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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와 일본을 말하다
[광복 70년·수교 50년 제주와 일본을 말하다/제1부 제주 왕벚의 세계화](2)원산지 논란 종지부
왕벚나무는 한라산 구상나무와 '한류식물의 원조'
강시영 기자 sykang@ihalla.com
입력 : 2015. 03.1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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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관음사 야영장 일대 벚나무 자생지. 이 곳에는 왕벚나무 등 제주에서 자생하는 벚나무 10여종이 분포하며 매년 3~4월 한달 이상 다양한 종류의 벚나무가 꽃을 피운다. 사진=한라일보 DB

1908년 타케신부 관음사 인근서 왕벚나무 세계최초 표본
최근까지 100여그루 발견… 일본과 원산지 논란 종지부
많은 개체수·다양한 수령·넓은 천연림·형질변이 폭도 커

우리나라 산림분야 씽크탱크인 국립산림과학원은 식물의 보고 한라산에서 가장 주목하는 식물자원으로 왕벚나무와 구상나무를 꼽는다. '한류 식물의 원조'라고 할만하다. 지구촌은 화려하고 아름다운 왕벚꽃의 자태에 너도나도 왕벚나무를 심었다. 미국의 윌슨에 의해 한라산에서 채집돼 유럽과 미국으로 전파된 구상나무는 '크리스마스 트리'의 대명사다. 한라산 구상나무는 세계 최대 규모의 순림을 자랑하는 제주의 보물이다.

매년 3~4월이면 거리를 화려하게 수놓는 왕벚은 벚꽃을 국화처럼 여기는 일본과 오랫동안 분류학적 혹은 원산지 논쟁이 계속돼 왔다. 학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제기된 왕벚나무의 자생지와 기원은 이즈의 오오시마 섬 자생설, 잡종기원설, 이즈반도 발생설, 제주도 자생설 등 크게 네가지로 요약된다.

이 중 제주도 자생설은 여러 연구자들의 조사결과를 기초로 제기되었으나, 한때 자생지라고 하기에는 표본과 일치할 만한 개체가 없고, 그 개체수도 매우 적기 때문에 부정돼 오기도 했다. 이후 왕벚나무는 우리나라의 토종이며, 제주가 원산지라는 사실이 수많은 자생지 발견과 연구 등을 토대로 확신하기에 이르렀다.

학계에 따르면 왕벚나무는 1901년 일본인 마쓰무라 박사가 도쿄식물잡지 15권에 발표함으로써 학술적인 이름을 부여 받았다. 그러나 당시 식재된 나무를 기준목으로 발표가 이뤄져 자생여부에 대한 논란이 제기됐으며, 현재까지도 일본에는 확인된 왕벚나무의 자생지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08년 4월 15일, 프랑스인 타케신부가 한라산 관음사 뒷산 해발 약 600m의 숲속에서 벚나무류 표본 한 점을 채집한다. 표본번호 4638호. 이 표본이 자생하는 왕벚나무로서는 세계 최초의 표본이자, 제주도가 왕벚나무의 원산지임을 증명하는 표본이었다. 타케는 이 표본을 독일 베를린대학의 쾨네박사에게 보냈으며, 쾨네는 이 식물을 왕벚나무로 확인했다. 이를 근거로 일본인 고이즈미, 다케나카, 나카이, 마키노, 모리 등은 제주가 왕벚나무 자생지임을 지지하게 된다.

보통 식물이 유래한 곳을 원산지라고 하지만, 그 곳이 어디인지를 규정하려면 자생지임을 입증해야 한다. 식물분류학자인 문명옥 박사는 이렇게 설명한다.

