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희식의 하루를 시작하며] 피그말리온의 효과

[부희식의 하루를 시작하며] 피그말리온의 효과
  • 입력 : 2020. 01.15(수) 00:00
  • 김도영 기자 doyou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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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자년 새해는 이념같등으로 얼룩진 불협화음을 풀어내고 상호 이해하면서 화기애애(和氣靄靄)하고 희망찬 한 해가 되기를 빌어본다. 정성과 소망을 기도하는 자세로 뛰어야 하겠다. 지성이면 감천(感天)이라 했던가. 노작의 땀, 오뇌의 피, 환희의 눈물 이렇게 삼액체를 완전하게 가동하면서 후회없이 뛰어야겠다. 피그말리온은 희랍 신화에 나오는 귀프로스 섬에서 태어난 유명한 조각가가 아닌가. 그가 어느 날 큰 상아(象牙)를 소재로 여인상을 조각했다.

피그말리온은 완성된 그 여인상의 아름다움에 매료돼 사랑하게 되어 멋있는 옷도 입혀주고 값비싼 목걸이도 사서 걸어 주었다. 철따라 아름다운 옷과 장식품도 바꿔 입히고 달아 줬다. 바깥 나들이를 할 때는 포옹과 입맞춤을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피그말리온은 오랜 세월동안 아프로디테 제단 앞에 엎드려 절을 올리며 "갈라테이아를 제게 보내주세요"라는 기도도 잊지 않았다.

어느 날 피그말리온의 지극정성에 감복해 소원을 들어 주었다. 피그말리온은 소원이 이루어진 줄도 모르고 집으로 돌아와 평소처럼 차가운 여인상에 입을 맞추는 순간, 입술에 따뜻한 온기를 발하며 완연한 여인으로 변신했다. 드디어 그들은 결혼을 하고 한 쌍의 행복한 부부가 되어 아들 '파포스'를 갖게 됐다. 그리스의 키프러스 해안가 도시 '파포스'는 그들의 아들 이름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지극정성이면 하찮은 상아 조각품에도 생명이 깃들거늘 정성을 다하면 못 이룰 일이 있겠는가.

올해는 복잡다단한 일들이 산적해 있어, 예년보다 진취적인 기상으로 뛰어야 한다. 진취적인 자세 속에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이며 긍정적이고 창조적인 자신감과 미래 지향적인 안목이 숨어 있다. 뛰어가다 보면 때로는 고난과 역경이 산맥을 넘어야 하고 고뇌와 비애의 강을 건너야 할 때도 있으리라. 이럴 때 가장 슬기로운 지혜는 참고, 견디고, 기다리는 인내이다. 우리는 '욱'하고 치솟는 순간적인 감정의 폭발을 참고 억누르지 못해서 큰 일을 저지르고 마침내 패가망신하는 비극을 볼 때가 있다. 그래서 선현들은 일인백락(一忍百樂)이라 했다. 한 번 참으면 백 번 즐겁다는 옛 덕담을 지금도 찬란한 금언이다. 불가에서는 세상살이에 곤란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고 한다. 세상살이에 곤란이 없으면 업신여기는 마음과 사치하는 마음이 생겨서 마침내 그 사람을 황폐화 시킨다.

도산 안창호 선생은 스물두 살 때 미국 유학을 떠났다. 미국에서의 유학생활은 돈 없이는 공부하기는 커녕 살아가기도 어려웠다. 그래서 남들이 기피하는 더럽고, 어렵고, 위험한 일들을 했다. 그렇게 번돈으로 공부를 하고, 교포를 돕고, 흥사단 운영 자금도 모았고, 귀국후에는 학교도 세웠고, 독립거금도 제공했다. 물질적 정신적으로 땀흘려 정진하는 무실역행(無實力行)의 교훈도 남겼다.

겸손과 분수는 동양의 지혜다. 겸손은 자기를 낮추고, 남을 높이는 마음이고 행동이다. 겸손하려면 어진 마음이 바탕에 깔려 있어야 한다. 인자무적(仁者無敵)이라고 했듯이 겸손 앞에는 적이 없다.

겸손과 분수를 지키는 사람은 나눔과 베품을 실천하며 오늘도 온누리에 따뜻한 온기를 내려주시는 어른이심을 떠올려 본다. <부희식 제주교육사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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