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성폭력, 가정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통합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주해바라기센터에서 내부 직원이 수년간 보조금 9000여만원을 횡령한 사건(본보 4월 17일자 4면·4월 30일자 5면 보도)와 관련해, 감독기관과 외부 회계법인 모두 횡령 정황을 알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도의 회계 감독 범위에서 제외된 '임시계좌'를 통해 범행이 이뤄졌고, 행정·회계 업무를 A씨 혼자 전담하는 등 구조적 허점 역시 사건이 장기간 은폐된 배경으로 지목된다.
7일 제주도에 따르면 도는 매년 제주해바라기센터를 대상으로 정기적인 지도·감독을 실시해오고 있지만, 회계 점검은 운영비가 집행되는 '본계좌'에 한정돼 있었다. 반면, 직원 4대 보험료 등을 일시적으로 보관하는 데 쓰인 '임시계좌'는 점검 대상에서 사실상 제외돼, 해당 계좌에서 이뤄진 반복적 횡령 정황을 조기에 포착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부 회계법인 역시 그간의 점검 과정에서 별다른 특이사항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센터 내 행정 업무 직원이 A씨 뿐이었다는 점도 사건을 키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 같은 허점을 틈타 A씨는 2022년 10월부터 2025년 3월까지 약 2년 반 동안 임시계좌에서 센터 보조금 일부를 본인 명의 계좌로 이체한 뒤 사적으로 사용했다. 이후 금액을 부분적으로 다시 센터 계좌에 채워넣는 방식으로 범행을 반복한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이번 사건은 지난달 초 센터 측이 직원 보험료가 장기간 체납된 정황을 파악하면서 불거졌다. 센터는 즉시 제주도청에 이 사실을 구두 보고했으며, 도청 안내에 따라 다음날인 지난 11일 경찰에 신고했다.
A씨가 빼돌린 9000여만원 중 2000여만원은 회수되지 않은 상태이다. 경찰은 업무상 횡령 및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A씨를 검찰에 송치했으며, A씨는 현재 인사위원회 처분을 받아 센터 소속이 아닌 상태이다.
도는 지난 2일 센터 명의 계좌뿐 아니라 A씨 개인 계좌까지 포함해 전수 점검을 진행했다. 이와 함께 재발 방지 대책도 마련했다. 도는 기존 회계법인을 교체하고, 매월 한라병원 재무회계팀을 통해 센터 회계 내력을 점검할 예정이다. 또한 행정 업무 직원을 1명을 추가 배치해 교차 검증 체계를 마련하며, 앞으로는 지도·감독 시 센터 명의로 된 모든 계좌를 제출받을 방침이다.
도 관계자는 "이밖에도 모든 직원이 한라병원 감사팀에 직접 문제를 제보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고, 카드나 통장 결제 시 해당 내역이 관리자의 휴대전화로 자동 전송되도록 했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제주해바라기센터는 성폭력·가정폭력·성매매 등 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상담, 의료, 수사 지원을 연중무휴로 제공하는 통합형 지원기관으로, 여성가족부와 제주도, 제주경찰청, 한라병원이 4자 협약을 맺고 운영하고 있다. 국비 70%, 도비 30%의 예산이 투입되며, 직원 중 일부는 제주경찰청 소속 경찰관으로 파견 근무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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