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환경론자, 개발론자 그리고 지속가능론자

[월요논단]환경론자, 개발론자 그리고 지속가능론자
  • 입력 : 2017. 08.21(월) 00:00
  • 한라일보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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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이후 제주도에 이루어진 각 종 대규모 투자유치에 따른 개발사업과 관광객 및 인구유입에 따라 환경 파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자원의 가치는 활용하는데 있는게 아니라 보전하는데 있다고 생각하는 환경론자들은 섬이라는 한정된 자원을 갖고 있는 제주에 대규모 토목사업과 급격한 관광객의 증가는 지역주민의 소득향상에 실제적으로 기여하는 바 없으며 장기적으로 삶의 질을 오히려 떨어뜨리는 결과를 갖고 오고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양적 성장 중심의 정책을 폐기하고 근본적으로 질적 변화를 도모해야 한다. 예컨대 관광분야의 경우 대규모 관광개발사업 위주의 정책을 지양하고 마을 주도의 소규모 관광사업을 활성화시켜서 실제적으로 지역주민의 소득도 올리고 지역문화의 정체성도 지키자는 것이다. 일본 규슈 오이타현에 있는 유후인 마을이 좋은 예가 될 수 있겠다.

반면에 자원의 가치는 무조건 보전하기 보다는 활용하는데 있다고 생각하는 개발론자들은 기술 발전에 의해 친환경적 개발이 가능한 시대에 개발이 곧 환경파괴라는 생각은 구태의연한 옛날 사고라고 주장한다. 적극적인 관광개발을 통해 지역주민의 고용 창출 및 자산 가치 상승 등 지역경제에 긍정적 영향도 미치고 친환경적 개발을 통해 환경 훼손도 최소화할 수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 및 저성장 시대에 경제 활성화가 가장 중요한 이슈로서 개발을 통해 경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유후인 마을에서 가까운 1970-80년대 대규모 관광개발이 이뤄진 벳푸시가 예가 될 수 있다.

사실 서로 대립하는 환경과 경제의 논리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라는 같은 목표를 두고 있다. 사안에 따라 어디에 더 우선순위를 둘 것인가의 문제인데 이분법적 사고에 익숙한 인간은 서로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지속가능한 관광이란 지역의 환경적, 문화적 자원이 유지되며 동시에 경제적 성장도 함께 균형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론적으론 가능하나 현실적으로 가능한가에 대한 끊임없는 논쟁이 있다. 세계적 석학인 제프리 삭스(컬럼비아대학교 경제학 교수)도 그의 책, 지속가능한 발전의 시대(The age of sustainable development)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은 인류가 직면한 가장 거대하고 복잡한 도전이라고 했다.

그러나 세계 도처에 지속가능한 관광의 사례를 찾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니다.

호주 동북부 450㎞에 걸쳐 있는 퀸즈랜드 열대우림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열대우림지역 중 하나로 1988년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었다. 영화 아바타(Avatar) 정글신의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하다. 그후 퀸즈랜드주는 6년간의 논의와 1년간의 공사 끝에 1995년 7.5㎞ 구간에 걸쳐 스카이레일이라 부르는 케이블카를 설치했다. 스카이레일 공사는 삼림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헬리콥터를 이용하여 케이블 기둥을 운반하는 등 친환경적으로 이루어졌고 방문객 입장료는 해당지역 환경보전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

금년도는 유엔이 정한 '발전을 위한 지속가능한 관광의 해'(International year of sustainable tourism for development)이다. 여기서 development는 개발의 의미가 아니라 발전(發展)의 뜻으로 해석된다. 발전이란 더 낫고 좋은 상태나 더 높은 단계로 업그레이드된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지속가능성의 중요한 조건으로 유연성과 협력을 제시하고 있다. 환경논리나 경제논리가 유연하게 서로 협력하지 못한다면 발전은 없다는 뜻일 것이다. <서용건 제주대학교 관광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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