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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제주를 디자인하다] (8)도시숲 인식 바뀌어야
도시의 허파… 기본권 차원서 '도시숲' 설계해 나가야
이윤형 기자 yhlee@ihalla.com
입력 : 2019. 06.1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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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층아파트 등으로 둘러싸인 한라수목원 광이오름 일대.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도심 녹지축 확보 차원에서 한라수목원 구역 확장이 추진되고 있다. 사진=한라일보DB

도시계획 부산물 인식 단편적 접근으론 한계
도시숲 존재가 미래 도시 경쟁력인 시대 도래
장기적인 안목에서 그린인프라 확충해 나가야



제주는 환경중심도시를 지향하고 있다.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공존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도시숲 조성 등 녹지공간 확충은 도시계획의 부산물로 인식하는 경향이 여전하다. 한쪽에서는 나무심기 등 도시숲 조성 확대에 나서고 있는 반면에 다른 한편에서는 행정기관이 애써 가꾼 나무들을 잘라내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행정당국이 약 40년 전 주민들이 마을안길에 심은 가로수를 낙엽이 많이 발생하고 주차에 불편을 끼친다는 이유로 무차별 베어내 비난을 샀다. 제주시 외도동주민센터가 외도1동 수정동 주택가 마을안길 약 90m 구간에 식재된 벚나무와 향나무, 담팔수 등의 가로수 10여그루를 벌채한 것이다. 베어낸 나무는 지난 1981년 취락구조 개선사업 당시 주민들이 자금을 거출해 심은 것이다. 나무들은 그동안 둘레가 최소 90㎝에서 최대 140㎝에 달하는 아름드리로 성장했지만 안중에도 없었다. 행정기관에서조차 가로수 등 도시숲은 도로확장이나 주차장 조성에 거추장스런 장애물일 뿐이라는 인식을 보여주는 사례다.

도시숲 조성 여건은 갈수록 어려워지는 것이 현실이다. 제주도의 경우에는 최근 몇 년간 토지가격이 급등한데다 각종 개발로 인해 녹지공간 확보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도시숲 대상 지역은 국·공유지나 자투리땅 등으로 한정될 수밖에 없는데, 공간이 부족한데다 주차장 확충 등에 밀려 뒷전인 상황이다.

제주지역도 도시화가 가속화하고 팽창하는가 하면 원도심처럼 쇠퇴하는 지역이 나타나고 있다. 도심 확장이든 원도심 재개발이든 도시계획 과정에서 녹지공간 확보는 필수불가결한 문제로 대두되기 마련이다. 원도심 도시재생사업에 있어서도 도시숲 등 녹지공간을 반영시키려는 정책적 의지가 필요하다. 이는 골목길 정비나 주차환경 개선 등과 같은 정주환경 개선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다. 시민이 참여하는 도시숲 조성으로 도시공동체성 회복에도 기여할 수 있다. 그렇지만 수년 동안 진행되고 있는 원도심 재생사업에 있어서 녹지공간 확충은 뒷전인 상황이다.

신제주권의 경우 도시화가 가속화하면서 도심 녹지축 확보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도심속 허파기능을 하는 한라수목원 구역 확장 문제와 맞물리는 사안이다. 이와 관련 제주 세계유산본부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개년에 걸쳐 한라수목원 구역을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이 기간 동안 총 80억원의 사업비를 투자 36만3139㎡ 규모의 사유지를 매입할 계획이다. 지난해 12월까지 7필지 9만1850㎡를 매입하는 등 가시적 성과를 보이고 있다. 올해는 사업비 20억 원을 투입 사유지 5만㎡ 매입을 추진하고 있다.

한라수목원 구역 확장은 궁극적으로는 옛 제주방어사령부 이전 문제와 연계될 수밖에 없다. 제방사 이전 문제는 도내 정치권을 중심으로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다. 2017년 7월에는 당시 도의회 의장실에서 진행된 청와대 관계자와의 만남 자리에서도 이전 필요성이 제기됐다. 2016년 총선에서도 제방사 부지를 외곽으로 이전하는 문제가 이슈로 부각됐다. 이 사안은 잠시 수그러들었지만 언제든지 수면 위로 부상할 것임은 불 보듯 뻔하다. 제주도로서는 미래지향적인 시각에서 정부를 상대로 한 설득논리와 대안 등을 사전 단계에서부터 마련하고 대응해 나가야 한다.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문제 또한 발등에 불이다. 제주도 전체 장기미집행 도시공원은 39개소(제주시 29개소, 서귀포시 10개소)·679만8000㎡에 이른다. 공원 전체 면적의 68.8%에 달한다. 내년에 당장 일몰되는 도시공원은 제주시 사라봉 등 27개소, 2021년엔 오등봉 등 7개소, 2022년은 2개소로 파악됐다. 제주도는 이에 따라 올해부터 2023년까지 5개년에 걸쳐 5757억원을 투입, 토지보상에 나설 계획이다. 하지만 열악한 지방재정으로 막대한 사업비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제주도는 이에 대해 지방채 발행 등을 통해 충당한다는 방침이다.

또 하나 간과해선 안 될 문제는 일몰 도시공원은 무조건 매입하자는 식의 접근보다는 매입 단계에서부터 어떤 숲으로 가꿔나갈지를 고민하고 추진해 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시민들의 욕구에 부응한 다양한 산림복지서비스 등을 실행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목적에 맞게 조성해 나가는 장기적인 안목을 가져야 한다.

가로수 등 도시숲 조성은 도시계획의 부산물이 아니다. 도로확장이나 주차장 조성 이상으로 중요한 일이다. 미세먼지 등 기후변화로부터 건강을 보호하고, 쾌적한 삶의 질을 유지하는데 필수불가결한 기반시설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도시숲은 도시의 허파와 같은 역할을 한다. 현재와 미래를 위한 투자로 그린 인프라 조성 차원에서 접근하지 않으면 안된다. 현대 사회에 있어서 도시숲의 존재가치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도시숲 관련 정책은 인간이 누려야 할 기본권적인 차원에서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설계해 나가야 하는 사안이다.

국내외 많은 도시들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미세먼지, 열섬 현상 등 기후변화에 대비한 도시숲 조성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제주도로서도 현재에 대비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그린 인프라 확충에 정책적 역량을 결집시켜 나가야 한다. 도시숲의 존재가 미래 도시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끝>

이윤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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