"왕벚나무를 입증해 보자. 먼저 자연 상태에서 자라고 있다. 이것은 기본 필요조건이다. 개체수가 많다. 개체수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원산지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한 다양한 형태적 변이가 관찰된다. 형질변이 폭이 크다는 것은 오랫동안 그 지역에서 자생하고 있었다는 반증이 된다. 이 뿐이 아니다. 다양한 수령의 개체가 골고루 분포한다. 이 점은 완전한 자생적인 기반을 갖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또 유연관계가 가까운 종들이 많이 분포한다. 근연종이 많다는 것은 한 조상으로부터 분화된 종이 많은 곳이라면 가까운 종이 없는 곳에 비해 오랫동안 진화되어온 터전이라는 증거가 된다. 왕벚나무는 제주가 원산지임이 확실하다."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에 따르면 한라산에 자생하는 왕벚나무는 지금까지 100여그루가 발견됐다. 실제는 이보다 훨씬 많은 개체가 자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수령도 어린 나무에서 200년 이상으로 추정되는 노령목도 확인되고 있다. 자생지는 한라산 사면의 방위에 관계없이 해발 450m에서 850m까지 천연림에 고루 분포돼 있다. 잎, 꽃, 종자 등 외부 형질에 대한 변이 조사 결과 변이의 폭이 매우 크게 나타났다.

왕벚나무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김찬수 박사(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장)는 "제주도가 유일한 왕벚나무의 원산지이며, 교잡종이라는 근거도 없다"고 단언한다.

진해 벚꽃축제 명맥도 '제주도 영향'
진해 벚꽃 광복후 일제 잔재로 여겨 무차별 제거
1962년 한라산서 자생지 발견후 벚꽃 살리기 운동

역사와 규모 면에서 국내 최대를 자랑하는 진해 벚꽃축제(군항제)가 오늘날까지 명맥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1962년 제주도의 영향이 결정적이었다. 당시 제주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1962년 4월 제주 한라산에서 왕벚나무 자생지가 발견됐다는 소식이었다.

천연기념물 제159호로 지정 보호되고 있는 5·16도로변 제주 봉개동 왕벚나무 자생지.

이 때 제주의 걸출한 식물학자 부종휴와 당시 국립과학원장 박만규 박사가 낭보를 전한다. 박만규 박사는 제주도 식물조사단 단장으로 제주에 온다. 당시 조사단 규모가 무려 56명에 달했다. 문화재보존위원회 제3분과위원장이던 박만규가 단장을 맡고 한라산을 손금보듯 돌아다녔던 부종휴가 식물조사에 주도적으로 참가한다. 이 때 왕벚나무 자생지가 수악(水岳) 서남쪽에서 발견됐다. 제주시 봉개동 왕벚나무 자생지도 잇따라 확인됐다.

당시 왕벚나무 자생지 발견 소식은 동아일보 등 국내 메이저 언론이 대서특필하는 등 큰 반향을 몰고 왔다. 20세기초부터 일본과 한국식물학계에 이어져 온 왕벚나무의 원산지 논란에 쐐기를 박는 상징적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이 곳은 현재 천연기념물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 부종휴는 이 후에도 한라산 곳곳에서 왕벚나무 자생지를 확인하는 개가를 올렸다.

김찬수 박사 등 후학들을 중심으로 관음사 경내와 관음사 야영장, 어승생악 등지에서도 왕벚나무가 속속 발견되고 관음사 주변 숲에서는 관음왕벚나무, 탐라왕벚나무 등 새로운 종이 추가로 보고되기도 했다. 학계에서는 유전자 검사 등을 통해 왕벚나무의 고향은 한라산이라는 사실을 증명해 냈다.

진해 벚꽃축제 홈페이지 '벚꽃의 유래'는 '왕벚나무의 원산지는 일본이 아닌 우리나라 제주도!'라는 제목으로 시작한다. 홈페이지는 '진해에 가장 많았던 왕벚나무의 원산지가 일본이 아닌 우리나라 제주도임이 밝혀졌으며 이후 시민들은 벚나무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하게 되어 5·16 이후 벚꽃 진해를 되살리는 운동이 활발히 진행되었다'고 소개하고 있다.

한때 진해 벚꽃은 많은 오해를 낳으며 위기를 맞았다. 일본의 강제합병 후 진해에 군항을 건설하면서 도시미화용으로 벚나무를 심기 시작했으며, 약 1만평의 농지에는 '벚꽃장'이라는 벚나무 단지를 만들어 관광휴식처로 사용해 왔다. 그러나 광복 후 배일사상으로 일제의 잔재라 하여 마구 베어내어 모두 잘려져나갈뻔 했던 일화가 지금도 전해진다.

왕벚나무의 원산지가 제주도임이 재확인되면서 벚나무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였고, 다시 진해는 화려한 벚꽃도시로 거듭나게 되었다. 다름아닌 '왕벚나무 원산지, 제주 효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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