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최근 AI에 관한 관심이 뜨겁다. 생성형 AI가 급격한 기술발전을 보이면서 실생활에 깊숙이 들어왔고, 현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로 선정된 점도 이런 관심에 크게 일조한다. 실제 AI는 지난 10년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훈련에 사용되는 계산량은 단기간에 수십만 배 증가하며 혁신을 불러왔고, 이제 AI는 단순 자동화 기술을 넘어 인간 능력을 근본적으로 확장하는 핵심 기술로 진화했다.
이렇듯 AI는 이미 우리 앞에 닥쳐온 현실이다. 좋든 싫든 AI를 산업·경제·사회·환경에 어떻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지가 핵심 의제가 됐다. 제주도 역시 AI는 단골 소재지만, 정작 AI의 핵심 기반시설인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의 지향은 찾아보기 힘들다.
일단 제주도에도 AI 센터는 필수적인 인프라다. 첫째, AI 센터는 지역 연구 역량 강화의 핵심 동력이다. 고성능 컴퓨팅 지원은 대학과 연구기관에 필수적이며, 지역 연구자와 학생들에 연구의 질적 도약과 더불어 연구 생태계가 진보하는 발판이 된다. 또한 제주에 특화된 환경·생태·관광·농업 데이터를 모아 AI 모델을 개발하고 활용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다.
둘째, AI 센터는 재생에너지 소비처로서 전력 안정화에 기여한다. 최근 풍력 발전 출력제한 등 잉여 전력 문제가 심각한데, AI 센터는 24시간 안정적인 전력 소비처로서 전력 계통의 불안정성을 해소하는 유연성 자원이 된다. 잉여 전력을 AI에 활용하는 것이 합리적인지에 대한 냉정한 평가는 필요하지만, 재생에너지를 쓰지 못하는 것보다 AI 학습에 투입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셋째, AI 센터는 글로벌 녹색 전환 경쟁력의 발판이다. RE100이 강조되는 시대에, 청정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그린 AI 센터'는 수도권이 가질 수 없는 독보적인 가치다. 이는 제주도에 새로운 경쟁력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한계도 명확하다. 통신 지연 속도가 높고 물류비용이 추가되는 제주도는 육지부보다 단순 경쟁력이 떨어진다. 또한, AI 센터 자체가 직접적인 고용 창출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도 있다. 따라서 중장기 목표에 초점을 맞춘 전략적 논의를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
육지부 대비 어떤 경쟁력을 갖출 것인지, 고용효과를 확대할 방법은 무엇인지, 재생에너지 잉여 전력의 유연성 자원으로 합리적인 선택인지 등 명확한 검토와 정책 개발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거스를 수 없는 AI의 흐름 속에서, 제주도가 가진 독특한 장점과 가치를 AI 센터와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질문과 답이 필요하다.
내년에 제주도는 막대한 지방채를 발행해 건설 경기를 부양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지금 정말 중요한 것이 건설 경기 부양인지, 아니면 제주 미래의 청사진을 제대로 그려내는 일인지에 대해 제주도는 더욱 신중하게 고민하길 바란다. <김정도 기후해양정책연구소 코리 연구실장>
■기사제보▷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