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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칼럼]봄을 준비하는 식물의 교훈
편집부 기자 hl@ihalla.com
입력 : 2017. 01.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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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소한이 지났다. 소한은 춥다는 지금까지 오랜 경험을 깨고 그리 춥지도 않았다.

겨울은 추워야 병해충이 없다는 이야기가 있기는 하지만 지난해 백수오를 캐던 이맘때쯤 눈이 조금씩 내리기 시작한 후 점차 추위가 엄습했다는 최근 경험에 비춰보면 조금 있으면 본격적인 추위가 몰아칠 것은 아닐까 하는 예상도 해본다.

작약이 자라던 들녘에는 가끔씩 몰아치는 차가운 북서풍과 비가 내려 그렇게 훼방 놓던 대부분의 잡초는 사라지고 그나마 개망초와 몇 가지 풀 역시 누런색으로 뼈대와 흔적만 남아있다. 작약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는 법, 줄기는 말라비틀어지고 문드러져 형태를 거의 알아볼 수 없다. 겨울의 황량함을 그대로 보여주지만 땅을 파헤쳐보면 지구상의 기초 광물인 흙의 양분을 흡수하며 자란 튼실해진 뿌리가 드러난다. 지난해 말부터 작약 뿌리를 캐내서 씻고, 말려서 잘라 약초로만 파는 초보적인 단계에서 벗어나 약간의 변화를 시도하는 중이다. 그 변화란 거창한 것도 아니고 겨울철에는 조금은 한가한지라 뿌리를 캐서 화분에 옮겨 심어 보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일손을 덜 수 있다는 얄팍한 생각에서 시작했지만 막상 해보니 밭일 어느 하나 쉬운 거 있으랴마는 여건이 갖춰지지 않아 꽤나 힘든 작업이다. 작약을 캐내 퇴비와 흙을 섞으며 땀 흘리며 정신없이 화분에 옮겨 심고 있을 때 이런 일도 있었다. 우리 뒤로 멋진 코트를 걸친 남녀 몇 사람이 인기척 없이 다가와 놀라게 한 후 무슨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농사해서 살 수 있냐고 물은 적이 있었다. 땅 시세를 묻자 모른다고 하자 면전에서 농사는 이미 지나갔다는 비아냥거림과 뒤로 돌아서며 지들끼리 수군거리며 자리를 뜰 때는 함께 일하는 아내에게 미안함을 금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아주 기본적이고 평범한 것을 알게 됐다는 사실이다. 이 역시 별것은 아니지만 심은 지 5년이 된 작약을 캐내면 많으면 수십 개 희고 붉은 새싹을 이미 품어 새봄을 준비하고 있다. 흡사 어둠 속에 바람에 흔들거리지 않고 꼿꼿하게 솟은 촛불과 같은 새싹 아래는 여러 갈래로 뻗은 굵은 뿌리는 물론 수많은 잔뿌리가 굳세게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뭐 그게 새로운 사실이냐고 반문하면 앞서 별것 아니라고 말했듯이 평범한 것이다. 나는 새봄이면 땅을 뚫고 나와서 줄기와 이파리가 되고, 꽃대를 올려 찬란한 꽃을 피워 벌과 나비를 불러 모아 씨앗을 맺을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하는 싹을 품은 뿌리를 다시 보았다. 자신의 후손을 키워낼 수 있다는 희망을 위해 노력과 고통을 묵묵하게 감내하는 본능이 위대하기만 하다. 내가 키우는 작약뿐만 아니라 그 주변에서 자랐던 다른 식물 또한 마찬가지로 봄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내가 키우는 약초밭에서 다른 식물이 번창하는 것은 그리 반가운 일이 아니지만) 여기에는 요사이 우리를 슬프게 하고 분노하게 만드는 비선도, 숨은 권력도 없으며 더구나 자신의 생존만을 위해 거짓을 말하고 생각하는 비겁함도 없다.

농사 때문에 여러 가지 고난과 좌절을 겪을 줄 예상했었고, 실제로 겪어 오면서도 일반적으로 품었던 꿈은 땀을 흘린 만큼 어느 정도 대가를 얻을 것이라는 소박함이다. 이 소망을 이루는 것은 농부의 몫이다. 충분히 그렇게 할 자신도 있다. 대신에 새해엔 탐욕과 위선의 가짜 신사·숙녀들이 땀 흘려 일하는 우리 주변에 기웃거리지 말고, 비열하고 천박한 양아치들이여! 제발 개과천선하시라.

<송창우 약초농사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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