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학 수지 적자 감소, 서귀포시 인구 증가 등 경제적 파급효과를 가져온 제주영어교육도시. /사진=한라일보DB
조기 유학 부작용 막기 위해 제주영어교육도시 조성인구소멸위기 대정읍, 서귀포시 읍면서 가장 많아져1조2000억원 외화 절감·생산유발효과 3조8000억원타 지자체, 국제학교 유치 사활… 제주도 위상 흔들
[한라일보] ▶조기 유학 부작용에 제주영어교육도시 첫발=2000년대 들어 국내에 조기 유학붐이 일었다. 정부가 지난 2000년 고등학생에 대해 해외유학을 전면 허용하고, 이 무렵 영어 등 외국어 실력이 대학 진학·취업에 중요해지면서 너도나도 짐을 쌌다.
국내 조기 유학생은 2000년 4300여 명 수준이었지만 2006년에는 2만9500여 명으로 6년 만에 7배가량 폭증하며 정점을 찍었다.
조기 유학붐은 부작용으로 이어졌다. 자유롭게 해외 유학이 가능한 고등학생과 달리 국내에서 의무교육을 받아야 하는 초·중학생은 부모 등 부양의무자와 함께 동거할 목적으로 출국할 때에만 유학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당시 대다수 초·중학교 조기 유학생은 홀로 해외로 떠나는 등 불법 유학이 전체의 80%를 차지했고, 막대한 외화가 외국으로 유출되는 유학 수지 적자 문제도 뒤따랐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6년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당시 기획재정부의 전신격인 재정경제부는 폭증하는 조기 유학 수요를 국내로 흡수해 유학 수지 적자 폭을 줄이겠다며 제주에 '영어전용타운' 조성 방안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이듬해 국무조정실은 서귀포시 대정읍 보성리 일대 426만㎡에 내국인이 입학할 수 있는 국제학교와 기숙사, 영어교육센터, 주거·상업·문화시설 등 정주형 복합시설을 건립하는 내용의 제주영어전용타운(영어교육도시) 기본방안을 확정했다. 제주도는 영어교육도시가 들어설 땅을 내놓고,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이하 JDC)는 추가 부지 매입과 부지 조성, 기반 시설 공사, 국제학교 유치를 주도했다.
▶국제학교 설립 후 1조2000억원 외화 절감=당초 정부는 민자 유치를 통한 제주국제학교 설립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론 사태로 인한 국제적 금융위기 때문에 민간자본만으로는 국제학교를 설립하는 것이 불가능해지자, 정부는 JDC가 국제학교를 운영하는 방안을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제주의 첫 국제학교는 2011년 설립됐다. 그해 9월 영국 런던의 명문 사립국제학교 노스런던컬리지잇스쿨 제주(NLCS 제주)와 국내 최초의 공립국제학교인 한국국제학교 제주캠퍼스(KIS 제주)가 차례로 영어교육도시에 둥지를 틀었다. 이듬해에는 캐나다 명문 여자 사립학교인 브랭섬홀아시아(BHA)가, 5년 뒤인 2017년에는 미국 동부 뉴잉글랜드 지역의 상위권 사립명문학교인 '세인트 존스베리 아카데미 제주'(SJA 제주)가 각각 개교했다. 이중 NLCS 제주, BHA, SJA 제주는 JDC가 출자한 자회사인 제인스가 운영하고 있고, KIS 제주는 제주도교육청이 민간에 위탁해 운영하고 있다.
JDC는 제주영어교육도시를 제주국제자유도시 선도 프로젝트 중 가장 성공한 사업으로 꼽고 있다.
서귀포시 대정읍은 해마다 인구가 감소하는 이른바 '인구 소멸지역'이었지만 제주국제학교가 들어선 이후 증가세로 돌아서 단숨에 서귀포시 읍면 중 가장 인구가 많은 도시로 성장했다.
대정읍 인구는 2000년 1만9155명에서 2009년 1만6800명까지 감소했지만 지난해 12월 2만2006명으로 15년 사이 30%가량 늘었다. 같은 시기 170명에 그치던 대정읍 내 외국인 인구도 1800여 명으로 10배 급증했다.
