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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후 작가의 시(詩)로 읽는 4·3] (42) 한라산 뻐꾸기(고정국)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20. 01.1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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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잡목 숲에 텃새 한 마리 숨어서 산다

외가댁 대물림에 늙어서도 목청이 고운

사삼 때 청상이 됐던 올해 칠순 이모가 산다



산이 산을 막고 무심이 무심을 불러

해마다 뻐꾸기 소리 제삼자처럼 듣고 있지만

이모님 원통한 숲엔 오뉴월 서리도 내렸으리



반백년 나앉은 산은 등신처럼 말이 없고

"꺼꾹 꺼꾹 꺼꾹 꺼꾹" 숨어 우는 우리 이모

간곡히 제주사투리로 되레 나를 타이르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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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광풍이 불어 닥친 섬. 주민들은 대나무 마디가 타는 소리에도 놀라 숨어들고, 남편시신을 수습하던 아낙은 하늘만 쳐다본다. 또 남편과 아들을 잃은 아낙은 '홋설허민 추물락추물락'하고 아낙은 산부대의 습격을 막으려 순번제로 '입초 사멍' 살았다. 198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문단에 입성한 시인은 그의 시조 인생을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는 과연 무엇일까? 결국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한마디는 현실 인식에 바탕을 둔 치열함이다. 아아, 시인이 전하는 "꺼꾹 꺼꾹 꺼꾹" 숨어 우는 '우리 이모'가 되레 제주사투리로 시인을 타이르신다고 했다.

4·3때 청상(靑孀)이 된 여인이 어찌 이모뿐이겠는가? '청상과부'를 줄여 청상이라 한다. 청상과부는 젊어서 과부가 된 여인이다. 살아남은 여인들은 '연좌제'와 '레드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등 온갖 치욕과 분노, 좌절과 체념을 겪어야 했다. 4·3학살극은 허무주의와 패배주의를 심어주었고 전통적인 공동체 의식을 크게 변화·왜곡시켰다. 예로부터 제주의 어른들은 실의에 빠진 사람들에게 "살암시민 살아진다(살다 보면 살게 된다)"고 위로했다. 그 사태에 남편을 잃고 청상과부로 살아온 많은 할머니들은 자신들이 겪어 온 기막힌 세월을 털어놓은 후엔 대개 "살암시난 살아지더라(살다 보니까 살게 되었다)"는 말로 자신을 위로한다.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었음에도 좌절하지 않고 남편을 떠나보낸 사실에 절망하지 않으면서 군·경 토벌대의 방화로 깡그리 불에 타버린 마을을 여린 손으로 다시 일으켜 세웠고 제주공동체를 복원시켰다. 시인은 젊은 시절 제주가 아닌 전라남도 소안도, 당사도를 자주 들렀다. 한 달에 한 번씩 다른 지역에 머무는 생활을 이어가기도 했다. 고향 제주가 아닌 바다 건너 낯선 섬까지 간 이유에 대해 "수평선은 나에게 절망이며 감옥이었던 것. 그 한계선을 넘기 위해, 제주를 떠나 전라도의 끝 섬 당사도 민박집에 노트북을 켰다. 그런데 이곳 수평선은 더 슬픈 시선으로 다가와 어느새 나의 친구가 되려 한다"고 이야기 했다. 시인은 '서울은 가짜다', '민들레 행복론' 등 집과 고향사투리 서사시조집 '지만울단 장쿨레기', 산문집 '고개 숙인 날들의 기록', 전원에세이집 '손' 등을 썼다. 중앙시조대상 신인상, 유심작품상, 이호우문학상, 현대불교문학상, 한국동서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제주작가회의 지회장을 역임했다.

<김관후 작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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