 즐길 수 있으며, 꿩사냥에 나서지 못하더라도 꿩고기 맛을 볼 수 있다.

사람 사는 맛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수렵시대에서 포노사피엔스에 이르기까지 식량은 인간에게 중요한 자원이다. 옛 사람들의 문화로만 받아들여서는 곤란하다. 꿩코를 잘 만들거나 좋은 재료를 구하는 법, 꿩코를 놓는 위치와 시간, 꿩을 쫓는 법과 꿩이 날아가는 습성, 사냥개를 다루거나 동료들과 협동하는 잇점, 꿩알을 줍는 요령과 시기, 꿩엿이나 꿩메밀칼국수처럼 웰빙 음식을 만드는 비법 등 꿩을 통해 살아가는 지혜가 넘쳐난다. 동네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하나하나가 추억이면서 자원이다. 어른들은 아이나 식구들에게 물고기나 꿩을 잡아서 갖다 바치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더 잘 잡고, 끊임없이 사냥하는 법을 더 많이 가르쳐 주었다.

꿩은 사냥이나 음식만큼이나 미래세대에게도 새로운 콘텐츠가 될 수 있다. 선사시대부터 이어져 오는 사냥술은 어르신이 아닌 스마트폰에서 찾는 시대이다. 어디 꿩사냥 뿐일까. 오죽하면 지혜로운 호모사피엔스가 스마트폰에 의존하는 포노사피엔스로 진화했다고 할까. 그렇다고 밭에서 시도 때도 없이 울던 꿩이 스마트폰에서 운다고 성질낼 일이 아니다. 제주꿩이 어르신이나 아이들이 함께 지켜야할 문화유산으로 정착되어야 한다.

박물관이나 음식점에 가면, 진풍경 중에 하나가 스마트폰 존이다. 놀면서도 먹으면서도 스마트폰이 있어야 한다. 꿩사냥이 옛 사람들의 문화였듯이 스마트폰 놀이를 부정하거나 거역하지 못할 것이면, 더 지혜롭게 즐겨야 한다. 나와 상관없거나 나무랄 일이 아니다. 꿩 이야기가 얼마나 재미있고 풍부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 누구나가 함께 할 수 있는 몫이다. 어르신과 소통해야 정확하고, 디자이너에게 부탁해야 더 세련되고, 요리사를 찾아가야 레시피가 더 맛깔나고, 고객을 만나야 더 알찬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사람들의 이기와 편리로 인해 제주의 자연은 늘 양보해야 했다. 올해 초에 희생된 원앙도 그렇고, 제주 텃새인 꿩도 불안하다. 저 멀리 시베리아를 떠나 따뜻한 남쪽나라에서 겨울을 보내고자 하는 바람은 비단 새들만이 아니다. 지구 곳곳에서 제주를 찾는 사람들도 그렇다. 오는 사람도 맞이하는 사람도 자기의 입장만을 우기면 모두 불행해 질 수 있다. 주어진 기회는 함께 누리고 공유할 때 더 값진 것이 될 수 있다. 나 혼자 편하자고 독점하거나 이웃과 불통한다면, 세상엔 버림받는 꿩이 더 많아질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비상사태다. 그렇지 않아도 동물 질병과 관련하여 참을 만큼 참아온 농민들로서는 속이 터진다. 이럴수록 스마트폰 정보를 공유하고, 남 탓하기 전에 주변부터 잘 살펴야 한다. 우영팟이든 밭이든 중산간이든 꿩 때문에 고통 받거나 어리석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꿩 덕분에 제주사람들의 소망이 이루어지길 간절히 기대해본다. <김완병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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