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만석의 한라칼럼] 부모 교육이 필요한 시대

[문만석의 한라칼럼] 부모 교육이 필요한 시대
  • 입력 : 2023. 10.24(화) 00:00
  •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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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서 '갑질'(gap jil)은 '한국에서 우월한 지위에 있는 사람이 취하는 오만하고 권위적인 행동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실려 있다.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서구의 과잉된 시각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사회 곳곳에 만연한 갑질의 적나라한 모습들에서 한없이 부끄러워진다. 학부모의 교사에 대한 갑질, 소비자가 행하는 서비스 종사자에 대한 갑질, 상사와 기득권의 갑질, 힘없는 약자나 소수자에 가해지는 폭력 등 다양한 관계에서 다양한 형태의 갑질이 벌어지고 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우리 사회의 갑질은 '우월한 지위에 있는 사람'만이 저지르는 행위는 아니다. 학부모가 교사보다 우월한 지위에 있는 것도 아니고, 소비자가 서비스 종사자나 감정노동자에 비해 우월한 지위에 있지도 않다. '소비자는 왕'이라는 그릇된 신념에서 비롯된 서비스 정신이 소비자의 갑질을 유도했다고 백번 양보해 생각할 수 있다고 하지만, 학부모의 갑질은 갑질의 행태에서 이질적이다. 우리의 오랜 기간의 유교적 전통에서는 '군사부일체'적 사고방식이 이어져 왔다. 군주와 스승과 부모를 한 몸으로 간주해 똑같이 섬겨야 한다는 한자어이니, 스승에 대한 섬김의 윤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스승에 대한 존중이 넘치도록 충만했던 사회에서 교권은 왜 이렇게 갑질의 대상으로 급작스럽게 추락하게 됐을까. 혹자는 스승과 선생을 구별해 스승다운 스승이 없는 세태에서 스승에 대한 존중은 사라질 수밖에 없는 전통이라 치부하고, 또 다른 이는 그동안 일상적으로 자행됐던 교사의 위압적 폭력에 대한 반작용이라고 판단하기도 한다.

학부모 갑질에 많은 교사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고, 그 외 많은 교사가 아직도 고통을 겪고 있다. 교사의 생명과 고통이 단지 갑질을 하는 학부모 개인에 국한된 문제라고 섣불리 재단할 수는 없다. 갑질은 어떤 면에서는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보호시스템의 부재'에서 발생하기도 한다. 최근 교사 사망 사건에서 학교의 교사에 대한 보호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부모 갑질의 행태는 자기 자식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모의 인식에 있다. 이 시대의 부모는 풍요로운 경제 환경에서 성장해 대다수가 한 자녀를 키운다. 그러니 그 한 자녀를 위해 그릇된 맹모삼천지교를 거리낌 없이 실행한다. 제대로 된 예절 교육을 뒷전으로 하고 유명 학원과 학군을 찾아 이사하고, 사는 지역과 사는 집의 형태로 남의 자식을 분류한다.

이제 자식 교육이 아니라 부모 교육을 서둘러야 하는 시대이다. 온전한 한 인격을 길러내는 일은 가정에서 시작돼야 한다. 올바른 부모의 인식에서 건강한 삶의 지혜가 전승될 수 있다. 올바른 부모의 역할과 올바른 자식 교육에 대한 부모 교육이 체계적으로 선행될 수 있어야 한다. 자식이 부모의 얼굴이 되려면 일그러진 부모의 얼굴을 바로 펴는 일이 우선이어야 한다.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고, 자식은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란다. <문만석 한국지역혁신연구원장·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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