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칼럼]우산장수 vs 짚신장수

[한라칼럼]우산장수 vs 짚신장수
  • 입력 : 2017. 09.05(화) 00:00
  • 이한영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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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우산장수와 짚신장수 두 아들을 둔 어머니가 있었다. 어머니는 날이면 날마다 걱정이 끊이지 않았다. 해가 쨍쨍한 맑은 날이면 우산장수인 큰 아들의 장사가 안될까 걱정했고, 비가 와서 땅이 질퍽한 날에는 짚신장수인 작은 아들의 장사가 안될까 걱정했다. 날씨가 맑으나 흐리나 두 아들 걱정에 어머니는 늘 한숨과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 이를 지켜본 한 행인이 '맑은 날에는 짚신이 잘 팔려 작은 아들이 좋고 흐린 날에는 우산이 잘 팔려 큰 아들이 좋으니, 맑은 날도 흐린 날도 좋은 날'이라고 해서 이후 어머니의 걱정은 말끔히 사라졌다는 이야기이다. 이론상으로는 참 맞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우리네 어머니들의 정서와는 사뭇 다른 이야기이다. 당신께서는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고 자식 걱정에 한시도 편치 않으신 분들이니 말이다.

지난 26일 도정은 '제주국제공항에서 대중교통을 타면 어떤 지역이라도 1시간 안에 이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로 대대적인 대중교통체계 개편을 시작하였다. 과거 제주도의 대중교통 상황은 열악했다. 2015년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전국 평균 40%대인 대중교통수송분담률과는 대조적으로 제주도의 대중교통수송분담률은 10%대의 전국 꼴찌였다. 도정의 수술대 위에 오른 대중교통체계의 개편은 전국 17개 시도 중 인구증가율 2위이며 국제적 관광지로 각광받는 제주도에 정말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모든 정책에는 부작용이 있다. 약의 뒷면에 깨알같이 작은 글씨로 쓰여진, 그래서 잘 읽지 않고 지나치는 '부작용'. 이 '부작용'의 '부'는 '不'(아닐 부)자나 '否'(부정할 부)자로 생각하기 쉬운데, 실은 '부작용'의 '부'자는 '副'(둘째 부) 다시 말해 '부반장'이나 '부지사' 등에 쓰이는 '부'자이다. 부작용(副作用)은 영어로 'Side Effect'이다. 결국 주작용과 더불어 함께 수반되는 '두 번째 작용'을 말한다. 안타깝게도 세상에 부작용이 없는 약이 없듯이 부작용 없는 정책도 없다. '부작용'의 사전적 의미처럼 '어떤 일에 부수적으로 일어나는 의도하지 않은 일'이며 주작용과 더불어 일어나는 동전의 양면 같은 존재인 것이다.

대중교통 이용률이 높아지게 되면 상대적으로 타격을 입게 될 택시와 렌터카 종사자들의 영향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2016년 통계에 따르면 제주에는 34개의 택시업체에 개인택시 회사택시를 합쳐 5392대의 택시가 있고 110개 렌터카업체에 2만9900대의 임대용 차량이 있다. 여기에 종사하는 택시운전종사자 5610명과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영세한 렌터카업체 종사자 수천명 그리고 이제는 역사가 되어버린 제주시외버스터미널 상권의 상인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 정책은 분명 생존권이 걸린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었을 것이다.

물론 도정은 우산장수인 큰아들을 위해서도 짚신장수인 작은 아들을 위해서도 아닌 제주도민의 교통 편의와 생활 인프라 구축을 위한 심사숙고 끝에 내린 어려운 결정이었음을 그리고 제주의 미래를 위한 장기적 플랜의 일환임을 잘 안다. 그래서 그 누구도 내리기 쉽지 않은 결단과 용기에 큰 응원과 박수를 보낸다.

더불어 정책에 주작용을 기대하기에 앞서 부작용을 예측하고 최소화할 방안을 미리 강구한다면 갈등과 반목이 줄고 보다 더욱 성숙한 사회가 될 것이다. 주작용의 혜택을 받게 될 사람과 부작용의 영향을 받게 될 사람들에게 도정은 우산장수 아들과 짚신장수 아들을 둔 어머니의 따뜻한 마음으로 다가가야 할 시점이다.

<이한영 비영리법인 제주해녀문화보존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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