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권리와 권력 그리고 소통

[월요논단]권리와 권력 그리고 소통
  • 입력 : 2017. 08.28(월) 00:00
  • 오태형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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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인간이다. 인간으로 태어났음이 틀림없다. 만 45년 가까이 살면서 인간으로 태어났음을 부정할 수 있는 어떠한 증거도 찾지 못하였다. 그래서 인간으로서의 나를 부정할 수 없다. 질풍노도의 시기에는 사람 같지 않다는 말을 부모님으로부터 간혹 듣기도 하였지만, 부모님이 필자를 나무늘보나 풍뎅이, 지렁이, 모기 등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로 의심하여 하신 말씀은 아닐 것이다. 어찌되었든 필자는 인간으로 태어났으나 이를 선택하지는 않았다. 필자가 선택한 것은 아니지만 인간으로 태어난 것은 기막힌 우연이면서 또한 기막힌 행운이다. 만약 제주도 고향집 마당의 풀모기나 파리로 태어났다면, 그들의 입장을 모두 헤아릴 수는 없으나, 아마 인간으로서의 나보다는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인간은 인간으로 태어났기에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권리를 갖는다. 이를 우리는 인권이라 하고 모두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인정하고 인정받는다. 만약 필자가 종교분쟁이 한창인 국가나 가난과 기아로 고생하는 국가에서 태어났다면 인간으로서의 존엄이나 기본적 인권을 유린당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지 못하는 고통을 겪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인간으로 태어난 것보다 더 큰 행운은 이러한 고통을 겪지 않아도 되는 국가에서 태어난 것이라 할 수 있다. 국민의 인권과 기본권을 보호하는 일은 국가의 기본적 기능이다. 구성원의 권리를 보호하고 행복추구를 돕는 것은 국가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직장 등 개인이 속한 집단이 필연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중요한 가치이다. 개인의 정당한 권리를 집단의 목적을 위해 개인의 동의와 합당한 보상없이 침해하는 행위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정당화될 수 없다.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등에 법률에 의해 부여된 권력을, 선거라는 시민의 정치참여행위를 통해 획득한 사람은 법이 규정하는 바에 의해 권력을 행사한다. 우리는 이를 '법치주의'라 한다. 법치주의는 법률에 의해 국민을 다스리는 것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법률 또는 이에 준하는 여러 가지 규칙들에 의해 국민을 다스리는 것은 그냥 정치권력의 속성이다. 법치주의는 일반 국민이 법을 잘 지켜 권력자의 의도에 부합하는 행위를 하라는 것이 아니다. 법치주의는 법률로 권력을 행사하는 자를 구속한다. 그러함으로 권력행사의 오남용이 방지되고 동시에 권력행사에 정당성이 부여된다.

지방자치단체에서 도시 재정비 사업을 추진한다고 하자. 이 도시 재정비 사업은 낙후된 구도심 지역을 구획별로 정리하고 새로운 개발을 통해 침체된 지역경기를 활성화한다는 취지로 추진되고 있다 하자. 이 사업의 취지와 목적이 공익실현을 위한 것이고 의미있는 사업이라고 하자. 그렇다 하더라도 이 사업 추진에는 빛과 그림자가 존재하게 된다. 이 사업의 성패는 그림자에 속하여 침해된 개인의 권리를 어떻게 구제할 것인가에 있다. 만일 공익이라는 이름으로 개인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려 한다면 사업은 시작하기도 전에 좌초할 가능성이 높고 용케 시작했다 하더라도 윤리적 비난을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 정당한 절차를 통해 이 사업이 공익실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라고 규명되었다면 남은 절차는 설득이다. 신공항사업이든 행복주택 사업이든 사업의 타당성을 확보하였다면 이제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 설득은 소통의 기술이다. 소통을 통한 설득만이 해당 사업과 권력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오태형 부경대학교 국제통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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