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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투어에 저항하는 4·3예술을"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14. 04.0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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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기영씨 4·3미술제 기조발표
"정교한 창작전략으로 기억투쟁 새로운 리얼리즘 찾아야 할 때"


"기억투쟁으로서의 예술이 소비향락주의 사회에서 설득력을 가지려면 정교한 창작 전략이 있어야 하겠다. 시장의 용어로 말해 유통되고 소비되려면 매력적인 디자인의 상품이 되어야 한다. 상투적인 스토리텔링만으로는 안되고 창의적인 형식이 필수적이다. 상투어에 저항하는 예술이 되어야 한다."

소설 '순이삼촌'으로 제주4·3의 비극을 세상에 드러냈던 제주 작가 현기영(사진). 지난 5일 제주도립미술관에서 열린 4·3미술제 국제학술세미나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날 '기억투쟁으로서의 예술'이란 이름으로 기조발표한 그는 "4·3에 대한 민중의 기억이 철저히 부정되고 사소한 언급도 용납되지 않은 그러한 상황 속에서 작가가 그 사건을 소재로 예술작품을 만든다는 것은 왜곡된 공식 기억을 부인하고 민중의 망가진 집단 기억을 복원해내는 작업과 같은 것이고 그것이 바로 기억 투쟁"이라며 "기억투쟁은 3만이라는 메마른 숫자의 추상을 깨고 희생자 개인들에 살과 뼈와 피를 주어 다시 살려내는 일"이라고 밝혔다. 4·3진상규명운동의 과정에서 기억투쟁이 일정부분 성공을 거두긴 했지만 90년대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맥없이 시들해져 버렸다고 진단한 그는 "국가추념일까지 지정돼 마치 4·3의 모든 것이 해결된 것처럼 착각에 사로잡힐지 모르지만 이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덧붙였다.

현 작가는 "오늘의 한국인 대다수는 유대 수난의 대명사인 '아우슈비츠'는 알아도 제 나라에서 발생한 4·3사건은 모르고 보도연맹사건은 더 모르는 역설의 역사를 살아오고 있다"며 "해마다 수십 편씩 미학적 완성도 높은 문학작품, 영상 작품을 창작해냄으로써 자신의 민중 수난사를 세계화하고 있는 유태 민족에 견주어 생각할 때 우리의 처지는 참으로 한심스럽다"고 탄식했다.

그는 강연 말미에 창의적 형식미로 흑인 노예제의 참상을 다룬 토니 모리슨의 '빌러비드', 유태 수난의 참혹한 서사에 코미디를 도입한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를 거론하며 제주4·3에도 "분노의 둔탁한 표현인 종전의 슬로건 예술, 포스터 예술을 성큼 넘어서는 절실한 예술적 언어의 발견을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이제는 정통 리얼리즘만 고집할 게 아니라 환상·코미디도 아우를 수 있고 모더니즘의 방법론도 차용하는 새로운 리얼리즘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제주4·3을 맞아 여러 행사에 초청돼 강연하며 '기억투쟁'을 강조하고 있는 소설가 현기영은 이달 19일엔 일본 도쿄를 찾는다. 재일작가 김석범 양석일 등이 참여한 '도쿄 제주4·3을 생각하는 모임' 주최 4·3사건 66주년 추도식에서 '4·3사건의 내일'을 주제로 기념 강연을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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