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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시선]동지축제를 제안하며
입력 : 2014. 12.1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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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돌아왔다. 흐린 날씨와 추위가 음습한 기운을 느끼게 하는 계절이다. 요즘은 마침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알록달록한 거리의 풍경에서 위안을 받으니 축제란 역시 즐거운 일이다. 서양에서 유래한 축제가 우리의 생활에 자리 잡은 것을 보니 종교적 의미를 넘어서 일상의 큰 부분이 되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일상이 따분해졌을 때 또는 우울한 기분을 달래고 싶을 때 역시 축제만 한 것이 없을 것이다.

필자가 유학했던 프랑스에서 즐기던 겨울 축제를 떠올려보니 기독교 문화가 유럽의 공통분모라는 점을 참고했을 때 유럽인들의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은 대표적인 겨울 축제는 크리스마스와 카니발이라 하겠다. 크리스마스 축제는 매년 12월 한 달 내내 지속되는데 유럽의 크고 작은 도시에서는 크리스마스 시장이 열린다. 프랑스 알자스 지방의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시장은 12월 한 달 동안 작년 기준으로 200만 명이 방문하여 유럽의 크리스마스 수도라 불리기도 한다. 1570년에 시작된 이 시장은 유럽에서는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전통가옥들이 가득한 도심 곳곳의 광장과 골목에서 펼쳐지는 이 시장은 공예품 부스, 크리스마스트리 판매코너, 뱅쇼(오렌지와 계피 등을 넣어 끓인 적포도주)를 손에 든 사람들로 북적인다.

스위스의 바젤에서 열리는 카니발도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역시 기독교 전통 축제로 베네치아와 니스의 카니발이 국제적으로 많이 알려진 관광형 축제인 반면 바젤 카니발은 지역민이 주인공이고 방문객은 조용히 지켜보는 것이 특이하다. 필자 또한 몇 년 전에 새벽 4시에 개막하는 이 축제를 졸린 눈 비비며 보러 간 적이 있다. 도시 전체가 불을 끈 상태로 시작하는 바젤 카니발은 3일 동안 계속된다. 북과 작은 피리로만 구성된 시민 악대들이 도시 구석구석을 행진하면서 축제를 즐긴다. 전통복장 또는 기기묘묘한 의상과 가면으로 치장한 악대들이 기본적인 조명만 장착한 상태로 카니발 행진을 하며 온 도시를 음악으로 울린다.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동화의 나라에 들어선 것 같은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바젤 카니발은 국제적으로 홍보하지 않아도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매우 특별한 축제다. 이런 점에서 과연 전통 축제를 관광 상품화할 필요성이 있는지, 축제의 또 다른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지 되묻게 된다.

이제 겨울에 즐길 수 있는 우리의 전통 축제는 무엇인지 한 번 생각해보자. 서양의 크리스마스나 카니발 못지않게 우리의 전통을 계승하여 현대 생활에 맞게 즐길 수 있는 겨울 축제는 무엇일까. 일조량이 적어지고 심리적으로 우울해질 수 있는 겨울에는 단연 동지 축제가 아닐까 한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우리는 동지 팥죽을 집에서 만들어 먹지 않고 사먹기 시작하였다. 생명이 잠시 숨죽이는 계절, 일 년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에 이웃들이 십시일반 참여하여 함께 동지 팥죽을 쑤어먹으면서 지는 한 해를 회고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제주의 오메기술을 응용하여 모든 세대가 즐길 수 있는 따뜻한 겨울형 음료를 개발하여 팥죽에 곁들인다면 또 어떨까. 제주의 오래된 이야기를 서로 들려주면서 과거가 현재의 삶에 살아있음을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시간으로 동지 축제를 만들어 볼 것을 제안한다. <고영림 (사)제주국제문화교류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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