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광장]제주형 녹색건축의 가능성

[문화광장]제주형 녹색건축의 가능성
  • 입력 : 2016. 04.05(화) 00:00
  • 편집부 기자 sua@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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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매년 뜨거워진다고 난리들이지만 우리의 일상에선 지나면 잊히는 현상에 불과하다. 그러나 최근 연구 발표에 의하면 탄소배출 규제가 실패할 경우 지구온난화로 인하여 매년 해수면이 상승해서 2100년에는 1.8m 정도 높아진다고 하니 주민 대부분이 해안 마을에 살고 있는 제주로서는 남의 일이 아니다.

지구온난화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은 이미 진행되어 왔다. 특히 지난 2015년 파리 협정에서는 195개국 협약 당사국이 지구의 기온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내로 제한키로 합의함으로써, 우리나라도 탄소배출량 세계 7위의 국가로서 2050년까지 탄소배출 37% 감축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와 별도로 우리나라는 2011년에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20년까지 배출전망치(BAU : Business As Usual) 대비 26.9%로 설정해놓고 있다.

이에 따라 2013년에는 '녹색 건축물 조성 지원법'을 제정하여 지자체마다 '녹색 건축물 조성계획'의 수립을 의무화하였고, 제주 역시 8월 말 완료를 목표로 용역이 진행 중이다. 서울특별시를 비롯한 경기, 울산 등 이미 계획을 수립한 지자체의 '녹색 건축물 조성계획'에 의하면 각기 지자체의 이름을 딴 '지역형 녹색 건축물'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그 실체가 무엇일까 하는 의구심이 있다. 조성계획이 목표에 부합되는 지역마다의 미기후, 건축기술, 건축재료, 전통건축 등의 연구에 의한 결과물이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정책의 실현을 위한 주요 제도인 녹색 건축물 인증기준은 국가적으로 통합기준에 의한다니 무늬만 지역형 녹색 건축물을 목표로 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제주형 녹색 건축'은 가능한 것인가?

지난 겨울 몇 분의 건축가들과 일본 세토우치해를 여행하던 중에 만난 히로시마의 젊은 건축가 산부이치 히로시(三分一博志)의 건축에서 지역형 녹색 건축의 힌트를 얻었다. 이누지마(犬島)에 있는 세이렌쇼(精練所) 미술관의 안내자는 대뜸 이 미술관에는 에어컨디셔너가 없다는 얘기부터 꺼내놓는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이 미술관의 리노베이션을 위해 산부이치는 이누지마의 미기후를 일 년 이상 리서치한 후 태양열과 지열을 이용한 완벽한 패시브(passive solar system) 기술을 적용하여 제로에너지 건축을 만들었다고 한다.

우리는 이 히로시마의 건축가로부터 제주형 녹색 건축물이 지향해야 할 몇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첫째, 건축은 호흡하여야 한다. 단열 두께를 키우고 외부의 환경으로부터 독립된 환경을 만들어내는 것이 녹색 건축물의 목표인데 이것은 마치 보온병 안에 사람을 놓는 격이다. 기계의 도움 없이 자연적으로 숨을 쉬는 것이 진정한 녹색 건축이라 할 수 있다. 둘째, 지역의 미기후를 고려하여 건축화한 패시브 친환경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건축과 유리되어 있는 에너지 지향의 시설 부가로서는 궁극적인 녹색 건축물이 될 수 없다. 셋째, 건축의 미적, 예술적 가치를 존중한 녹색 건축이어야 한다. 이는 아름다운 제주의 마을이 태양광 집열판으로 어지러워진 풍경으로 변해가거나, 중산간의 수평선 실루엣에 가득 들어선 풍력 발전기들로 경관적 위기에 놓여 있는 제주의 현실에서 더욱 절실하다.

이미 제주는 '2030 탄소 제로의 섬(Carbon Free Island Jeju)'을 선언해놓았지만 과연 우리 도시와 건축은 여정의 어느 단계에 놓여있는지 의문이다. '제주 녹색 건축물 조성계획'이 메아리 없는 '제주형 녹색 건축'의 선언이 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일본의 이름 없는 지방 건축가에게서 그 해법을 찾아본다. <양건 가우건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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