막대한 외화 절감과 경제적 파급효과도 봤다. 지난해 기준 4개 국제학교 재학생은 4868명으로, 1년 평균 유학비용이 7000만원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2011년부터 현재까지 1조2700억원의 외화를 아낀 것으로 분석됐다.
또 산업연관분석에선 4개 제주국제학교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전국 기준으로 생산유발효과가 3조814억원, 부가가치유발효과가 2조563억원, 취업유발효과가 3만3477명으로 추산됐으며, 지역산업연관분석에 따른 도내 경제적 파급효과의 경우 생산유발효과가 2조4434억원, 부가가치유발효과가 1조8056억원, 취업유발효과가 3만650명으로 각각 추정됐다. 이 밖에 국제학교 학생 1인당 연중 소득창출효과가 7156만9295원으로 분석돼 관광객 1명이 지역에 1년 내내 상주했을 때 얻을 수 있는 5658만9958원에 견줘 유치 효과가 1.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너도나도 국제학교… 제주도 유치 경쟁력 흔들=제주영어교육도시에는 조만간 5번째 국제학교가 생긴다. 지난해 3월 미국 조지아주에 본교를 두고 있는 풀턴 사이언스 아카데미 애서튼(FSAA)이 제주 국제학교 설립계획 승인을 받으며 2028년 9월 개교할 예정이다. FSAA는 유치원을 포함해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12학년 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과학·공학·수학 분야에 특화돼 있다. 특히 FSAA는 국내 최초 순수 민간자본으로 설립되는 국제학교라는 점에서 나머지 4개 제주국제학교와 차이를 보인다.
목표한 제주영어교육도시 내 7개 국제학교 운영에서 5번째 학교 설립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JDC가 처한 상황은 녹록지 않다. 제주영어교육도시 성공 사례를 지켜본 타 지자체도 외국교육기관 유치에 너도나도 뛰어드는 등 경쟁이 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북특별자치도와 강원특별자치도는 특별법 개정을 통해 제주도와 동일한 수준의 국제학교 설립이 가능하도록 제도개선을 추진 중이고, 부산시는 부산 1호 외국교육기관인 로얄러셀스쿨을 유치하며 사업비 1536억원 중 804억원을 부담하는 등 재정 지원에 나섰다.
그러나 앞으로 도내에 들어설 국제학교는 이 같은 재정 지원을 받지 못한다. 영어교육도시 도입 정책 취지에 맞게 순수 민간자본 국제학교만 설립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제학교는 일반학교와 달리 운영비를 지원받지 못하기 때문에 학교 건물 등 시설 투자는 '시설법인'이, 학교 운영은 '운영법인'이 담당하는 이원화한 구조를 택하고 있다. 시설법인이 없는 학교운영법인 단일구조에서는 학교 회계규칙에 따른 여러 제한으로 투자비 회수와 외부 자금 조달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JDC는 다른 지자체가 재정 지원으로 국제학교를 유치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제주에도 실질적인 투자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JDC 관계자는 "국제학교 투자비 대부분을 시설법인이 부담하기 위해 해당 법인에 적절한 투자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향후 원활한 학교 유치가 가능하다"며 "타 지자체처럼 재정지원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지방세 감면 인센티브는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또 이 관계자는 "타 지자체가 막강한 재정지원을 하고 있어 현시점에서 제주도가 국제학교 설립 경쟁에서 우위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다만 마을을 중심으로 지역사회 네트워크가 잘 형성돼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대학 진학 시 유리하게 작용하는 지역 기여활동을 하기 좋고, JDC로서는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다수의 해외 본교 법인, 자산운용사, 국제학교 전문 조사기관 등과 직접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어 신규 설립 의향자에게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투자 가이드를 제공할 수 있는 강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수의 국제학교가 한곳에 모여있는 도시는 전 세계적으로도 영어교육도시가 유일하기 때문에 이것도 제주의 강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한라일보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의 공동 기획으로 작성됐습니다>
■기사제보▷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